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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메자닌 리픽싱 조항 손본다 현행 30% 하한선 조정할 듯…부실 바이오기업 조달 ‘빨간불’

민경문 기자공개 2020-12-04 07:52:22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3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같은 메자닌(mezzanine) 증권의 리픽싱(Refixing) 제도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로선 주가가 떨어져도 30%까지 전환가 재조정이 가능한 만큼 신규 투자자 확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다만 일부 부실 바이오기업의 무분별한 펀딩을 조장하고 기존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 등이 제기된 상태였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메자닌증권의 리픽싱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초 전환가보다 최대 30% 낮은 가격까지 전환가를 낮출 수 있는 리픽싱은 지난 2002년 도입됐다.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자의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물론 발행 기업 주가가 올라도 전환가가 상향 조정되지는 않는다. 사모 CB의 경우 1년간 보호예수 조건이 달려 있다.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보통주 증자가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투자자들은 CB나 BW와 같은 메자닌 증권을 선호한다. 상환 만기가 있는 채권 성격과 함께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 전환에 따른 업사이드(upside)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식 전환이 이뤄지기 전까진 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발행사의 재무구조 측면에서 당장 도움이 되는 상품은 아니다.

리픽싱 한도가 30% 미만으로 조정될 경우 그만큼 투자 메리트가 낮아지기 때문에 기업들의 자금 조달도 어려워질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감독원의 이번 결정은 바이오기업이 주로 발행하는 CB가 타깃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부실 바이오기업이 메자닌을 통해 외부 펀딩을 쉽게 가져가는 걸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기관으로선 리픽싱 조항 덕택에 발행 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도 손해를 볼 게 없는 데다 주식전환 전에 주가가 반등하면 고수익이 가능했던 상황이었다.

반대로 우량 바이오기업이라면 리픽싱 제도 변화와 상관없이 CB 투자자를 모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독원은 전환가 하락으로 발행 주식수가 늘어나면 지분 희석(dilution)이 불가피한 기존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가져갈 수도 있다.

감독당국은 올해부터 바이오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옵티머스나 라임 사태 등으로 바이오기업들의 사모 펀딩이 막히면서 공모 조달로 선회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여 왔다. 헬릭스미스와 제넨바이오 등 주주배정 증자를 단행하는 일부 바이오기업이나 IPO 기업들의 증권신고서를 둘러싸고 계속된 정정공시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이오기업이 기본적으로 적자인데다 불확실한 추정 실적을 가지고 밸류에이션을 산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상장 바이오텍들의 메자닌 발행이 늘고 있는 점도 리픽싱 규제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조달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10월에서 11월 사이 19곳의 바이오텍 상장사들이 5607억원 규모의 메자닌증권을 발행했다. 대부분은 CB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바이오텍 9곳이 1130억원의 메자닌을 발행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5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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