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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 재편 드라마의 관객모독

김일문 M&A 부장공개 2020-12-07 08:51:06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4일 07:3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그야말로 일사천리다. 첫 관문이자 걸림돌로 지목됐던 KCGI의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증자를 위한 납입도 곧바로 이뤄졌다. 계획대로 속전속결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서둘러 진행된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아시아나항공의 기존 원매자였던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여름까지 최종 인수를 주저하면서 산업은행과 공방을 이어왔다. 공식 노딜이 선언된 때는 이동걸 회장의 연임이 확정된 9월 중순. 그리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이 발표된 시점이 11월 중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두 달만에 이 모든 밑그림이 짜여졌다는 뜻이다.

물론 물리적으로 두 달 정도면 빅딜의 얼개를 짜는데 넉넉한 시간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양대 국적 항공사를 하나로 합치는 작업이 과연 충분한 숙고 끝에 나온 결과인지 의문스럽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처리 문제가 시급한 사안이었음에는 분명해 보인다. 새 주인을 찾아줘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으니 그 과오를 짊어지기 부담스러웠을 법하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은 급전직하 하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무턱대고 떠안아 관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맡겨야 하는 주체로 한진그룹을 택했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대한항공으로 하여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도록 만드는 구조는 새롭지 않은 얘기다. 국내 항공업 구도상 대형 국적사가 두 곳이나 존재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어려워질 경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거친 뒤 향후 대한항공과 합쳐 단일 국적 항공사를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기도 했다. 단 이러한 구조는 상당히 치밀하고도 내밀한 전략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산업은행 주도로 짜여진 이번 딜의 문제는 절차의 정당성이다. 항공업 재편이라는 큰 그림 아래 다양한 변수와 상황을 고려해 경우의 수를 골라내고 그 중 최적의 결론으로 도출된 것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였는지 따져봐야 한다.

경영권 분쟁중인 한진칼에 증자 형태로 돈을 쥐어주는 딜 구조 뿐만 아니라 중복 노선 정리, 양사 임직원 구조조정, 국내외 기업 결합 이슈까지 산적한 문제가 산더미다. 심지어 제대로 된 실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 실패의 책임을 지기 싫은 산업은행의 조급함이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상황과 맞물려 서둘러 진행되는 이번 딜에 명분을 제공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가처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후 진행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의 기자간담회도 양사 통합에 대한 우려나 걱정을 방어하는 자리였을 뿐 이번 딜의 마땅한 당위성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M&A가 시작부터 클로징까지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면 이번 딜에서 산업은행은 주인공이자 시나리오를 집필한 설계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승전결'을 기대한 관객들은 몹시 불편하다. 컴컴한 객석에 앉자마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꼴이다. 급하게 먹은 음식은 체하기 마련이다. 산업은행이 밀어부친 아시아나항공 M&A가 해피엔딩으로 끝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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