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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코벤펀드’ 먹기 [thebell note]

이민호 기자공개 2021-01-05 12:59:5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31일 07: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느 중소형 전문사모운용사 대표는 내년초 코스닥벤처펀드라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립 약 1년 만인 올해초 프리IPO 펀드를 잇따라 설정하며 비상장 투자에 하우스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던 그였다. 올해가 다 지났지만 이후 그는 프리IPO 펀드를 더 내놓지 못했다.

중소형 전문사모운용사의 먹거리 걱정은 한 해가 다 가도록 해소될 기미가 없다. 올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가 야기한 전문사모펀드 신뢰 저하와 코로나19가 불러온 자금시장 위축은 차별화된 전략에 승부를 걸었던 중소형 전문사모운용사들의 사세 확장을 ‘올스톱’ 시켰다. 여기에 수탁은행의 수탁 거부가 이어지며 자금모집은 고사하고 설정부터 어려워졌다.

올해 하반기 그나마 이들을 버티게 해준 것이 코스닥벤처펀드였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시중자금이 공모주시장으로 몰리며 ‘따따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코스닥 공모주 30% 우선배정 혜택을 받으면서도 고난도의 운용기법을 요구하지 않는 이점 때문에 의존도도 커졌다.

하지만 이제는 코스닥벤처펀드를 바라보는 중소형 전문사모운용사들의 시선에도 한숨이 묻어난다. 운용 측면을 보면 공모주시장 활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어떤 공모주든 주가가 오르는 시기는 이미 지나 종목 선별이 중요해졌으며 누구나 인정하는 우량종목은 수요가 집중되며 물량을 확보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여기에 펀드 편입비중이 높은 메자닌은 발행시장이 위축돼있어 유리한 조건으로 소싱이 쉽지 않고 비상장 벤처기업 주식은 시장성이 없어 수탁은행을 확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상품 경쟁력 측면에서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치명적이다. 어떤 운용사든 내놓을 수 있어 고객을 붙잡아두기 어려운데다 운용사 수익원인 운용보수가 크게 낮기 때문이다. 코스닥벤처펀드가 ‘연명’의 도구 이상 지위를 가질 수 없는 이유다. 올해말 일몰 예정이었던 소득공제 기간이 2년 연장됐다고는 하지만 애초 소득공제 혜택을 노리고 3년간 운용을 유지하는 사모 코스닥벤처펀드는 사실상 없었다.

보릿고개가 장기간 이어지면 그 끝은 폐업뿐이다.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모험자본 공급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금융시장 다양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코로나19 국면이 조금씩 진정되면서 자금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부분은 희망적이다. 수탁업무 완전 정상화 등 기본적인 조건에서부터 숨통이 트여 내년에는 ‘울며 코스닥벤처펀드 먹는’ 상황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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