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1월 08일 07:5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마지막 날 자주 교류했던 분들에게 새해 인사를 보냈다. 2021년은 소의 해라길래 '행복하소, 건강하소'라는 문구가 담긴 아기자기한 그림도 준비했다. 한 해 동안 감사했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문자 메시지 안에 꾹꾹 담았다.마침 12월 31일은 산업은행과 JC파트너스가 KDB생명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날이었다. 오랜 기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온 딜이니 관계자들의 감회도 남다를 것 같았다. "드디어 끝이네요,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보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끝이라니요, 이제 시작이죠.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이 남았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건 매각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의미였다. KDB생명은 분명 그 자체로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었다. 보험사의 재무안정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도 낮고 점유율은 업계 하위권이다. 상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대로라면 추가 자본확충도 불가피하다.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가격은 훅 떨어졌다. 해가 가기 전 KDB생명을 팔아야 한다는 산업은행의 절박한 위치는 협상 대상인 JC파트너스에 유리한 입지를 만들어줬다. 몇 번이나 자금 유치에 실패했지만 딜이 무산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JC파트너스는 끈질기게 매달린 끝에 인수에 성공했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매각을 통해 실제로 KDB생명에 들어오는 현금은 1500억원 미만이다. 보험부채는 규모가 크고 기간도 길어 이 자금만으로는 현재의 낮은 자본비율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없다. 투자자 모집도 쉽지 않았는데 추후 유상증자를 턱턱 해줄거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다만 '비기'는 있는 듯하다. KDB생명의 재무적 개선을 이뤄낼 방안을 엿들었다. 공동재보험으로 무거운 부채를 덜어버리고 운용 수익률을 높여 알짜회사로 탈바꿈한다는 게 골자다. 이제 막 도입되는 제도의 첫 타자로 나서 적은 비용으로 변화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안이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시일이 걸리긴 했지만 결국 자금유치에 성공한 것도 개선안에 설득력이 있어서다. JC파트너스가 모아온 자금은 독특하게도 소규모 법인과 개인 자금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부자 개인'들이 많이 투자했다는 건데, 기관이 투자하기에는 다소 리스크가 있지만 개인들이 보기에는 꽤나 매력적인 투자건이었다는 의미다.
새 주인이 된 JC파트너스는 다음주부터 KDB생명에 인수단을 꾸린다. 말이 많았던 매각인 만큼 증명해야 할 것도 많다. JC파트너스에는 KDB생명을 '작지만 매력적인 회사'로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가 새롭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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