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독립론 재점화]'과도한 권력 집중→내부통제 약화' 부작용 우려도④공공기관 지정, 견제·감시 기구 동시 설립 등 필요성
고설봉 기자공개 2021-01-12 07:43:32
[편집자주]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해묵은 이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 돼 있는 감독 기능의 재정립을 두고 당국과 학계 등은 10년 넘게 논의를 이어왔다. 그런데 최근 논의가 재점화된 모양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올해를 시작하며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내부적으로도 본격적인 개편안 구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독립 주장의 근거와 현실화 가능성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1일 11:0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 독립론은 명분과 실리 면에서 일면 타당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다. 현행 체계에서는 검사는 물론 사전에 금융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권한이 커지는 데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감독기능의 효율성과 전문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자칫 금감원이 '과도한 권력'을 지닌 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정부에선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고려해왔지만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를 두고 권한은 더 강해기를 원하면서 감시와 견제는 받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지적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기재부는 금융위 의견을 듣고 이달 말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 예정이다.
기재부의 뜻이 관철되면 금감원은 공공기관 중 하나인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된다.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대해서는 예산·인사·경영평가 등에 강력한 정부 통제가 이뤄진다. 기타공공기관이 경영평가 없이 예산과 인사 통제만 받는 것에 비하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통제 수준이 높다.
사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은 해묵은 이슈다. 기재부는 최근 몇 년 동안 공운위 개최 전 금감원을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금융위에 밝혀왔다. 형식적인 이유는 준정부기관이 법률이나 정부 기능을 위탁·수행하는 곳이어서다. 금융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위에서 업무를 위탁한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은 번번이 금융위의 반대에 막혀 이뤄지지 않았다. 2007년 4월 기재부는 금감원의 공적 성격을 감안해 공공기관으로 지정했으나 2009년 1월 감독의 독립성을 이유로 이를 해제했다. 이번에도 금융위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수립과 감독집행의 일원화란 표면적인 이유 말고도 기재부에서 끊임 없이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고수하고 있는 배경에는 각종 부실 및 비리 이슈에 대한 통제권 문제도 자리잡고 있다. 금감원 및 직원들의 일탈 등에 대한 정부의 통제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공공기관 지정 필요성이 크다는 논리다.
특히 금감원의 방만 경영과 감독 부실 등 문제는 최근 들어 크게 불거졌다. 지난해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등 사모펀드 부실 사태에서 다양한 문제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금감원 전현직 직원들이 사모펀드 사태에 얽혀 오히려 ‘금감원 권한 축소’ 여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감원 전현직 직원들은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정작 금감원이 그 책임을 외부에서만 찾았다는 금융권의 볼멘소리가 나왔다. 사모펀드 사태에 있어 운용사에 대한 금융감독 부실 문제를 가리기 위해 판매사인 은행 및 증권사 등에만 과도한 검사 및 제재를 가한 것이란 해석마저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금감원의 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묻지 않는다”며 “금감원이 오히려 감독 소홀로 사모펀드 부실 사태를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금감원 독립 구상안처럼 금융감독체계를 일원화해 감독 정책과 감독 집행까지 금감원이 전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이 같은 일탈 행위의 근절은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상위기구에 통제권이 있어야만 '과도한 권력'을 막고 원활한 '내부 통제'도 가능해 보인다.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금감원을 지정하면 장책과 집행까지 일원화하는 기구가 되는 동시에 내부 통제력 강화까지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서 여전히 부정적이다. 금융감독 기능의 수행을 위해선 금감원이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해 말 진행된 온라인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과 그에 따른 위험성을 감독하려는 권한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위험을 창출한다”며 “금감원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원론적으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만약 금감원 주장처럼 독립이 이뤄지려면 독립적 견제와 감시 기능을 할 수 있는 기관 및 제도가 동시에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된 금감원 직원의 사례 등을 보면 권한이 집중되면서 권력처럼 변질되고 그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가 만들어진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자정노력은 분명히 있어야 하고 공수처처럼 금감원을 대상으로 견제와 감시 기능을 하는 기관 및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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