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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IPO]전례 없는 빅딜, 자본시장도 시험대줄 잇는 빅딜, 기관 보호예수 관건…코스피 고점 우려도 변수

이경주 기자공개 2021-01-15 13:08:43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4일 06: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IPO(기업공개)로 국내 자본시장도 시험대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는 전례가 없었던 초대형 IPO를 우리 시장이 소화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최대 투자자인 기관들은 올해 투자전략을 어느 때보다 치밀하게 짜야한다. LG에너지솔루션 외에도 빅딜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물량확보를 위해 의무보유확약 카드를 잘못 썼다간 투자 기회를 잃고 시장도 얼어붙는다.

발행사와 주관사의 밸류에이션 전략도 커다란 파급을 줄 수 있다.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증시를 믿고 높은 밸류를 제안하는 경우가 위험하다. 자칫 시장 전체에 '돈맥경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시중 유동성은 풍부…작년 빅딜마다 400조~600조 몰려

LG에너지솔루션은 12일 주관사 선정을 위한 RFP(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하며 IPO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발행사가 투자대금 마련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이르면 올해 3분기말, 늦어도 4분기에는 공모에 착수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공모액은 최소 10조원이다. 작년 10월 분할 결정 당시 거론됐던 50조원 기업가치(밸류)에 전체 주식의 20%를 공모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온 수치다. 4개월이 지난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예상 밸류는 100조원, 공모액은 최대 20조원으로 더 뛰었다. 경쟁사이자 전기차 배터리 1위 CATL 시가총액이 같은 기간 두 배 뛴 것에 기반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LG에너지솔루션 밸류는 50~60조원, 공모액은 10조~15조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도 전례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년 연간 IPO 공모액이 5조9355억원이었다. 호황기였던 2017년에도 7조9761억원에 그쳤다. 올해는 이보다 훨씬 큰 금액을 LG에너지솔루션 단독으로 모은다.

거액이긴 하지만 유동성 측면에선 충분히 소화할만하다는 분석이다. 작년 정부 부동산 규제로 증시와 발행시장에 기관자금이 몰려 유동성이 넘쳐났다. 3대 빅딜에 수백조원이 참여했다. 6월 SK바이오팜(공모액 9593억원) 기관수요예측엔 481조원이, 9월 카카오게임즈(3840억원)엔 400조원, 10월 빅히트(9626억원)엔 645조원이 베팅됐다. 일반청약에도 수십조원이 몰렸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시중 유동성은 풍부하다는 것이 작년 빅딜과 올 초 공모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10조~15조원 단일 공모가 크긴 해도 소화측면에선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은 성장산업(전기차 배터리) 선두주자라는 점에서 직전 최대어였던 삼성생명과는 전혀 다른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빅딜 보호예수가 대세…2021년엔 '암초'

다만 딜 규모만큼 변수도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작년 SK바이오팜 IPO부터 대세가 된 기관투자자들의 의무보유확약이다. SK바이오팜은 보수적인 몸값을 제시한 덕에 코로나19 펜데믹 국면에서도 기관 투심을 휩쓸었다.

빅딜임에도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이 835.66대 1에 이르렀는데, 기관들은 물량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대다수 의무보유확약을 걸었다. 전체 참여주식수 중의 81.15%가 상장 후 일정기간 동안 팔지 않기로 한 물량이다. 6개월 확약이 41.2%로 가장 많았고 3개월이 31.2%로 다음을 차지했다.


이어진 카카오게임즈 기관수요예측에서도 의무보유확약이 56%, 빅히트도 44%에 달했다. 이는 거액의 기관자금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동안 묶인다는 것을 뜻한다.

올해는 초대형 IPO가 연초부터 줄지을 전망이기 때문에 이 같은 의무보유확약이 하반기 딜 수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월에만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최대 5000억원에 이르는 공모를 진행한다. 상반기 내로는 SD바이오센서(약 1조원 공모)와 SK바이오사이언스(약 1조원), 카카오페이(약 2조원), 크래프톤(약 5조원)이 공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LG에너지솔루션 외에도 20조원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또 다른 초대어 카카오뱅크도 출격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 앞선 빅딜들에 상당한 자금이 묶일 수 있다. 행여 상장 후 주가라도 하락하는 발행사가 있다면 묶이는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자본시장 역량도 시험대에 섰다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작년 SK바이오팜 때는 최고 한도로 풀베팅을 한 것에 더해 6개월 확약까지 걸었지만 배정받은 금액이 1억원대에 그쳤다”며 “그만큼 빅딜도 확약을 걸지 않으면 물량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경쟁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가장 큰 고민거리가 의무보유확약이다. 빅딜들이 연이어 나오기 때문에 시기를 절묘하게 짜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자칫 LG에너지솔루션이 나왔을 때 투입할 자금이 없을 수도 있다. LG딜은 내년으로 미뤄졌으면 하는 기관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고공행진하는 코스피…고밸류 제안 시 위험

고공행진하는 증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연초 코스피지수는 3000대 돌파를 넘어 3200대까지 넘보고 있다. 하지만 기업 펀더멘털을 동반하지 않은, 유동성에 기댄 상승인 탓에 고점 논란도 함께 나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O가 하반기라 증시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된 피어그룹 현황을 통해 IPO 밸류와 공모가를 제시하게 된다.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 우려가 상반기 빅딜보다 높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중에서 1~2월 공모는 특히 잘될 수 있다”며 “작년 말 시장 현황을 기준으로 공모가를 정했기 때문에 시장 가치 상승분이 반영이 안돼 싸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하반기 빅딜인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 가치상승분을 온전히 반영하게 된다”며 “스스로 할인율을 크게 적용하지 않는다면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다고 평가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고밸류를 고집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자본시장도 딜 규모만큼 충격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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