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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은 바이오의 숙명일까 [thebell note]

서은내 기자공개 2021-01-18 07:33:18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5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 속한 두 회사가 있다. 사업 성격이나 역량을 보면 특별히 차별점은 없어 보인다. 지난 연말 한 곳의 시총은 1조원을 훌쩍 넘은 반면 다른 한 곳은 그 절반에 머물렀다. 이런 사례를 자주 접한다. 비슷한 두 기업을 놓고 벌어지는 주식시장에서의 갭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상장 바이오텍들의 주가 변동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답은 간단하다. 어차피 회사의 '실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괜찮은 기대감으로 사업을 잘 꾸미는지에 좌우될 때가 많다. 바이오는 철저히 과학적 지식과 역량에 기반해 신약을 개발하는 영역이다. 가장 실질적이고 이성적인 분야임에도 가장 허망하게 평가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사실 바이오기업의 실질을 일반 투자자들이 제대로 알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약물 임상 과정이나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는 것이 전문가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야 제대로 평가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해당 기업이 전해주는 이야기, IR에 마음을 뺏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셀트리온의 코로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 2상 결과가 발표됐다.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시장에서 한껏 몸값을 높여왔기에 발표 후 주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일단 발표 후 첫날 주가를 보자면 시장의 평가가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발표 이벤트 자체를 기대감이 다 된 것으로 해석했을 수도 있다.

렉키로나주의 개발 성과를 함부로 예단할 수는 없다. 주가 반응으로 약물의 성공과 실패를 얘기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시밀러 전문기업임에도 빠르게 새 치료제를 만들어냈다. 오너는 개발 타임라인에 대한 약속을 지켜냈다. 거기까지다. 실제 약물이 의료 현장에서 얼마만큼의 힘을 발휘할지는 또다른 영역이다.

급격한 주가 상승을 보이는 회사의 경우 대부분 주력 과제의 임상을 진행하면서 뭔가 될 것 같은 기대감을 서서히 높여간다. 그런 기대감이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지는지 지난 1~2년간 국내 임상 3상 실패 기업들의 뒷모습을 통해 이미 경험했다.

바이오를 바라보는 시선이 기대감에만 머물러선 안된다. 개발에 성공해도 의료 현장에서 쓰이지 못하거나 시장성이 낮은 약물을 개발하는 곳들이 많다. 개발 성공이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얼마나 타당한 시장 근거에 기반했는지가 첫번째다. 성공에 이를만큼 회사의 개발 능력이 담보돼 있는지 따져보는 것도 기본이다.

'포장'을 잘하는 바이오텍들은 임상 결과나 진척도에만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당장 뭔가 될 것처럼 얘기하는데에 능숙하다. 반면 정직한 기업은 별로 주목받지 못한다. 포장이 바이오기업의 숙명인걸까. 약 개발에만 집중해도 성공 확률이 희박한 영역이다. 포장까지 신경써야 한다는 사실이 가혹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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