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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그로쓰캐피탈 전문 '20년 베테랑' 손양철 얼머스인베스트먼트 대표독립계 신기사 설립 주역, 신생 벗어나 중견 VC 도약

임효정 기자공개 2021-01-19 07:45:46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8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도 데스밸리(Death Valley)가 있다. 펀딩 6조 시대가 열렸다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빈익빈 부익부에 어려움을 겪는 벤처캐피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생 벤처캐피탈의 경우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음의 계곡으로 빠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경쟁적 환경으로 인해 신생 VC의 성장은 시장의 이목을 끌기 마련이다. 최근 설립 4차년인 얼머스인베스트먼트의 성장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설립 후 2년차에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에서 운용사(GP) 자격을 따내며 몸집을 불린 가운데 운용자산은(AUM)이 2000억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얼머스인베스트먼의 경쟁력은 운용인력이 곧 주주라는 모토에 있다. 성과 공유를 통해 심사역이 장기적으로 근무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간 머릿속에 그려온 조직을 현실로 셋팅한 건 바로 손양철 대표(사진)다.

◇성장스토리 : 22년차 벤처캐피탈리스트, 투자가이자 창업가로

손 대표는 신용보증기금에 입사하며 사회로 진출했다. 중소기업에 정책보증을 지원하는 신용보증기금의 업무를 하면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을 처음 접했고, 1990년대부터 벤처붐 열풍을 목도했다.

비록 간접적이었지만 벤처캐피탈의 업무는 미래 기술과 서비스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단순히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구조가 아닌 성장에 따른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된 것이다. 향후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결국 2000년 6월 그는 신용보증기금 자회사였던 신보창업투자로 옮기며 벤처캐피탈 업계로 첫발을 내딛었다.

시작부터 성공을 예견하지 않았지만 반응은 생각보다 매서웠다.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벤처투자시장이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시기를 잘못 고른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었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은 손 대표가 가진 최대 무기다.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을 택했다. 초기 단계보다는 그로쓰캐피탈, 메자닌, M&A 등으로 전문성을 키우는 데 주력했던 계기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입문하면서 심사역이 주인인 회사를 꿈꿨다. 하지만 그가 경험한 벤처캐피탈은 그의 생각과 달리 현실과의 괴리가 존재했다. 운용인력이 주주로 참여하지 않는 이상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20년 경력 동안 다섯 차례 회사를 옮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화이텍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이앤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탈을 거친 그의 여섯 번째 선택은 이직이 아닌 창업이었다. 이제는 우연이 아닌 선택이 운명을 결정짓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얼머스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3월 손 대표를 포함해 총 5명의 파트너가 모여 출법한 독립계 신기술금융회사다. 운용인력인 파트너가 곧 주주인 구조다. 손 대표가 꿈꾸던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 그렇게 그는 19년차에 벤처캐피탈리스트 인생 2막을 시작했다.
◇투자스타일 및 철학 : '고객의 성공이 우리의 기준'

손 대표의 투자철학은 '고객의 성공이 우리의 기준'이라는 문구로 요약된다. 투자 기업뿐만 아니라, 펀드 출자자, 임직원의 성공이 곧 그의 성공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중요하게 여기는 건 ‘속도’와 ‘사람’이다.

여러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손 대표는 결단력과 과감함이야말로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막는다고 믿는다. 투자 스타일 역시 결심이 서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려고 의식적으로 훈련했다. 이는 투자기업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해왔다. 딜 과정을 단축하고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늘 하던 대로 하면 늘 얻던 것을 얻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에 과감하게 신속하게 투자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게 됐다고 평한다.

손 대표는 ‘인적자산 간 시너지’ 역시 성공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전체는 부분의 합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술보다 인적자원의 시너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투자에 앞서 많은 인터뷰 작업을 진행하는 이유다. 지난한 작업이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창업자의 마인드와 핵심인력의 팀워크를 집중적으로 살피는 것에 게을리 하지 않는다. 상황을 가장 잘 활용하는 사람이 가장 좋은 상황을 만든다고 믿는 그다.

◇트랙레코드1 : 10년간 4차례 베팅한 '케이엔제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 케이엔제이는 손 대표가 이직을 하면서도 계속 베팅하며 인연을 이어온 포트폴리오다.

손 대표는 2000년대 아주IB투자에 재직할 당시 케이엔제이에 투자를 단행한 이후 이앤인베스트먼트를 자리를 옮겨 추가 투자했다. 세 번째 베팅은 얼머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난 뒤 이뤄졌다. 2019년 상장한 이후에도 CB발행에 참여하며 신뢰 관계를 이어갔다.

어려움을 함께 했기에 더 애정이 가는 포트폴리오이기도 하다. 케이엔제이는 한때 일시적 자금난에 빠져 유동성 위기를 겪어 패스트트랙 프로그램(FTP)을 지원 받기도 했다. 손 대표는 이사회에 참여해 재무적 컨설팅을 적극 도와준 덕에 상장까지 마무리 지었다. 고객의 성공이 곧 그의 성공이란 투자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트랙레코드2 : 130억 통큰 베팅 '에이티세미콘'

반도체 테스트 전문업체 에이티세미콘 역시 어려울 때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기업 가치를 높인 케이스다.

에이티세미콘의 주요 매출처 중 한 곳은 SK하이닉스다. 이 때문에 캐시플로우 측면에서는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던 투자처다. 하지만 키코(KIKO) 사태로 재무적 이슈가 불거졌고 회사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재무적 요소만 해결해준다면 성장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130억원을 베팅하는 통 큰 결정을 내렸다.

한 달에 한 번 이사회에 참석해 실적을 체크하고 재무 가이드를 제시하는 일을 도맡았다. 2011년 상장에 성공하며 그에게도 수익률을 안겨줬다. 해당 펀드의 IRR은 30%대로 성공적으로 운용 성과를 거뒀다.

◇향후 계획 : LLC형 성공모델 안착

얼머스인베스트먼트의 시스템이 벤처캐피탈 업계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심사역이 독립성을 가지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동시에 성과에 대해서도 충분히 보상 받을 수 있는 사업모델을 지향한다.

파트너 수를 늘리며 업계에서 성공 모델로 안착하는 것을 꿈꾼다. 바이오 분야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도 다른 사업분야로 넓혀갈 계획이다.

펀딩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프로젝트펀드로 기반을 다진 얼머스인베스트먼트는 블라인드펀드로 영역을 확장했다. 2019년말 국내 양대 출자자인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의 출자사업에서 GP를 모두 따내며 신생 같지 않은 저력을 발휘했다.

펀드의 상당부분 투자가 이뤄진 만큼 올해 신규 펀딩에 도전한다. 모태펀드 정시 1차와 정책형 뉴딜펀드에 출사표를 던져 추가 실탄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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