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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시스템 경영 점검]사업지원TF의 딜레마③전면 등장 부담, 삼바 관련 인물도 제외…각사 이사회 체계 경영 한계

김슬기 기자공개 2021-01-28 07:30:31

[편집자주]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삼성은 또다시 총수 부재 상황을 맞았다. 2008년과 2017년에 공백 사태가 있었지만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간 총수의 부재 상황을 경험하고 이를 극복해오면서 시스템 경영을 강화해 나갔던 삼성. 그럼에도 이를 둘러싼 불안의 목소리가 많다. 더벨은 총수 부재 상황을 삼성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살펴보고 나아갈 방향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5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상징적인 존재다. 삼성 내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동시에 여러 사업을 연결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조 단위의 투자나 향후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을 만들 인수합병(M&A)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전면에 나설 수 없게 됐다.

2016년부터 진행된 사법 리스크로 인해 삼성 내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은 해체됐고 여러 개의 태스크포스(TF) 체제로 전환됐다. 이 중 전자 계열사를 잇는 곳은 사업지원 TF다. 총수 부재시에 가장 전면적으로 부각되는 곳이지만 과거 컨트롤타워의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전면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또 사업지원TF의 주요 인물들은 삼성 불법 경영권 승계사건 재판과 무관하지 않다. 시스템 경영의 구심점을 할 역할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22일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지원TF를 이끄는 인물은 정현호 사장이다. 올해 초 인사에도 해당 역할은 변함이 없다. 정 사장은 1960년생으로 이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있다.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그룹 내 컨트롤타워인 비서실,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등을 두루거쳤다. 여기에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MBA) 시절 이 부회장과의 개인적인 인연까지 더해져 그룹 내 존재감이 컸다.


그룹 내 컨트롤타워 뿐 아니라 삼성전자 IR그룹장·무선사업부 지원팀장·디지털이미지사업부장 등도 거치면서 전반적인 경영 뿐 아니라 사업적인 측면까지 두루 경험했다. 사업지원TF를 맡기 직전에는 미래전략실 인사팀장이었고 해체 후 8개월만에 사업지원TF장으로 컴백했다. 이력만 놓고 본다면 삼성의 2인자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사업지원TF 출범 후 그의 활동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규모가 축소되기도 했고 오해의 눈초리로 몸을 낮출 수 밖에 없었다. 과거 미전실이 △전략팀(그룹 전략·M&A) △기획팀(대관) △인사지원팀(임원 인사·교육)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 △경영진단팀(감사) △금융일류화지원팀(금융계열 전략) 등 7개팀의 업무를 관장했다면 사업지원TF는 커뮤니케이션과 대관, 법무 등의 업무를 제외했다. 금융 계열 전략 역시 각사에서 담당해 기능이 대폭 축소됐다. 400여명 인원이 40명 안팎으로 줄었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논란에서 사업지원TF도 자유롭지 못했다. 정 사장 역시 이와 관련해서 검찰조사를 받은 바 있다. 김홍경 부사장은 2019년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논란으로 재판을 받았고 징역 1년 6개월을 받고 수감됐다. 그는 올해 초 인사에서 사업지원TF가 아닌 DS부문 경영지원실 담당임원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지난해에는 백상현 상무가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종합기술원 기획지원팀 담당임원으로 발령이 났다.

또 올해 초 정기인사를 통해 사업지원TF 내의 핵심인물이었던 이승욱 부사장이 전장사업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최헌복 상무 역시 삼성디스플레이로 이동했다. 조성훈 상무 역시 생활가전(CE) 내 인사기획그룹으로 옮겼다. 2020년 3분기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사업지원TF 임원 15명 중 4명은 다른 부서로 전보된 것이다. 새롭게 인원이 충원되더라도 연초부터 발생한 총수 공백을 메우기에는 쉽지 않다.

사업지원TF 임직원들의 소속은 삼성전자로 한정돼 있다. 전자 계열사의 소통을 담당한다고는 하지만 이를 결정할 법적 근거나 지위가 명확하지 않다. 전면적으로 나서기에도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각사 이사회 중심의 경영도 한계가 명확하다. 일례로 삼성전자 이사회 역시 의사결정이 전자와 관련된 사안에 국한되며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전략적인 선택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과거 사장단협의회 같은 집단지도기구도 없는 상황에서 사업지원TF 기능의 재정립이 필요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미래전략실 체제에서는 각 계열사 사장단협의회를 통해 각사의 상황이 조율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이런 소통을 할 자리가 없다"며 "각자도생의 경영 체제로 삼성의 경쟁력을 유지해왔지만 향후 상황에 대해서는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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