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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FI 갈등]예상 못한 형사소송…기소 내용 '촉각'검찰 무리수 지적도…분쟁 장기화 불가피

박시은 기자공개 2021-01-25 07:50:27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5일 07:4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검찰이 교보생명 풋옵션 가격산정 과정과 관련, 딜로이트안진(이하 안진)과 재무적투자자(FI) 운용역들을 기소한 데 대해 투자업계와 법조계 모두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기업간 거래시 적정가치 산정에 대한 이견은 종종 발생하지만, 민사소송이 아닌 형사사건으로 비화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FI들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교보생명 풋옵션 행사를 위한 적정가격 산정과 관련,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18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안진 회계사 3명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의 운용역 각각 1명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FI 컨소시엄은 어피너티와 IMM PE,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가 포함돼 있으며 어피너티가 투자 시점부터 현재까지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 베어링PEA의 운용역 역시 기소 대상에 포함됐지만 해외에 있어 기소가 중지됐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기소가 다소 무리한 처사라는 의견이 나온다. 풋옵션 이행이나 인수합병(M&A) 등의 과정에서 적정가치를 둘러싼 불협화음은 적잖게 발생해왔다. 가격산정은 거래 당사자가 각각 회계법인에 의뢰해 도출한다. 절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매도자와 매수자간 가격눈높이 격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대개 양자간 협의를 통해 가격을 조율하는데, 각 평가기관이 산출한 숫자의 평균치를 적정가치로 설정하는 식이다.

혹은 제3의 평가기관에 의뢰해 적정가치를 도출해내거나 최악의 경우 민사소송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번 일처럼 형사책임을 물어 기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회계사로선 가치산정을 의뢰한 투자자 측에 우호적인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는 게 당연하다”며 “이번 검찰 기소가 드문 사례인 만큼 공소장에 정확히 어떤 점이 ‘부당이득’으로 적시됐는지 변호사들도 궁금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검찰의 기소 사실 자체가 국재 중재재판 과정에서 신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사건이 대법원으로 가게 되면 최종 판결까지 최대 3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FI 컨소시엄의 투자금 회수는 더 지체될 수 밖에 없다. FI 컨소시엄이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한 건 2012년. 보통 사모펀드의 만기가 8년에서 10년 가량으로 설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회수 시점은 요원한 셈이다.

교보생명은 안진이 풋옵션 가격 산정시 풋옵션 행사일인 2018년 10월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주요 보험사들의 주가가 높았던 2017년 6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삼은 점을 문제 삼았다. 당시 안진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오렌지라이프를 피어그룹으로 삼았다. 교보생명은 안진이 행사가격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평가기준을 앞당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법에 따르면 회계사는 직무를 행할 때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고, 고의로 진실을 감추거나 허위보고를 하면 안 된다. 다만 적정가치 산정 과정에서 의뢰인과 회계사간 의견 조율은 불가피한 만큼 이 과정에서 검찰이 '위법'으로 판단할 만한 행위가 있었는지가 관건이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3월 FI 컨소시엄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용역을 수행했다며 안진회계법인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고발했다. 이어 4월에는 검찰에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안진이 교보생명의 주식가치를 FI에 유리하게 평가했다고 판단, 기소를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가치평가의 적정성에 대한 판단에 앞서 평가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어피너티와 IMM PE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워 대응하고 있다. 김앤장은 지난 2012년 FI 컨소시엄이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할 당시에도 자문 역할을 수행했었다. 교보생명 지분 24%를 FI 컨소시엄이 1조2054억원에 인수하는 거래였다.

당시 계약 내용에는 교보생명이 2015년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으면 풋옵션을 행사하는 조건이 포함됐지만 약속한 시일까지 교보생명의 IPO는 성사되지 않았고, FI 측은 2018년 11월 풋옵션 권리 행사를 선언했다. 이후 FI 컨소시엄은 안진에 적정가치 평가를 의뢰했고 교보생명 주식을 주당 40만9000원으로 평가한 결과를 받았다. 반면 신 회장 측은 이보다 훨씬 낮은 주당 20만원대 중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FI 컨소시엄은 현재 교보생명이 계약을 이행할 의지 자체가 없었던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풋옵션 이행 의사를 밝힌 후 계약 당사자인 교보생명도 적정가치 평가를 의뢰했어야 하지만 평가기관 조차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FI 컨소시엄은 안진의 평가보고서를 근거로 2019년 3월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법원에 국제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주당 40만9000원으로 교보생명 주식을 평가했다. 신 회장 측이 주장하는 20만원대 중반과는 격차가 크다. 올 3분기 중에는 중재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중재 결정은 법원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기 때문에 향후 교보생명 경영권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FI에 유리한 판결이 날 경우 신 회장은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보유지분을 상당량 매각해야 하는 데다, 소송 기간 발생한 지연이자도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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