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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내부거래 사각지대 점검]글로비스 지분 매각, '지배구조 개편' 불씨 당길까⑧오너 지분율 29.9%…정의선 지분 10% 추가 매각해야

박상희 기자공개 2021-02-15 10:28:21

[편집자주]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불리는 사익편취 금지 규정은 2015년 2월 본격 시행됐다. 공정위 레이더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수 기업들이 오너일가 보유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거나 계열사 흡수합병을 통해 지분율을 낮추는 등 지배구조에 변화를 일으켰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6년 만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사각지대에 있던 기업들이 대거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편입된다. 사각지대에 있던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5일 16:1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글로비스는 언제쯤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오너일가가 수차례 주식을 매각해 지분율을 낮춰도 공정위 레이더망은 더욱 촘촘해져 현대글로비스를 압박하고 있다. 2015년 오너일가 지분율을 30% 아래로 낮췄지만 지난해 공정거래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현대글로비스는 6년 만에 다시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개정된 규정에 맞춰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을 20% 아래로 낮추더라도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을 전망이다. 사익편취 규정에 저촉되지는 않겠지만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가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익편취 규제는 경영권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해 오너 3·4세가 내부거래를 부당하게 활용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마련됐다. 결국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서 정 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돼야 현대글로비스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정 회장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경영권 승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정 회장의 묘수는 무엇일까.

◇정의선 회장, 사익편취 규제에 지분 매각 '정공법' 대응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은 서림개발, 현대머티리얼, 현대커머셜 등 3곳이다. 이 가운데 서림개발은 내부거래가 없고, 현대머리티얼과 현대커머셜은 그 비중이 각각 3.81%(금액 106억원), 3.64%(169억원) 수준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관련 문제될 게 없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관련 초미의 관심사는 현대글로비스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12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다시 규제 대상이 됐다.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총수 일가 지분율은 29.9%다.

종전에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30% 이상(상장사 기준, 비상장사는 20% 이상) 보유한 계열사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었다. 법 개정으로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인 상장·비상장 계열사'와 ‘이들 계열사가 지분을 절반 넘게 가진 자회사'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확대됐다.

3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 짓지 못한 현대차그룹은 오래 전부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단골 손님이었다.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이 대표적이다.

사익편취 금지 규정은 2015년 2월 본격 시행됐다. 현대차그룹 오너일가는 이에 앞서 타깃이 된 기업의 지분율을 낮추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노션은 과거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했지만 2013년부터 약 3년에 걸쳐 지분율을 29.9%까지 낮췄다. 현대글로비스도 43.4%였던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15년 2월 29.9%까지 낮아졌다.

구체적으로 정 회장 지분율 매각만 살펴보면 2014년 이노션 지분 40% 중 30%를 모건스탠리PE,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아이솔라캐피탈 등 글로벌 재무적 투자자(FI)에게 넘겼다. 이듬해 7월 이노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구주 매출에 참여해 잔여지분 10% 중 8%를 다시 시장에 팔았다. 2015년 2월에는 글로비스 지분 8.59%를 매각했다. '지분 매각'이라는 정공법을 통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금액은 3조122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14조4745억원)의 21.57%를 차지한다.
*출처: 공정위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 현대글로비스 합병안 담겨…올해 재시동 가능성

재계는 공정거래법이 지난해 12월 전면 개정됐고 1년 뒤 시행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 회장이 조만간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2015년 시행됐을 때도 적극적으로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했다"면서 "과거 사례를 반추할 때 정의선 회장이 이번에도 뭔가 액션을 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29.9% 수준인 오너일가 지분율을 20% 아래로 낮추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추가로 지분 10%를 매각하면 된다. 다만 현대글로비스가 지배구조 개편 이슈와 맞물려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단순히 지분을 매각하는데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현대모비스 일부 사업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경영권 승계 작업까지 이뤄내겠다는 '일석이조' 묘수였다.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을 비롯한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정 회장은 추후 다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개편에 현대글로비스가 핵심 계열사인 점을 감안하면 정 회장이 단순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분을 10% 추가로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에 추가적인 변화가 생긴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분을 매각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감시의 눈초리가 계속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 부회장이 2015년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대글로비스는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지만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계속됐다. 시민단체 등에서 현대글로비스의 '편법적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문제 삼았다.

지분 매각 대금이 승계 재원으로 쓰일 것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 것도 부담이다. 정 회장은 2014년부터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으로만 1조15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정 회장이 추가적으로 현대글로비스 매각을 매각해도 이같은 꼬리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 사이 계열사 매출 비중을 낮추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지금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면 2015년보다 더 많은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이와 관련 현대글로비스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정의선 회장이 개인적으로 들고 있는 것이라 사익편취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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