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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싸이월드를 되샀다면 thebell desk

최명용 산업2부장공개 2021-02-17 08:20:24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6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억원. 원조 SNS로 이름을 날렸던 싸이월드의 몸값이다. 이름값을 쳐준 것도 아니었다. 체불임금 10억원을 갚아주는 조건으로 최대주주가 됐다. 아파트 한 채 값에 팔렸다.

10억원마저 여럿이 나눠 조달했다.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스카이이앤엠 등 5개 기업 컨소시엄으로 싸이월드Z를 세워 새 주인으로 나섰다. 싸이월드Z는 싸이월드를 모바일 버전으로 개편하고 가상 화폐를 발행해 새롭게 출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싸이월드는 한때 3200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했다. 100억장의 사진과 1억개의 동영상, 5억개가 넘는 음원이 저장돼 있다. 서비스 종료 직전에도 1000만명이 홈페이지를 방문했다고 한다.

싸이월드는 1999년 SK컴즈가 내놓은 SNS 서비스다. SK커뮤니케이션즈(약칭이 SK컴즈)는 1999년 라이코스코리아로 설립돼 2002년 넷츠고 합병과 함께 SK커뮤니케이션즈로 사명을 바꿨다. 앞서 1996년 지식발전소라는 명칭으로 설립됐던 엠파스도 2007년 흡수합병했다. 엠파스, 라이코스 등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싸이월드는 2014년 SK컴즈에서 종업원 지주회사로 분리됐고 이후 전제완 전 대표가 인수한 후 삼성에서 자금을 조달받았다. 이 자금으로 뉴스를 기반으로 한 새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 폐업 신고까지 했다가 극적으로 새 주인을 찾았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SK가 싸이월드를 되샀다면 어땠을까.

기업의 M&A엔 명분과 실리가 중요하다. 명분은 내세울만하다. 싸이월드는 거의 전국민의 추억이 담겨 있는 서비스다. SK가 시작했던 서비스를 되사와 살린다면 SK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연결지어 생각할 법하다. 국민들의 행복을 되찾아 주는 일 아닌가.

SK컴즈는 포털 서비스 네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트는 3대 포털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미미하다. 이외에 메신저 네이트온과 싸이메라란 이름의 카메라앱도 서비스하고 있다. 여기에 싸이월드로 SNS서비스를 붙이는 건 포트폴리오 확장이란 명분을 살릴만하다.

실리 면에선 물음표가 좀 붙는다.

싸이월드 인수 금액은 10억원이라고 하지만 이를 되살리는 데 들어갈 비용은 이보다 훨신 크다. 서비스 정상화까지 얼마나 들지 모른다. 싸이월드Z는 가상화폐로 이를 조달할 계획이다. 전제완 전 대표도 가상화폐를 발행해 싸이월드 운영자금을 마련하려 했다. 한차례 실패했던 모델이다.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싸이월드는 과거 이용자 정보 유출 사건에 휘말렸다. 두차례 실패한 서비스란 것도 부담이다. 차라리 신규 서비스를 런칭하는 게 낫지, 한번 훼손된 이미지를 되살리는 데엔 몇 곱절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한 올드한 느낌도 부담이다.

SK텔레콤은 수년째 탈통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도 내놓았고 수 많은 투자도 단행했다.

탈통신을 노리는 SK텔레콤은 결국 네이버나 카카오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 더 나아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구글도 경쟁 상대다. 이들은 SK텔레콤의 통신망을 이용하면서 더 많은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사들은 여전히 '텔레콤'의 한계에 갇혀 있다. 그것이 규제든, 심리적 장벽이든, 이미지이든 극복할 과제다.

싸이월드로 실리 문제를 따지기 전에 다시 도전해봤으면 어땠을까. 이참에 또 다른 SNS서비스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네이트를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개편하는 것도 도모할 법하다. 동영상을 하든, 가상화폐를 하든, 금융을 하든,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 '탈통신'을 외칠수 있지 않을까. 텔레콤이란 이름부터 서둘러 바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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