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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도 '옥석' 가리나…찬바람 날린 씨이랩 청약 공모주 열풍에도 최저 경쟁률 기록…비싼 공모가에 풋백옵션 부재

이경주 기자공개 2021-02-19 13:54:39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8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영상분석 업체 씨이랩이 IPO(기업공개) 일반청약에서 올 들어 가장 저조한 성과를 냈다. 작년 말 대형흥행을 거둔 알체라와 다방면에서 유사해 성공이 예상됐던 IPO였다.

알체라와 달랐던 건 눈높이를 상향한 공모가였다. 일반투자자 보호 장치도 없었다. 상장 후 유통주식수도 많았다. 매력이 크게 반감된 요인으로 꼽힌다. 기관이 아닌 '개미'가 옥석가리기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결과다.

◇동종 IPO 직전에 대박유사한 후속 딜은 '외면'

씨이랩은 이달 15~16일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청약에서 경쟁률 195.51대 1을 기록했다.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이례적 흥행실패다. 올 들어서도 공모주 열풍은 지속되고 있다. 총 15곳이 일반청약을 진행했는데 1000대 1 경쟁률이 넘은 곳이 10곳이나 된다. 엔비티는 4397대 1이란 신기록까지 썼다.


나머지도 준수했다. 유일에너테크는 683대1, 씨앤투스성진은 674대 1, 핑거는 939대1 이었다. 피미파마(전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237대 1로 다소 저조했는데 1월 최대 빅딜이었던 탓이다. 공모액이 5000억원에 가까웠다. 공모액이 클수록 경쟁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씨이랩은 공모액이 227억원에 불과한 소형딜이다.

씨이랩은 본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됐다. 동종업체가 유사한 공모구조로 직전 IPO에서 대박을 거둔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AI 영상인식 업체 알체라는 지난해 12월 초 기관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1315.61대 1이었다. 일반청약도 1322.58대 1로 높았다. 상장 후에도 인기가 이어졌다. 올 1월 공모가 희망밴드상단인 1만원으로 상장했는데 당일 2만6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따상'을 기록했다. 현재 주가(17일 종가) 3만3500원으로 더 높아졌다.

공모구조는 비슷했다. 모두 특례상장으로 미래추정 실적을 근거로 밸류에이션을 정했다. 알체라는 성장성특례를, 씨이랩은 기술특례 방식을 택했다. 성장성 특례는 주관사가 추천할 경우, 기술특례는 거래소 지정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상장에 도전할 수 있다.

예상 실적도 비슷했다. 2023년 추정 순이익(연할인율 적용)이 알체라는 83억원, 씨이랩은 62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여기에 밸류 산출을 위해 적용한 피어그룹(유사기업) 평균 주가수익비율(PER)도 알체라는 22.15배, 씨이랩은 20.98배로 대동소이했다. 더불어 양사 모두 100% 신주모집이었다.

◇공격적 공모가에 보호장치는 없어…유통물량도 열위

때문에 씨이랩에 투심을 제약한 분명한 요인이 있었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선 우호적 시장 분위기에 기댄 공격적 공모가와 투자자 보호장치 부재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했다.

씨이랩은 기관수요예측에선 흥행했다. 이달 8~9일 진행했는데 경쟁률 1371대 1을 기록했다. 이에 공모가를 당초 계획보다 높였다. 희망밴드는 2만3000원~3만1000원이었는데, 상단보다도 13% 가량 초과한 3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알체라 대비 높은 몸값을 추구했다.

반면 일반투자자에 대한 보호장치는 알체라는 있었던 반면 씨이랩은 없었다. 알체라는 성장성특례라 주관사가 의무적으로 상장 후 6개월간 일반청약자에게 풋백옵션을 부여해야 한다. 일반청약자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 옵션행사를 통해 공모가의 90% 가격에 주식을 주관사에게 되팔 수 있다.

씨이랩은 기술특례라 주관사에게 풋백옵션 의무가 없다. 다만 의무사항이 아니더라도 투자자보호를 위해 풋백옵션을 넣는 경우도 있다. 올 초 상장한 씨앤투스성진 주관사 미래에셋대우가 의무가 없음에도 풋백옵션을 넣었다.

오버행(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 우려도 씨이랩이 더 높았다. 씨이랩은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이 전체 주식의 42.93%다. 반면 알체라는 37.1%였다. 오버행은 주가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업계에선 일반투자자가 옥석가리기를 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기관 대비 전문성과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뒤엎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상장 이후 주가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청약열기가 올해도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씨이랩 흥행부진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기관이 아닌 일반투자자들이 공모가와 풋백옵션, 유통물량 등에 대한 약점을 파악하고 선별 투자한 것이라면 시장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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