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젊은 부자에게 배우는 생존 방식 [thebell desk]

김용관 산업1부장 겸 부국장공개 2021-04-09 08:25:01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8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수성가형 젊은 부자들의 기부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재산 절반인 5조원 이상을, '배달의 민족(배민)' 창업자인 김봉진 이사회 의장은 5000억원 정도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흙수저' 창업자를 중심으로 통큰 사회 환원이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최고의 자리에 있을때 기부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유니콘 기업의 창업자로서, 벤처기업가로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젊은 세대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있다. 그런 롤모델들이 적극적으로 부를 사회와 나눈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크다. 김 의장은 자신이 그리는 카카오의 미래를 ‘위대한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기업이 선한 의지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게 김 의장의 지론이다. 기존 재벌 오너들과는 다른 새로운 기업가 모델이다.

세상은 점점더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 분배의 기초가 될 경제 성장은 사실상 멈췄다. 실업은 늘고 고용의 질은 나빠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최악의 불황이라고 아우성이다. 청년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자식을 포기한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저성장·저소비로 정의되는 뉴 노멀(New Normal)의 일상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앞서 고도 성장의 시대에는 재벌 성장의 잉여를 향유하는 것만으로도 불만을 잠재울수 있었고 편법과 허물이 덮였다. 하지만 소유한 부(富)의 크기가 커지면서 그걸 지키는게 일이 됐다. 그 과정에서 편법과 일탈, 불공정도 불사했다. 재산을 지키기 위해 형제나 부자간에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일도 숱하게 봤다. '승계' 문제로 감옥을 드나드는 재벌 오너 역시 당연히 내야할 돈(증여세)을 '쓰지 않아도 될 비용' 정도로 치부하는 바람에 결국 사달이 났다.

SK를 시작으로 LG, 현대차까지 확대된 급여 문제도 마찬가지다. MZ세대들은 인사평가를 납득할 수 없다고 한다. 성과급의 기준이 뭔지 밝히라고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요구한다. 20~30대 젊은 직장인의 불만은 과거 샐러리맨들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네이버, 카카오, 크래프톤 등 IT 기업들의 파격적인 연봉 인상 레이스는 기존 재벌 기업의 방식과는 크게 다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반기업정서 기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민간 기업 109개사 중 93.6%가 반기업 정서가 존재한다고 느꼈다고 한다. 2019년 모 언론이 실시한 '재벌 및 재벌개혁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 역시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2명은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재벌의 국가 경제 기여 등 긍정적인 측면은 더이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젊은 부자들의 기부 문화는 뉴 노멀의 새로운 생존 방식으로 눈길을 끌만하다. 그들은 일군 부를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물려받은 부가 아니어서 ‘내 것’이라고 주장할 만도 한데 ‘사회에 빚져 얻은 부’라며 몸을 낮춘다. 김봉진 의장은 “기부를 통해 내가 쌓은 부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 신의 축복과 사회적 운, 수많은 분의 도움에 의한 것임을 공개적으로 고백한다”고 했다. 세상에 존경 받는 부자가 많지 않은 건 '내 것'을 타인과 공유하는게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가족과도 나눠갖지 못하는 재산인데 하물며 타인이야 말할 것도 없다.

사회와 불화하고 있는 재벌들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건 결국 가진 것을 주변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자선'이 아니라 힘든 시기를 함께 버텨나가기 위한 '상생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좁게는 직원과 비정규직과 협력업체에게, 넓게는 시민과 사회와 국가에게 그 몫을 나눠야 한다.

이제 왕좌에 오르거나 오를 예정인 재벌 오너들은 젊은 부자들로부터 우리 사회와 화해할 수 있는 생존 방식을 배우길 바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