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한화]사업형 실질 지주사의 진화...이번엔 '질산'배당 확대 가능성 조명…업계 고수익 기업 '휴켐스'도 눈길
박기수 기자공개 2021-04-22 12:48:41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0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 지배구조에서 최상단에 위치한 회사인 ㈜한화는 지주사격 회사지만 엄밀히 따지면 지주사는 아니다. 계열사로 한화생명보험 등 금융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탓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사의 금융사 지분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한화가 항상 그룹 지주사'격' 회사, '실질적' 지주사 등 각종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한화는 다른 대기업 지주사들과 달리 개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 개별 사업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도 작지 않다. 지주 업무만을 보는 LG그룹의 ㈜LG나, 주력 사업을 계열사를 통해 영위하고 투자사업에 주력하는 SK㈜와는 다른 모습이다.
최근 ㈜한화는 자체 보유 사업을 한 번 더 진화시키기로 했다. 글로벌 사업 부문이 190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전라남도 여수 산업단지에 질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면서다.
㈜한화는 이달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12만 톤인 생산 규모를 2년 뒤 52만 톤까지 큰 폭으로 늘린다"라면서 "일본 수출 규제 조치 이후 관심이 커진 반도체 세정제 등 정밀화학 분야로의 사업 전환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질산은 ㈜한화의 화약 사업에서 원료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초안·질산유도체 제조를 통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증착 및 세정, 고품질 금속산화물 박막 형성 세라믹 등에도 쓰인다. ㈜한화 관계자는 "단순히 생산량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밀화학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휴켐스처럼 고수익 올릴까
이번 증설로 ㈜한화가 수익성 증대를 이뤄낼 수 있을 지 업계의 관심사다. 질산 사업의 향후 행보는 국내 질산 1위 사업자인 '휴켐스'의 실적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휴켐스는 매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만큼 정밀화학 업계에서도 고수익 기업으로 평가 받는 곳이다. 작년에도 휴켐스는 매출 5935억원, 영업이익 952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16%를 기록한 바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질산 시장은 국내에서 휴켐스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고수익을 올렸던 곳"이라면서 "㈜한화의 질산 사업은 한화솔루션 등 고정적인 수요처가 있기 때문에 추후 수익성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화는 작년 별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4조775억원, 167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1287억원을 기록했다. 이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 초 654억원의 배당금을 풀었다. 질산이 캐시카우 사업으로 거듭나고, 배당성향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한화의 주주들이 수취할 배당금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한화의 주요 주주인 김승연 회장(최대주주)과 김동관 사장, 김 사장이 보유한 에이치솔루션 등은 총수 승계 작업과 긴밀히 맞물려 있는 주체들이다. ㈜한화로부터 받는 배당금은 추후 일어날 수 있는 부자간 지분 증여에 대한 증여세나 김 사장의 ㈜한화 지분 매입 등에 주요 재원으로 쓰일 전망이다.
◇사업 양수도·매각·개편…㈜한화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
현재 ㈜한화에는 세 곳의 사업 부문(△방산 △글로벌 △기계)이 있다. 이번 질산 증설은 글로벌 부문 내 케미칼사업부의 이벤트다.
이번 증설 이전에도 ㈜한화는 최근 몇 년간 크고 작은 사업 개편 과정을 밟았다. 2019년과 작년 각각 자동차부품 회사인 에이치오토모티브와 분산탄 사업을 영위하는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를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회사 간 사업 양수도도 활발했다. 2018년 12월에는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한화정밀기계에 공작기계사업을 693억원에 넘겼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항공사업을 양도하면서 1669억원을 받았다.
반대로 사업을 받은 경우도 있다. 2016년 11월 당시 한화시스템과 한화테크윈으로부터 해양·지상 무인화체계 사업을 들여왔다. 또 한화디펜스로부터 항법 및 레이저사업을, 한화정밀기계로부터 협동로봇사업을 양수했다. 각 사업들은 현재 ㈜한화의 방산 부문과 기계 부문에 소속돼있다.
작년에는 무역 부문에 속해있던 유화·기계 사업을 각각 방산·기계 부문으로 통합시키고 무역 부문내 철강·식량자원 사업은 정리하기도 했다.
시장 관계자는 "㈜한화는 공식적으로 지주사는 아니지만 사실상 지주사와 같은 회사로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과 함께 한화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라면서 "2010년대 중반 이후 수 차례 사업 개편으로 현재 모습을 만들었고 이제는 정밀화학업으로 무게추를 옮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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