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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팬데믹 적자생존기]위기가 드러낸 진가, '판의 재편' 승자 비결은①'구조조정·브랜드·규모의 경제' 선점, 경쟁사 도태 '반사효과' 수혜까지

전효점 기자공개 2021-07-08 08:11:36

[편집자주]

위기는 기업의 진가를 드러낸다. 시장 재편과 맞물려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딛고 서 있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든다. 준비된 기업은 '새판 짜기' 속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외형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강자로 거듭난다. 반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은 자생력을 잃고 퇴화하면서 시장에서 도태된다. 게임체인저가 된 코로나19로 승자와 패자가 갈린 업종별 소비재시장을 짚어보고 살아남은 업체들의 전략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6일 13: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발발한 코로나19는 올해 현재까지 국내 소비재 유통시장의 '판의 재편'을 가져오면서 게임 체인저로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유통시장의 각 업종 가운데 코로나19 영향에서 자유로운 분야는 거의 없었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우선 업종에 따라 극명하게 나타났다. 소비재 업종 가운데 주로 이커머스 등 비대면 업종이 포진한 '뉴이코노미'가 수혜를 받았고, 오프라인과 점포에 기반한 '올드이코노미'는 피해를 입었다. 또 중국인을 비롯해 해외 인바운드 수요에 의존하던 관광·호텔, 면세, 화장품업계는 피해를 입었다. 내수에 기반한 백화점, 식품업계 등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했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보면 같은 업종에서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마치고 신성장 동력 기반을 마련해둔 기업들은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하는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며 성장했다. 반면 재무적으로 부실이 쌓이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업계 전반이 성장하는 가운데 나홀로 역성장하거나 심지어 문을 닫았다.

◇'옥석 가리기' 시금석 된 코로나19, 동종업종서도 희비 엇갈려

코로나19가 가져온 충격은 각 유통채널 매출 성장률 그래프에서도 확인된다. 업종 평균 매출성장률을 살펴보면 집계된 채널 대부분이 지난해 초반부터 현재까지 평년 대비 유례없는 변동성을 맞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심화와 완화가 반복되면서 수요의 축소와 회복이 연달아 일어았다. 매출성장률이 급격히 치솟기도 하고 성장세가 평균 이하로 하락했다.



이같은 변동성은 각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의 위치를 뒤바꾼 원인이 됐다.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한 기업들은 지난해와 올해까지 업종 평균을 상회하는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상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재무적 체력이 약하고 변화한 소비 행태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고 점유율을 뺏겼다. 변동성은 수혜업종과 피해업종을 가리지 않고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먼저 코로나19로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업종인 백화점, 편의점 시장을 들여다보자. 같은 시장 속에서도 기업간 희비가 엇갈렸다.

백화점은 올해 출국으로 표출되지 못한 내수 보복소비 수요가 집중된 대표적 수혜 업종으로 꼽히지만 모든 기업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신세계는 올해 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업황이 최악이 국면을 맞았던 지난해에도 나홀로 기존점 성장을 유지하면서 경쟁사와 격차를 벌렸다. 2017년부터 추구해온 지역 1등 점포 전략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명품, 하이엔드 주얼리,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 라인업을 완성시켰고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경쟁력 기반이 돼줬다.

반면 소형 점포를 위주로 다수 출점한 롯데백화점과 저가 소비계층을 타깃팅했던 지역 브랜드 백화점은 실적이 급감했다. 대구백화점 등 굴지의 지역 기반 브랜드 백화점들은 사실상의 폐점 절차에 돌입하기도 했다.

편의점업계에서는 CU 운영사인 BGF리테일과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 독주 체제를 굳혔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양사는 코로나19 위기를 출점 확대라는 공격적인 성장 전략으로 극복해냈다. 반면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재무적 부실이 쌓인 이마트24와 사업재편과 효율화 등 소극적 전략을 택했던 코리아세븐, 미니스톱 등 후발 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입지가 축소됐다.


반대로 코로나19로 악화된 시장 환경에 직면한 업종은 어떨까. 식자재 유통 시장은 전방 산업인 외식업계와 급식업계 분위기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상당한 타격을 받은 대표적인 업종 가운데 하나다. 소수 대기업과 수만 개에 이르는 군소업체로 구성돼 있던 식자재 유통 시장은 지난해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영세업체들이 무더기로 폐업하면서 일대 재편이 이뤄졌다.

그러나 시장 전체의 위축은 생존한 기업에게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CJ프레시웨이, 동원홈푸드, 대상 등의 과점 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이 둔화되고 외식업황이 되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시장 재편의 반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영세한 경쟁사들이 줄도산하면서 생겨난 공백을 대규모 바잉파워(buying power)에 따른 가격 경쟁력과 전국 유통망으로 메워버리면서 점유율을 오히려 높이고 있다.

호텔업계 역시 코로나19와 맞물려 극도로 위축된 업계로 꼽힌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와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내수가 급감하면서 일부는 도미노 폐업 행렬을 이뤘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영업손실 끝에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은 올해 1월말로 영업을 종료했다. '르메르디앙호텔' 역시 2월 문을 닫았다. 밀레니엄힐튼호텔과 신도림 쉐라톤디큐브시티호텔 등도 매각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위기를 버틴 기업들은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다졌다. 호텔롯데, 호텔신라는 생존의 기로에서 긴급 자금을 수혈하고 비대면 서비스 강화와 위탁 운영 등을 앞세워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경우 8년 만에 사명을 변경하고 독자 브랜드 확립을 위한 투자를 집중했다. 이들은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부실 호텔의 폐업으로 생긴 시장의 빈 자리를 앞다투어 메우고 있다.


◇시장 이긴 비결은…'효율화·브랜드파워·규모의 경제'

'옥석 가리기'는 화장품 시장, 이커머스, 할인점, 식품, 주류업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수혜가 일회성에 그치는 기업과 구조적인 반등의 기반을 마련한 기업은 구분돼야 한다.

코로나19로 구조적으로 수혜를 입은 기업들은 업종을 불문하고 위기 이전부터 강력한 브랜드파워와 규모의 경제, 신시장 확보 등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한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재무적 체력이 떨어질 때마다 발빠른 구조조정을 통해 코로나19를 맞닥뜨리기 전에 부실을 털어냈다. 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던 소비 행태의 흐름을 경쟁사보다 먼저 내다보고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결국 평시에도 기초체력을 성실하게 다져온 기업들은 위기에도 살아남았다. 뿐만 아니라 경쟁사 도태로 인한 반사 효과까지 오롯이 입으면서 시장의 승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업종을 불문하고 시장 재편이 이뤄졌다"며 "시대를 내다보고 명확한 사업적인 지향점을 갖고 있으면서 미래에 투자하고 선제적으로 사업 효율화를 마친 기업들은 위기에 처할수록 진가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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