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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는 삼성SDI]재무라인 기저에 깔린 '미전실' DNA③공격적 레버리지보다 안정에 방점, 자본시장 활용 소극적

원충희 기자공개 2021-07-15 07:06:49

[편집자주]

정부와 국내 배터리 3사가 '세계 최고 배터리 강국'을 실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빠르게 생산능력을 키워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느냐다. 특히 승부처는 미국이다.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삼성SDI만 미국 현지에 셀 라인 구축 계획을 내놓지 못한 상태인데 삼성SDI도 조만간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할 전망이다. 미국 진출을 앞둔 삼성SDI의 재무여력과 향후 전략 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3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는 배터리 3사 가운데 보수적 재무기조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2016년 적자를 겪은 경험이 각인돼 있는데다 옛 미래전략실 출신들이 대대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으면서 전자계열사들 특유의 재무성향이 삼성SDI에도 뿌리내렸다. 현금을 대량 보유하고 자본시장을 통한 조달에 소극적이며 레버리지를 자제하는 전략이다.

삼성 전자부문 계열사들은 국내외 경제와 산업에서 상당한 위상을 갖고 있지만 유독 자본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의지가 별로 없고 웬만하면 자체 영업현금흐름 내에서 시설투자, 증설 등을 진행한다.

주력사인 삼성전자는 순현금이 100조원이 넘을 정도로 투자 재원이 풍족하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S 등도 조 단위가 넘는 현금을 보유 중이다. 삼성SDI 역시 1분기 말 기준으로 1조7000억원의 현금자산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김홍경, 권영노, 김종성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 경쟁사들이 배터리사업을 떼어내 상장(IPO)시켜 외부자금을 끌어오려는 것과 달리 삼성SDI는 분사계획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차입을 대거 끌어오지도 않는다. 경쟁사의 순차입금비율이 각각 65%(SK), 44%(LG)인데 비해 삼성SDI는 17%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바짝 추격하는 SK이노베이션은 증설에 매년 2조~3조원을 투자한다. 재원마련을 위해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 IPO를 통해 2조2400억원을 모집했다. 이에 맞서 삼성SDI도 헝가리법인 증설에 1조원 가량 투·융자를 집행하는 등 나름의 생산력(캐파) 확대를 추진하나 경쟁사 대비 보수적이란 평가가 붙는다.

전자업계에선 삼성SDI의 이 같은 재무전략 기조는 삼성 전자부문 계열사의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맏형인 삼성전자마저 휘청했던 이후로 차입 및 부채비율을 낮은 선에서 관리하는 재무성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5년쯤 최도석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사장이 IMF 시절을 회고하는 얘기를 강연장에서 한 적 있는데 당시 삼성전자의 실질적 자기자본이 제로였다고 한다"라며 "그 이후로 삼성그룹은 전반적으로 현금을 넉넉하게 보유하고 자본시장 조달을 딱히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짙어졌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채비율이 낮은 기업이 신용경색(크레딧 리스크)이 터질 때 우려가 적고 회복이 빨랐다. 이상민 카카오페이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1997년 말부터 1998년 1월까지 진행된 주가흐름에서 시가총액 50위 내 종목 가운데 이 기간 주가상승률 톱5 중 4종목이 삼성그룹주(삼성전자·전기·SDI·화재)였다.

서브프라임 금융위기가 진정된 2009년 1월 말부터 2009년 7월 말까지의 주가도 시가총액 100위 내 종목들이 28.1% 상승한 가운데 삼성그룹주는 40.33% 올랐다. 크레딧 리스크가 부각될 때 재무안정성이 좋은 기업, 즉 레버리지가 적은 삼성 계열사들이 시장에서 돋보였다.


이런 재무성향이 삼성SDI에 안착된 계기로는 미전실 출신 CFO들이 지목된다. 2015년 말 삼성SDI 경영지원실을 맡은 김홍경 당시 전무(전략1팀 출신)를 비롯, 권영노 부사장(경영진단팀 출신)에 이어 현 김종성 부사장(전략1팀 출신) 모두 미전실에 몸담았던 인사들이다. 이들을 통해 공격적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기보다 재무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방점을 두는 재무전략이 뿌리내렸다는 시각이다.

이 와중에 겪은 2015~2016년 영업적자는 삼성SDI의 재무기조를 더욱 신중하게 만들었다. 2014년 7월 제일모직의 소재사업부(케미컬 및 전자재료)와 합병한 뒤 디스플레이 패널(PDP)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사업구조 개편에 수반되는 비용을 감내해야 했다. 아울러 스마트폰 시장 정체로 주력사업이던 소형전지 판매가 감소하면서 2015년 2675억원의 영업적자를, 2016년에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까지 겹치며 9264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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