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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 '사외이사=사추위' 후보자 검증 느슨했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시스템 분석]대주주 국민연금 '출석률 저조' 반대표, 롯데 주요 계열사 중 유일

이효범 기자공개 2021-07-15 08:13:25

[편집자주]

기업경영 감독,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한 사외이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외이사 후보군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고 추천·선임되는지는 기업마다 사실상 베일에 싸여 있는 상황이다. 후보군 관리, 추천 경로 공개 등을 요구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과 달리 비금융 기업은 사외이사후보 추천 시스템이 자율에 맡겨져 있다.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후보추천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4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사외이사 5명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하고 있다. 롯데지주, 롯데쇼핑 등 다른 계열사들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포함해 사추위를 구성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통상 사외이사들로만 구성하는게 독립성 측면에서 더욱 양호한 평가를 받기도 한다.

롯데칠성음료 사추위는 그러나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주주와 시각차를 드러냈다. 사추위의 검증을 거쳐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와 달리 롯데그룹 다른 계열사들의 주총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국민연금은 모두 찬성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이사회는 대표이사를 포함해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들은 모두 이사회 산하 사추위의 추천으로 발탁됐다. 5명의 사외이사들이 모두 사추위 위원직을 맡고 있다. 이들은 또 감사위원회 위원을 겸직하면서 이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외이사들의 직종은 학계, 세무, 법조계 등으로 구분된다. 학계 출신은 대학교 교수들이 주를 이룬다. 경영학, 전기정보공학, 농경제사회학 등 다양한 전공분야 교수들을 비롯해 세무전문가와 법률가 등이 사외이사로 포진해 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는 기업경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한다는 이사선임과 관련된 세부원칙으로 명시돼 있다.

사추위의 설치 목적은 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서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사외이사 후보자에 대해 회사 및 최대주주에 대한 독립성 여부, 전문역량 등을 검증해 이사회에 추천하는 데 있다.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로 후보자 추천을 결의한다. 후보자는 이사회, 주주총회의 동의를 거쳐 사외이사로 선임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사외이사에 대한 정보제공 측면에서는 후보자 상세 이력 및 전문분야, 후보추천 사유, 독립성(이해관계) 확인 내용, 겸직현황 등을 공개하고 있다. 다만 사외이사 후보군을 최초에 어떤 경로를 통해 발탁하는지, 또 관리하는 후보군 자체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추위는 후보자를 검증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추천한 후보자를 두고 주주들에 비해 다소 느스한 잣대를 대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 상정한 사외이사 선임 관련한 2개 안건에 국민연금이 모두 반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은 2020년말 기준 지분 8.72%를 보유한 주요주주다.

롯데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국민연금의 동의를 얻은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주요 상장계열사 7곳 가운데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총 15건이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 반대표를 받은 안건 3개는 모두 롯데칠성음료 주총 안건에 몰려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경구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과 한보형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2명의 사외이사 모두 사추위의 추천을 받아 선임됐다.

임 사외이사는 국세청 조사국장을 역임했고, 세무법인 케이파트너즈 대표세무사를 맡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법인, 국제조세 분야 전문가로 꼼꼼한 기획력과 뚝심있는 업무추진력을 겸비해 책임감 있는 업무수행과 윤리성을 바탕으로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선임 배경을 명시했다.

국민연금은 그러나 임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중요한 지분·거래·경쟁관계 등에 있는 회사의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에 해당한다"며 반대했다. '국내주식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에 명시된 내용을 근거로 삼고 이해상충 문제를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임 사외이사는 롯데칠성음료와 직간접적인 지분관계에 있는 회사에 몸담았던 경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또 한 사외이사 연임과 관련해 이사회 출석률 문제를 지적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직전 임기 동안 출석률이 75%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한 사외이사는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의 교수로 컴퓨터 비전, 기계학습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롯데칠성음료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사업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발탁한 인사다.

다른 기업들에서도 출석률은 사외이사를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다. 롯데칠성음료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출석률을 공개하고 있다. 한 사외이사의 출석률은 66.7%로 사외이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롯데칠성음료는 사외이사 연임과 관련해 명확한 출석률 기준을 두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큰틀에서는 연임과 관련해 사추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찾아보기 어렵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임경구 사외이사가 속해 있는 세무법인은 회사와 직접적인 거래(세무)관계 등 이해관계는 없다"며 "또 한보형 사외이사의 직전임기 출석률이 국민연금 판단 기준보다 낮은 건 맞지만 교수로서 학사 일정이나 긴급하게 열린 이사회 결의 등을 감안할 때 연임에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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