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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인사이드/소프트뱅크벤처스]본질 벗어난 투자로 10년 소송전, 반면교사 됐다②잭팟 거둔 쌍용제지 결국 폐업, '딜 가로채기' 논란에 평판 타격

박동우 기자공개 2021-07-20 08:54:19

[편집자주]

벤처 육성과 창업 활성화 기조로 벤처캐피탈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벤처캐피탈 르네상스는 창업 생태계 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환기 시장을 이끄는 주역들의 성장 스토리를 비롯한 경영전략과 맨파워, 투자현황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6일 13:2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가 21년 동안 겪은 여러 사건 가운데 오랫동안 회자되는 사례는 무엇일까. '쌍용제지 인수' 건이다. 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했으나 쌍용제지가 폐업하면서 기업 경영을 정상화하고 밸류업(value-up)을 촉진하는 당초 투자 취지에는 어긋나버렸다.

초기기업 발굴에 주력하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모토와도 맞지 않는 투자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딜(Deal)을 가로챘다는 논란에 휩싸여 장기간 소송전도 벌이는 등 오점을 남겼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이러한 성장통을 극복했다. 쌍용제지 인수 사례는 기술 혁신을 추구하는 창업가와 신생기업을 발굴하는 벤처캐피탈의 본업에 더욱 집중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바이아웃' 신호탄, 매끄럽지 못했던 딜 소싱

소프트뱅크벤처스는 2003년에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로 등록하면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부문으로 딜(Deal) 소싱의 보폭을 넓혔다. 2000년대 벤처 창업의 열기가 가라앉으며 초기기업 투자 여건이 악화되자 새롭게 수익을 창출할 분야로 점찍었다.

2006년 쌍용제지를 인수하며 신호탄을 쐈다. 당시 쌍용제지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꿰찬 산업용지 부문을 중심으로 안정적 실적을 시현했다. 덕분에 투자 매력이 충분한 회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P&G가 보유한 지분 99.9%를 657억원에 사들였다. 목재 수입 전문 기업인 DK코리아와 손잡고 만든 특수목적회사(SPC)인 '에스비크라프트'를 활용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쌍용제지 딜에 투입한 실탄은 약 10억원이다. 나머지는 DK코리아의 자금(90억원)과 차입 등으로 충당했다.

거래는 순조롭게 종결됐지만 딜 소싱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부동산 개발 업체인 씨더블유에셋(옛 청운씨앤디)의 요청을 받아 운용사 명의만 빌려주고 인수를 대행하는 계약을 맺은 게 발단이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씨더블유에셋과 컨소시엄 구성을 협의했으나 문제를 포착했다. 씨더블유에셋이 쌍용제지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인수 대금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자 자칫 배임죄에 연루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국P&G가 공장 부지 매각을 우려해 부동산 개발사를 인수 적격 대상에서 배제한 대목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씨더블유에셋과 논의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단독 인수를 진행했던 배경이다.

딜 던(Deal Done) 이후 씨더블유에셋은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쌍용제지 주식 처분을 제한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인수 대행 위탁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며 배임 혐의를 내세워 2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10년간 이어진 법적 분쟁, 밸류업 노력 소홀 '옥의 티'

소송전은 10년에 걸쳐 진행됐다. 2012년 2심 재판부는 씨더블유에셋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애초 보수를 받고 쌍용제지 인수 대행을 맡은데다, 씨더블유에셋이 인수금 조달 방안의 위법성을 시정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점을 감안해 부득이한 사유 없이 계약을 해지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의 흐름은 이내 바뀌었다. 2015년 대법원은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손을 들어주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인수를 마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하면 씨더블유에셋이 이익을 못 얻는 것으로 이미 예정돼 있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2016년 서울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에서도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법적 분쟁을 이겨내고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쌍용제지 투자 건을 10년 만에 엑시트(자금 회수)했다. 2016년에 투자 원금의 25배인 약 250억원을 챙겼다. 보유한 지분을 유상감자하는 방식을 구사했다. 벌어들인 자금 중에는 경기도 오산 공장 부지에 대한 후순위 담보 수익권으로 받은 200억원도 포함돼 있었다. 사업장 부지를 팔아 투자금을 회수한 셈이다.

경이로운 성과의 단면에는 쌍용제지의 몰락이 자리잡았다. 2010년대 들어 제지업계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쌍용제지의 실적도 위축됐다. 2014년 지류 제조·판매 사업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쌍용제지 인수 건은 소프트뱅크벤처스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지만 딜 소싱과 엑시트 과정에서 미숙한 면모를 드러냈다. 특히 쌍용제지의 경영을 정상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데 소홀했다.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할 해법을 찾는 대신 잔여자산의 가치를 활용하는 데 주안점을 둔 탓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쌍용제지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초기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기술 혁신이 무르익은 회사를 발굴하는 기조를 실천하는 데 더욱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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