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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L&B, 그룹 유통파워 업고 '와인 왕좌 굳히기' [돈 되는 와인 니치마켓]②'캡티브 수요·전문점 출점' 기반 매년 30% 성장, 와인 수요 창출 견인

전효점 기자공개 2021-07-19 07:06:43

[편집자주]

불과 수년 전 맥주와 소주에 밀려 찬밥 취급을 받았던 국내 와인시장이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지난해 발발한 코로나19가 '홈술' 트렌드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중견기업에 이어 롯데, 신세계, 한화 등 대기업 유통계열사들도 먹거리를 찾아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빅뱅'이 몰아치고 있는 와인업계의 판세 변화와 기업들의 대응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6일 11: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에서 와인 수입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신세계엘앤비(이하 신세계L&B)는 최근 국내 와인시장에서 급격히 무소불위의 지위를 굳혔다. 신세계L&B는 2008년 설립됐지만 이후 10여년간 사업 기반을 닦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2016년 제정된 '김영란법'으로 주류 수입업계가 타격을 입은 틈을 타 금양인터내셔날을 제치고 눈 깜짝할 새 와인 시장 왕좌를 탈환했다.

2016년만 해도 매출 500억원을 간신히 넘겼던 신세계L&B는 이후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거듭해 지난해 매출 1000억원 고지를 돌파한다. 올해 성장세는 더욱 놀랍다. 코로나19에 따른 10여년 만의 호황을 타고 신세계L&B는 분기 매출 성장률 70%를 찍었다. 이런 추세면 연 매출 2000억원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그룹 '유통 네트워크' 업고 공격적인 판로 확장

신세계L&B의 고속 성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코로나19에 따른 '홈술' 트렌드로 총수요가 늘어난 외생 요인도 빼놓을 수 없지만 신세계L&B의 매출 성장률은 시장의 평균을 큰 폭으로 상회한다. 외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내재적 요인이 있다는 의미다.

시장 관계자들은 신세계L&B 성장 비결로 단연 신세계그룹의 탄탄한 유통 네트워크를 지목한다. 100% 모회사 이마트는 산하 160여개 할인점 및 창고형 할인매장, 슈퍼마켓 점포 240개, 편의점 점포 5300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 산하 백화점과 면세점도 와인 시장에서는 중요한 판로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수년간 이커머스발 유통 경쟁 심화에 직면해 오프라인 점포 경쟁력을 기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판매가 전면 금지된 주류 코너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마트의 경우 병당 4900원, 5900원 등 수천원대 '가심비' 와인을 매대에 대거 깔면서 소비자 발길을 이끄는 미끼 상품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이마트는 오늘날 신세계L&B 전체 매출의 50%를 책임지는 든든한 우군으로 자리잡았다.

편의점 계열사 이마트24의 기여도 크다. 이마트24는 편의점업계 후발주자로서 2016년 위드미에서 현재의 '이마트24'로 리브랜딩을 마친 후 연간 1000개 이상 점포를 신규 출점하는 공격적인 확장 정책을 택했다. 신세계L&B는 매년 1000개 이상의 신규 매대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마트24는 오늘날 이마트에 이어 신세계L&B 전사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고객사가 됐다.


이처럼 그룹 유통 계열사들의 주류 매입은 신세계L&B의 든든한 성장 기반이 됐다. 실제로 시장 1위에 등극하는 2017년까지 신세계L&B의 특수관계자 매출은 매년 늘어난다. 이때까지 신세계L&B는 그룹 특수관계 계열사들로부터 전사 매출 대부분을 거둬들였기 때문에 그룹 외 유통 판로 개척은 심지어 거의 신경도 쓰지 않았다.

2017년 이후 특수관계자 매출 의존도는 서서히 감소했다. 이는 신세계L&B의 자체 전문 유통점 '와인앤모어' 개점 확대에 따른 결과였다. 2018년~2019년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은 70%선, 2020년 60%까지 낮아지는데 이는 와인앤모어 매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시점과 겹친다. 와인앤모어는 수입사가 도소매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효과적인 유통 채널로 작용하며 모회사의 실적을 거두는 일등공신이 됐다.

신세계L&B는 2016년 7월 서울 한남동에 '와인앤모어' 1호점을 테스트점포로 오픈한 이래 이듬해 말까지 8개 점포 출점을 마무리 짓는다. 점포수는 2018년 11곳, 2019년 29곳, 올해 7월 현재 41개 매장으로 늘어난 상태다. 자체 매장은 신세계L&B 전체 매출의 약 10~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한화도 속속 가세…'중소 수입상→대기업' 경쟁 중심 변화

신세계L&B와 유통 계열사들의 이같은 공생 관계는 결과적으로 국내 와인 시장 전체의 저변이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소비자의 취향이 유통을 좌우하기도 하지만 유통 파워가 소비를 이끌어낸 직접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신세계그룹이 보여준 셈이다.

신세계L&B의 성공은 경쟁 유통 대기업들에게도 자극으로 작용했다. 롯데칠성음료 와인사업부는 지난해부터 신세계L&B 성공법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면서 그룹 계열사와 자체 매장 출점을 통한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역시 최근 주류 수입업 면허를 신청하고 와인 유통업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세계그룹이 촉발한 '와인 전쟁'은 앞으로 유통 네트워크를 보유한 대기업간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금양인터내셔날, 나라셀라, 아영에프비씨 등 1세대 와인 수입유통사 입장에서는 더욱 살아남기 쉽지 않은 경쟁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와인업계 관계자는 "와인은 여러 주종 가운데서도 수입사와 유통사의 권력 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나 수입사 입장에서 마진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며 "신세계L&B처럼 유통 모기업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준다면 여타 수입상과 출발선 자체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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