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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쓰기만 하던 현대오일뱅크, 낯선 '1800억' 뭉칫돈 친환경 경영 전환 재원 마련 차원…내년 IPO 방식 '신주 발행' 시그널?

박기수 기자공개 2021-07-21 07:54:23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9일 15:2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이례적으로 자체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 뭉치를 손에 쥐었다. 그간 현대오일뱅크는 지주사로의 배당을 비롯해 사업 확장을 위한 출자 등 '현금 유출' 이벤트가 잦았다. 일각에서는 현대오일뱅크에게는 낯선 이번 딜이 내년 이후 진행될 기업공개(IPO) 방식의 힌트를 제공했다고도 보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현대오일터미널의 지분 90%를 오리온터미널유한회사에 1800억원에 처분하는 건을 의결했다. 처분예정일자는 8월 31일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이번 자산 매각은 단순 '1800억원 짜리' 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선 자산 매각으로 현금을 보유하게 된 것이 근 10년 간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의 합작사 '현대케미칼', OCI와의 합작사 '현대OCI'를 설립하고, SK네트웍스의 직영 주유소 자산을 인수하는 등 외형 확장을 위한 투자에 무게추가 쏠려 있던 곳이다.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었던 곳이었다.

또 현대오일터미널이 '부실 자산'인 것도 아니었다. 현대오일터미널은 현대오일뱅크가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유류저장사업을 시작하며 출범시킨 회사다. 본업에 비해 규모는 비교적 작았지만 수익성이 높은 '알토란'같은 사업이었다.

매년 순이익률로 20% 안팎을 기록할 정도였다. 작년에도 매출 452억원, 순이익 109억원을 내며 순이익률 24.1%를 기록했다. 2010년대 후반에는 현대오일뱅크로 매년 50억~60억원을 배당하며 '현금 화수분'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이번 딜을 기점으로 더욱 '현금 모으기'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친환경 경영 전환에서 선봉에 서있는 계열사인 만큼 투자를 위한 적극적인 재원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올해 3월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85% 수준인 정유 사업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5%로 낮추고, 화이트 바이오·친환경 화학 소재·블루수소 등 3대 친환경 미래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까지 높인다는 '비전 2030'를 발표했다.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있어 재원 마련을 위해 기존 사업 중 정리할 것은 과감히 정리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오일터미널 지분 매각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인 셈이다.

현시점의 현대오일뱅크 지갑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향후 경영전략이 '현금 마련'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싣는다. 현대오일뱅크의 올해 1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471억원으로 차입금(3조9852억원) 규모를 고려하면 재무 상황이 여유롭다고 보기 힘들다.

이에 업계는 현대오일뱅크가 내년 상장을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구주매출보다 신주발행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추진했던 지난날의 경우 현대중공업지주에서 현금 수요가 있었고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이 강조됐던 시기"라면서 "그룹 차원의 재무 개선은 현대오일뱅크 프리IPO를 통한 '아람코 머니'로 일각 해소된 부분이 있고 이제는 현대오일뱅크가 현금이 목 마른 상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주관사 선정 이후 지정감사인을 신청하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돌입해 내년 상반기 코스피에 입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 IPO의 방식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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