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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세계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오징어 게임>에서 ‘456’이 의미하는 것경제 낙오자들의 서바이벌 게임 현장,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숫자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21-09-27 08:05:57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7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영화계는 올해 들어 <모가디슈>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화제작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틈을 국산 컨텐츠에 올해만 6000억원에 가까운 막대한 투자를 공언한 넷플릭스가 메우고 있다.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들이 예상외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 중 탈영병을 잡는 헌병의 군무이탈 체포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D.P.'는 소재의 신선함과 연출의 완성도로 인해 올해 공개된 모든 국산 컨텐츠 중에서 가장 큰 화제작이 됐다. 한국인 두 명 이상이 만나면 백신 접종와 'D.P.'가 화제에 오르지 않는 경우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 사회적 파장은 군대내 인권 문제를 정치권의 논쟁거리로 만들기도 했다.

'D.P.'가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경우라면 얼마전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해외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은 경우다. 9월말 기준으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와 미국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중 1위를 차지했고, 전세계적으로는 2위를 기록했다. 지극히 한국적인 이슈를 다룬 'D.P.'와는 달리 보편적인 경제 사회적 이슈를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형식으로 다룬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 서바이벌 게임은 목사, 의사, 탈북자, 증권맨, 독거 노인, 조폭, 사기꾼, 교사,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노동자 출신 백수 등 456명의 경제적 낙오자들의 목숨 값으로 인당 1억씩, 총 456억의 상금을 걸고 진행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456이라는 숫자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의 의도였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456은 여러 의미를 함축한 중요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456명의 참가자가 456억원의 상금을 두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우선 456은 경제활동인구를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15세 이상의 인구와 연관되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추정된 만 15세 이상 국내 인구수가 딱 4560만명이다. 총 인구수 5182만명 중 약 88%에 해당한다. 이 중 주부나 학생 등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한 2800여만명이 경제활동인구이고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수는 약 74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4560만명의 1.6%에 불과한 실업자수가 과연 현재의 경제 현실과 고용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업자의 정의가 ‘지금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일이 주어지면 할 수 있고, 4주간 구직 활동도 한 사람’을 의미하는데 여기에 속하지 않지만 어려운 환경에 처한 경제적 약자들을 너무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등장한 게임 참가자들도 주당 1시간 이상 일용직으로 일했거나, 건강 등의 이유로 일시 휴직을 하고 있어 취업자로 분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취업 준비나 나이, 건강 상의 문제를 이유로 아예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었을 수고 있다. 따라서 456명이라는 참가자 숫자는 오징어 게임이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설정을 명확히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456이라는 숫자가 가진 더 중요한 의미는 따로 있다. 바로 1, 2, 3 뒤에 나오는 숫자들이라는 사실이다. 3등까지만 성공으로 인정을 해주고 기억해주는 한국 사회에서 4, 5, 6등은 그저 실패자 혹은 낙오자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일깨워주기 위한 장치로 쓰인 것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상우(박해수 분)는 그렇게 3등 밖으로 밀려난 이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456명의 목숨 값으로 내건 상금 456억은 국내 로또 역대 최대 당첨금 407억(19회, 2003년 04월 12일)을 조금 넘어서는 금액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최근 1등 당첨금 평균이 20억대 중반이라, 세후 수령액으로는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사기에도 부족하다는 비아냥이 쏟아지는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인생 역전’이 가능할 것 같은 금액으로 정해진 것이다.

이렇게 456은 드라마의 무대가 된 한국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선택된 숫자임에 틀림 없다. 물론 그런 의미를 모른다고 해서 드라마를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염두에 두고 보면 드라마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의 현실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몸서리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b96oSVw75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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