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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관 돋보기/서민금융진흥원]임원 절반이 '관료'…친정부 인사 금융권 재취업 요람④이계문 원장, 이효근 부원장 등 서민금융 전문성 없는 인사들 요직에

류정현 기자공개 2021-10-08 07:43:13

[편집자주]

서민금융진흥원은 이제 출범 5년차에 접어들었다. 다른 금융공기관에 비해 짧은 역사다. 다만 그 존재감만큼은 최근 그 어느 곳보다 큰 상황이다. 코로나19,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인해 서민계층을 위한 정책금융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서민금융진흥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10주년을 향해 걸어갈 길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6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총 6명의 인물로 임원진을 꾸리고 있다. 원장과 부원장, 감사 등 상임이사가 3명이며 나머지 3자리는 비상임이사가 차지하고 있다. 이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운영위원회 논의 사항, 협정 및 협약 체결, 임원추천위원회 위원 선임 등 서민금융진흥원 원의 경영상 주요 사안을 심의·의결한다.

문제는 서민금융진흥원 출범 이래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 자리를 관료 출신 혹은 친정권 인사가 꿰차고 있다는 점이다. 총 6명 가운데 관료 혹은 친정권 인사가 5명이다. 서민과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정책 중요성이 커진 시점에서 서민금융진흥원이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임원 선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임원 6명 중 3명이 관료, 서민금융 전문가 없어

서민금융진흥원의 「이사회 운영 규정」제3조에 따르면 이사회는 원장, 부원장 및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로 구성한다. 현재 원장과 부원장을 제외한 상임이사로는 감사가 있으며 이를 제외한 비상임이사는 총 3명이다. 모두 합해 이사회에 참여하는 임원이 총 6명인 셈이다.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이사회 멤버 가운데 절반이 관료 출신이라는 점이다. 일단 이계문 원장은 34회 행정고시 출신이다.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와 같은 경제부서에서 업력을 쌓았다. 금융권 전반에 만연한 이른바 ‘퇴직자 챙겨주기’에 서민금융진흥원도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이는 대목이다.

단지 행정고시 출신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있었던 게 아니다. 이 원장은 재정경제원에서 외화자금과, 산업자금담당관실, 기획예산담당관실에서 업무를 맡았다. 기획재정부에서도 문화방송예산과, 국방예산과,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정책기획관, 대변인 등을 거쳤다. 그간의 행적이 서민금융과는 다소 동떨어진 경력이다.

전임 원장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김윤영 전 원장도 한국수출입은행 출신이기는 하지만 2012년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서민금융본부장을 지냈고 서민금융진흥원이 탄생하기 전인 2014년부터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위원장을 지냈다.


부원장도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에서 활동하다가 부임한 인사다. 원장과 부원장, 감사를 포함해 총 3명의 상임이사 가운데 2명이 관료 출신이다.

지난 2019년 선임된 이효근 부원장은 금융감독원에서 업력을 쌓았다. 1990년 증권감독원에 입사했고 금융감독원에서 기업공시제도팀, 강릉사무소 소장, 제재심의국 국장 등을 지냈다. 금융감독원 내에서 중소서민금융 분야는 저축은행이나 여신금융 부서에서 주로 담당하는데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관료출신 인사는 비상임이사 가운데도 있다. 캠코 출신인 서흥영 이사가 주인공이다. 다만 서 이사의 경우 캠코에서 신용지원팀장을 역임해 서민금융과의 접점은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업계에서는 차기 원장 인선을 앞두고 또다시 관료 출신이 내정될지를 두고 이목이 쏠린다. 올해 초 서민금융진흥원이 준정부기관으로 변경됨에 따라 원장 임면권이 기존 대통령에서 금융위원장으로 바뀐 점도 변수다. 그만큼 금융위원회의 입김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친정권 인사도 2명 포함, 전문성 결여된 이사진 구성

관료 출신 외에 친정권 인사도 서민금융진흥원 임원진에 포진하고 있다. 전체 임원 6명 가운데 2명이 현 정권과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졌다.

대표적으로 현재 감사업무를 맡고 있는 조성두 상임감사가 꼽힌다. 1954년생인 조 감사는 2003년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2007년에는 대통합민주신당에서 대전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그 사이인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조폐공사 감사위원으로 활동했다.

가장 최근에 임원진에 이름을 올린 인물도 친정권 인사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지난해 7월 우정영 법무법인 엘케이비엔파트너스 변호사를 비상임이사로 임명했다. 우 이사는 한국외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국회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냈다. 조 감사와 마찬가지로 현 정권과 연이 닿아있다.

결국 관료나 친정권 인사가 아니면서도 서민금융 경력이 있는 인물은 전체 임원 가운데 1명에 그쳤다. 2019년 10월 취임한 박기련 이사는 서민금융진흥원이 설립되기 이전에 미소금융에 관한 활동을 꾸준히 해 온 인물이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2016년까지 거제시에서 미소금융 지역법인 대표를 지냈다”며 “동시에 지역 내 복지관장을 함께 맡은 경력도 있어 선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서민금융진흥원이 앞으로 임원 인사에 전문성을 가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금융진흥원의 규모와 정책적 중요성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금을 내야 하는 금융회사 범위가 넓어지는 등 서민금융 정책이 중요해지는 흐름”이라며 “그만큼 서민금융 부문에서 실력을 갖춘 인사를 기용해야 금융권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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