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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60년 히스토리]SK에코플랜트의 '변태(變態)'⑫플랜트 중심 성장, 10대건설사 끝자락…'친환경' 기업으로 대전환

고진영 기자공개 2021-10-20 09:31:46

[편집자주]

건설업계에선 해마다 시공능력을 줄세우는 성적표가 매겨진다. 항목별 점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업계의 '파워 시프트(Power Shift)'를 짐작해볼 수 있는 연례 이벤트와 다름없다. 특히 대형사들에게는 상징성 싸움이자 자존심 문제로도 의미가 있다. 도입 60년, 시공능력평가를 통해 시장의 판도 변천사를 되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8일 16:1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회사에 중요한 것은 사이즈가 아니라 특성화다.” 십여년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에코플랜트를 두고 강조했던 얘기다. 실제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는 전통적으로 아파트보다 플랜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주택사업 비중이 낮다 보니 국내 존재감이나 시평 순위가 저평가되는 측면도 있었으나 정체성은 분명했다.

하지만 수십년간 쌓아온 '석화 플랜트 명가'의 이름은 이제 내려놓을 전망이다. 플랜트사업부를 아예 떼어내기로 하면서 친환경 기업으로 다시 탈바꿈을 노리고 있다. 새 사명에는 친환경을 의미하는 ‘에코(Eco)’와 심는다는 의미의 ‘플랜트(Plant)’가 담겼다.

◇그룹 공사 '양분'…플랜트사업 경험치 증대

SK에코플랜트의 모체는 1962년 세워진 협우산업이다. 1977년 선경그룹이 이 회사를 인수해 선경종합건설이 탄생했고, 강북권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워커힐 아파트를 착공했다. 설립 2년 만인 1979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해 주택단지 조성공사를 맡으면서 해외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그룹 물량을 중심으로 플랜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선경합섬(현 SK케미칼)의 PET플랜트 공사, 선경화학(현 SKC)의 폴리에스터 필름 플랜트 공사가 모두 SK에코플랜트에 주어졌다. 1980년대에도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정유공장 현대화프로젝트, 인도네시아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 플랜트 공사 등을 연달아 도맡았다.

덕분에 본격적으로 세를 불리면서 1980년대 시평 30위권에 진입, 1990년에는 11위까지 뛰었다. 90년대 중반 매물로 나왔던 우성건설의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룹 덩치에 비해 건설 쪽이 약하다 보니 주택업체로 명성을 얻은 우성건설을 탐낼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자한도와 여신규제에 묶여 있어 자금이 여의치 않았던 탓에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시평의 경우 1991년 9위에 랭크돼 10위권의 벽을 처음 뚫었지만 이를 계속 유지하지는 못했다. 그 다음해 바로 12위로 떨어졌고 이후 10~14위를 맴돌다 1998년에 와서야 다시 9위를 되찾았다. 1999년에는 한계단이 더 상승해 2002년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10대건설사로 자리잡은듯도 했다.

◇해외사업 역경, 10위권 안착 '고전'

그러나 2003년 SK그룹 전체에 혹한이 찾아왔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으로 그룹 주요 계열사의 전년 실적이 줄줄이 적자로 수정됐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 역시 회계법인 측의 요구로 멕시코 석유화학단지공사 미수금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으면서 2002년 191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1993년 이후 9년 만의 적자였다. 나빠진 재무상태는 시평 순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3년 12위로 4단계가 내렸고, 2004년에는 14위까지 추락했다.

위기의 돌파구는 해외에서 찾았다. SK에코플랜트는 쿠웨이트 진출 12년 만인 2005년 국영석유회사(KOC)로부터 12억달러 규모의 ‘원유집하시설 및 가압장 시설개선’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당시 국내업체가 해외에서 따낸 최대 규모의 플랜트 공사였다. 최태원 회장도 당시 현지 기자간담회를 직접 열어 SK에코플랜트를 챙기고 나섰다. 간담회에서 SK에코플랜트가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시장비중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 회장은 특성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석유화학 플랜트 분야의 시공능력을 자신하기도 했다.

이 시기 SK에코플랜트는 건설업계 최초로 ‘글로벌벤처’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도입했다. 각 국가에 벤처 성격의 독립 법인을 세우고 해당 시장을 개척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본사가 수주한 공사를 수행하는 지사와는 성격이 달랐다.

해외 수주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SK에코플랜트는 2006년 마침내 9위 자리를 회복, 2013년부터 8위로 다시 점프했다. 그러나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1년 수주한 사우디 와싯 가스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는 굴곡이 있었다. 결국 2013년 영업적자 5540억 원을 냈고 2015년 사우디 와싯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서야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마이너스 실적에서는 벗어났지만 2016년 역시 대형 건설사들에게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여기저기 역(逆)성장이 줄을 이었다. 해외에서 불거진 '수익성 악화일로'를 경계해 수주 태세가 신중해진 데다 저유가로 발주 물량이 줄어 수주 감소에 직격탄이 됐던 탓이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이동통신기지국 설치를 맡던 'u-사업'을 물적 분할한 것도 외형 후퇴에 타격을 더했다.

게다가 SK에코플랜트는 라오스 지역에 시공한 댐이 2018년 7월 붕괴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나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신뢰도가 추락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동남아시아 지역 발주처들을 잃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자 계획 중이던 IPO(기업공개) 역시 연기됐다.

어려운 시기, 그룹의 뒷받침이 지지대 노릇을 했다. SK하이닉스가 2017년 반도체 시설에만 10조원 규모를 투자했고, SK에코플랜트는 하이닉스에서만 1조609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2018년에도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 수혜를 입으면서 외형과 내실을 어느 정도 방어했다.

다만 일감 가뭄을 완전히 만회하기는 역부족이었다. 2015년에 5조6000억원대였던 시평액은 2016년부터 꺾이기 시작했는데 2018년에는 4조원 선마저 깨졌다. 당시 시평액은 6년 전 수준에 불과했다. 순위가 9위로 오르긴 했으나 이는 라이벌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덩달아 부진했기 때문이이었다.

2019년에는 또 한번 자존심을 구겼다. 전년과는 사정이 반대였다. 시평액은 늘었지만 경쟁사들의 기세가 좋았다. 호반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호반과 호반건설을 합병해 몸집을 불리면서 SK에코플랜트를 앞질렀고 현대산업개발도 시평액이 급증해 SK에코플랜트를 재추월했다. 순위는 11위로 2계단 미끄러졌다. 2005년 이후 10대 건설사 밖에 랭크된 것은 14년 만에 처음이었다.


◇'친환경', 새로운 정체성 찾다

다행히 호반건설의 역전은 일회성에 그쳤다. SK에코플랜트는 2019년 UAE(아랍에미리트) 대형 철도공사, 영국 대형 터널공사, 벨기에 PDH 플랜트공사 등 1조원대 공사를 따내며 낭보를 울렸다. 라오스 댐 악재를 털어냈을뿐 아니라 유럽시장에서 선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계열 일감도 힘을 보탰는데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6공장 등을 지었다. 덕분에 2019년 SK에코플랜트는 창사 이래 최대치인 연간 27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 호반건설에 뺏겼던 시평 톱10 그룹에 다시 진입할 수 있었다.

다만 3년 전 현대산업개발에 뒤쳐진 이후론 내내 10대건설사 중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속 성장을 위한 방책이 필요해졌다. SK에코플랜트는 주력사업을 강화하기보다는 친환경사업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8월 EMC홀딩스 인수를 시작으로 친환경업체를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사명을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바꾸고 미뤄졌던 IPO 역시 추진하면서 환경업 키우기에 한층 드라이브를 걸었다. 회사 측은 2023년까지 에비타(EBITDA)의 50%는 건설에서, 나머지 50%는 신에너지와 환경에서 창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화공과 발전부문의 경우 물적분할을 통해 매각할 전망이다. 그동안 산업 플랜트의 역군 역할을 했던 양대 축이었으나 과감히 떼어낸다. 이제 '플랜트' 없는 SK에코플랜트로 새 모습을 찾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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