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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사 PT' 쓱닷컴, 한 달째 ‘장고’ 이유는? 증시·IPO 시장 급격한 침체…이베이 합병 고민 관측도

이경주 기자공개 2021-10-21 08:09:41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9일 16: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쓱닷컴(에스에스지닷컴)이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IB(투자은행)들에게 RFP(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할 때만해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었지만 PT(프레젠테이션)를 받고선 한 달 여가 지났음에도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그 새 악화된 증시와 IPO 시장과 연결 짓고 있다. 서두를 이유가 사라졌다는 관측이다. 10조원 내외 기업가치(밸류)를 기대했지만 현재 분위기론 장담할 수 없다.

일각에선 최근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이베이코리아와 합병을 통해 쓱닷컴이 밸류업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IPO는 시간을 두고 진행할 수밖에 없다.

◇올 9월 중순 PT, 한 달 지났지만 '무소식'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쓱닷컴은 19일 현재까지 주관사 선정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앞서 두 달 전인 올 8월 13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게 RFP를 보냈고 9월 13~17일 사이엔 9개 숏리스트(우선협상대상자)들로부터 PT를 받았다. PT를 받은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올해 대다수 빅딜들이 PT 직후 일주일 내에 주관사를 선정해 속도전을 펼친 것과 대조적이다. 쓱닷컴도 속도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재무적투자자(FI)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딜인 것과 연관이 있다.

쓱닷컴은 2019년 3월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만든 컨소시엄으로부터 7000억원 투자를 받았다. IPO가 조건이었다. 이마트 사업보고서 주석에 따르면 2023년에 쓱닷컴이 총거래액(GMV)이나 I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인수인(FI)은 2024년 5월부터 2027년 4월까지 대주주에게 보유주식 전부를 매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결과적으로 2023년까지 IPO를 성사시키면 되는데 쓱닷컴은 2021년 상반기가 상장 목표시점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쓱닷컴은 내년 상반기 상장을 위해 필수적으로 밟아야 하는 절차인 금융감독원 지정감사인 신청도 데드라인인 올 9월 30일 직전에 진행했다. 데드라인을 넘기면 내년 상반기 상장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속도전 관측이 나온 이유다. 그런데 정작 PT 받고 나선 움직임이 미온적이다. 업계에선 한 달 새 증시와 함께 IPO 시장이 급격히 악화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쓱닷컴이 RFP를 보낸 8월 만해도 코스피지수가 3200선에 있었다.

하지만 9월 미국헝다그룹발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와 미국의 조기 긴축정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큰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이달 5일 코스피지수는 2962.17으로 3000선을 반납했고 현재까지 비슷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이 탓에 이 기간 공모를 했던 빅딜도 큰 영향을 받았다. 중고차 1위 케이카가 기관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경쟁률(40대 1)을 기록해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보다도 27% 낮추고 상장했다. 공모액 5000억원 이상인 빅딜 중에선 지난해 이후 최초로 공모가를 밴드하단보다 낮춘 사례다.

쓱닷컴 입장에선 증시 호황에 기대 '물들어 올 때 노젓자'라는 기존 빅딜들의 속도전 페이스를 따라갈 이유가 없어졌다.

밸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것도 배경이라는 관측이다. PT에 참석한 주요 IB들은 대다수 10조원 내외 밸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급성장하고 있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서 쓱닷컴이 우월적 지위를 갖춘 것에 따른 기대감을 반영했다.

하지만 증시침체로 모회사인 이마트와 밸류 괴리감이 더 커졌다. 이마트는 시가총액이 8월 만해도 5조원대였지만 이달 19일 기준 4조5000억원대로 줄었다. 모회사보다 2배 이상 높은 밸류를 희망하는 것이 된다.

PT에 참석한 한 IB관계자는 “증시와 공모시장 분위기가 꺾이면서 지금이 적합한 타이밍이냐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며 “쓱닷컴은 사실 이마트의 온라인사업부인데 성장사업만 따로 떼내 상장하는 모습이라 해도 현재 분위기에서 가격(밸류)를 모회사의 두 배 이상으로 평가받는 것은 도전적인 목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와 합병 고민?…IPO 장기 과제로

때문에 일각에선 쓱닷컴이 이베이코리아와 합병을 고민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몸값을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펀더멘털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합병을 택할 경우 IPO는 장기 과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앞서 이마트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에메랄드에스피브이를 세워 올 6월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4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연내로 예상되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되면 딜이 최종 마무리된다.

신세계그룹이 국내 2위권 이커머스 기업으로 올라서기 위한 빅딜이었다. 지난해 기준 이베이코리아 결제액은 20조원으로 쓱닷컴(4조원)을 더하면 1위인 네이버쇼핑(28조원)을 뒤를 잇게된다.

쓱닷컴이 이베이코리아를 합병할 경우 신선식품을 넘어 이커머스 2위 IPO라는 업그레이드된 위상을 갖출 수 있다. 몸값도 프리미엄을 얹을 수 있다. 다만 양사 통합 작업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게 공통된 관측이다.

기업문화가 이질적인데다 사업구조도 다르다. 쓱닷컴은 신선식품 등 재고를 직매입해 자체 배송하는 방식인 반면 이베이코리아는 판매상과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오픈마켓이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고강도 PMI(인수 후 통합)작업이 필요하다.

더불어 합병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쓱닷컴 FI들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FI들은 쓱닷컴 개별회사의 IPO를 보고 투자한 것이기 때문이다. FI들이 찬성한다 해도 양사 합병가격에 대한 조율에도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이 같은 복잡한 사정 때문에 쓱닷컴이 장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쓱닷컴이 주관사를 선정해 발표할 경우 이베이코리아 합병안은 배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PT에 참석한 또 다른 IB 관계자는 “쓱닷컴이 주관사를 선정할 때부터 이베이코리아를 합병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했던 것은 맞다”며 “다만 합병안을 택할 경우 IPO는 FI와의 조율을 거쳐 수년 뒤로 미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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