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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이 주목을 끌지 못한 이유적절한 주제 선정과 개봉 시점을 살리지 못한 다큐멘터리로서의 낮은 완성도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21-10-20 08:18:46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0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든 다큐멘터리는 프로파간다다.”

나치의 선전장이 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담은 레니 리펜슈탈 감독의 <올림피아>이후, 다큐의 정치성, 편파성, 선동성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현실을 기록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의도’가 개입되지 않는 다큐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인정되면서, 위 문장은 이제 하나의 ‘명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특정 사안이나 주제를 다루는 다큐일수록, 그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끊임 없는 의심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성공한 다큐들은 부당하다면 분명 부당한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제작 의도를 성공적으로 전달하여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물론 다큐라는 장르의 본질적인 특성상 극장이나 TV를 통해 다수의 관객들을 만나기는 힘들지만 말이다.

최근에는 전세계적인 OTT의 확산에 따라 훌륭한 다큐들이 쉽게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타이거 킹>이나 <더 라스트 댄스>와 같은 센세이셔널하면서 대중적인 작품들은 물론이거니와, <나의 문어 선생님>, <인사이드 잡>, <차이나 팩토리>, <이카루스> 등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수상작들도 손쉽게 접할 수 있어 종종 화제에 오르게 된 것이다.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일련의 상황을 다룬 다큐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이하 <타다>)이 극장 배급을 선택한 것은, 그런 흐름에서 보면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다. 극장 개봉이 OTT와의 판권 협상 시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코로나19의 여파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큐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을 관객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개봉 직전에 토스의 타다 인수 발표로 주목을 끌 기회를 잡은 <타다>는, 부제가 암시하는 것처럼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한 서비스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걸 목도하며 의아해 했던 많은 대중들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실제로 극장을 찾은 대부분의 관객들은 타다 관계자들이 겪은 황당하고 엄혹한 현실에 공감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였다.

불합리함과 싸워야하는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현주소를 담으려 했으나 실패한 다큐멘터리 <타다>

문제는 그렇게 준비된 관객들의 기대에, 작품이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우선 서비스의 성공적 런치, 택시 업계와의 갈등 그리고 이른바 ‘타다 금지법’ 개정이라는 일련의 극적인 과정을 다루는 전반부의 경우, 시간 순서에 따른 전개 방식이 안전하지만 동시에 안일한 선택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관객이 가지게 되는 자연스러운 의문, ‘택시업계, 관계부처 그리고 대다수의 정치인은 왜 타다의 반대편에 서 있었는가’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두지도 다루지 않은 것도 큰 문제였다. 그저 선거를 앞둔 관계 부처와 정치인들이 택시 업계의 부당한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이라는 인상을 전달하는 것에만 급급해 보였다.

다큐가 기계적 공정성이나 중립성에 천착할 필요는 전혀 없으나, 반대 의견에 대한 정보를 배제할 경우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기 더 어려워질 수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거기에 타다의 오너라 할 수 있는 이재웅 대표가 관련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독선적인 대응을 한 것 등 내부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던 것도 작품의 깊이를 갉아먹은 요소다.

그러나 진짜 패착은 다큐의 후반부에서 발견된다. 원래는 타다 라이트 등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관객이 전혀 알아야할 이유가 없는 경영진 개개인에 대한 평가나, 상대적으로 사소해 보이는 기술적인 문제들의 해결 과정을 보여주는 것 이상 아무런 내용이 없이 끝나버리고 만다.

관객이 이미 다 알고 있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하다가, 갑자기 관객이 궁금해하지 않는 사소한 이야기로 성급히 마무리한 다큐, <타다>는 그렇게 평가될 가능성이 농후한 안타까운 작품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은 장르의 저변이 그리 넓지 않다는 한계를 복하지 못한, ‘대한민국 다큐멘터리의 초상’이라는 평가로 한동안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CMRWY_8Ya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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