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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금공, 커버드본드 7년물 첫 도전…변동성 고조 속 선방 [Deal Story]5.5억유로 확정, 달라진 투심 확인…시장 대응력 아쉬움도

피혜림 기자공개 2021-10-22 08:03:01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1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5.5억유로 규모의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발행을 성사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이번 조달로 한국물(Korean Paper) 최초의 7년물 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이로써 5년물 일변도였던 한국물 유로화 커버드본드 시장을 한 단계 확장시켰다.

조달 과정이 수월했던 것만은 아니다. 시장 변동성 고조 등으로 이전보다 투심이 위축된 데다 발행 금리 등에 집중한 탓에 온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했다. 최대 6억유로로 계획됐던 조달 규모를 5.5억유로로 축소한 배경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금리 조건에도 벤치마크(5억유로) 사이즈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금공, 유로화 커버드본드 '7년물' 개척…시장 위축 확인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이달 27일(납입일 기준) 5.5억유로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한다. 트랜치(tranche)는 7년 단일물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이번 조달로 국내 이슈어로는 처음으로 7년물 유로화 커버드본드를 찍었다. 이번 채권은 소셜본드(social bond)로 발행된다.

국내 이슈어는 그동안 5년물 중심으로 유로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해왔다. 2018년 해당 시장을 개척한 주택금융공사를 필두로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대열에 합류했다. 유럽 커버드본드 시장의 경우 단기물보다 장기물 중심으로 조달이 이뤄지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7년물로 시장 개척에 나섰다. 만기 도래 시기를 다변화해 조달 안정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5년물에 이은 7년물 발행으로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한국물 커버드본드 발행의 선두주자로서 7년물 벤치마크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20일 진행한 북빌딩(수요예측)에서는 5.5억유로의 주문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주관사단이 75만유로의 주문을 넣어 북(book)을 6억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겨냥하기도 했지만 투심은 움직이지 않았다.

시장 변동성 고조 및 금리에 방점을 둔 전략 등이 투심 위축을 가속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너스(-) 수준을 유지했던 7년물 유로화 미드스왑(EUR MS)이 최근 플러스(+)로 반등하는 등 금리 변동성이 높아지자 유럽 기관들의 주문은 이전보다 주춤해지기 시작했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에 방점을 둔 북빌딩 전략이 더해졌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북빌딩 당시 이니셜 가이던스(IPG, 최초제시금리)로 유로화 미드스왑에 19bp를 더한 수준을 제시했다.

투자자들은 이를 다소 공격적인 금리로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최근 유로화 커버드본드는 IPG 대비 3~4bp가량 낮은 스프레드로 발행되는 반면, 당시 해당 시장에서 판단한 적정가치는 16bp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기관들의 태도가 더욱 위축됐던 배경이다.

저조한 투심 등으로 발행 스프레드는 IPG와 동일한 19bp로 확정됐다. 이에 따른 쿠폰(coupon) 금리는 0.258%다.

◇벤치마크 수요 확보, 우량 기관 포섭…대응력 아쉬움도

공격적인 금리 제시에도 상당수 기관이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격 부담이 상당했음에도 5억유로 이상의 주문을 확보해 벤치마크 사이즈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번 발행으로 한국물 커버드본드 시장의 경쟁자로 꼽히는 싱가포르와의 금리 격차 역시 상당 부분 축소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시장 대응력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한국물 시장은 변동성 고조 등으로 이전과 다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금리 변동성 고조와 투심 위축 가속화 등으로 달러채 북빌딩에 나선 이슈어들은 전보다 줄어든 주문량을 확인하고 있다.

커버드본드의 경우 비교적 높은 안정성을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이같은 분위기에서 비껴간 모습을 보였다. 13일 유로화 커버드본드 투자자 모집에 나선 KB국민은행의 경우 이를 위해 북빌딩에서 발행 금액(5억유로)의 두 배가 넘는 11억달러의 주문을 확보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이같은 시장 분위기를 간과한 판단으로 커버드본드 흥행세에 제동을 건 양상이다. 발행사와 주관사단의 시장 대응력 및 조달 역량 등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 6월 찍은 10억유로의 대규모 커버드본드 딜에서 호황을 기록했던 것에 빠져 지나친 자신감을 보인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커버드본드는 위기 시 마지막까지 활용할 수 있는 조달 방식으로 손꼽혀왔다. 발행사 파산 시 주택담보대출 등 우량 담보자산으로 우선 변제에 나설 수 있는 것은 물론, 상환 재원이 부족할 경우 다른 자산으로 채무를 갚을 수 있도록 설정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유럽 내 은행들은 커버드본드로 최후의 자금조달에 나서기도 했다.

커버드본드가 발행사 크레딧 대비 높은 신용등급을 인정받는 이유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커버드본드의 경우 S&P 기준 AAA에 해당한다. 발행사 등급(AA) 보다 2 노치(notch) 높은 수준이다.

이번 딜은 BNP파리바와 HSBC, ING증권, 소시에테제네랄, 스탠다드차타드가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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