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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상장사' M&A 주저하는 대기업?

심아란 기자공개 2021-10-26 09:37:18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5일 08: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장사는 검토하지 않는다.' 바이오 분야에 적극 투자하는 한 대기업 M&A 담당 임원이 세워 둔 원칙이다. 코스닥에 상장된 200개에 육박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에겐 날벼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바이오벤처가 대기업에 인수되는 것은 성장을 위한 최고의 시나리오 중 하나다. 정부 지원, 민간 투자 확대 등으로 투자 유치 환경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바이오 기업의 자본력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이를 뛰어넘으려면 대기업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 현금창출력과 운영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이 기술 상용화의 조력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대기업은 국내 상장 바이오벤처에는 관심조차 없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해당 임원이 상장사에 등돌린 이유는 단순명료했다. 소홀한 내부정보 관리 체계를 문제삼았다. 기업실사와 협상을 거쳐 인수 가격을 책정할 날이 가까워지면 피인수 기업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버렸다. 도장 찍을 날이 다가와서 매수 가격이 예산을 초과해버리자 결국 투자 계획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수개월간의 수고는 무위로 끝나야 했다.

나흘 후면 최대주주가 CJ제일제당으로 바뀌는 천랩의 사정을 보니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됐다. 천랩 이사회가 CJ제일제당에 인수되기로 결정하고 관련 내용을 공시한 날은 7월 21일이다. 그러나 한 달 전부터 주식 거래량은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공시를 앞둔 2영업일 동안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직전 2거래일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시장에 이미 소문이 퍼져 있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천랩의 내부통제가 미흡했다고 단정지을 수만은 없다. 시장 참여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비밀 유지가 어려웠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딜의 이해관계자가 아닌 사람들까지 함구하길 바라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이상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정보가 오가는 수많은 플랫폼을 제어하는 것도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내부 정보를 관리하는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고 해서 '어쩔 수 없다'는 마음가짐은 곤란하다. 오래 알고 지낸, 믿을 만한 그 누구라 할지라도 의무공시에 해당하는 경영 사항을 발설할 예정이라면 조심할 필요가 있다. 말하지 않는다고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바이오 산업이 진정으로 성숙해지려면 투자자의 신뢰는 기술력 못지 않게 중요하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좋은 투자 환경을 만들어 신뢰를 얻는 일은 결국 철저한 내부 정보 관리에 달려있다. '상장사'라는 이유로 투자 후보군에 들지 못하는 일은 앞으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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