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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리스크와 신용평가]"틀을 깨는, 본질에 다가서는 리서치"안영복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본부장

이지혜 기자공개 2021-11-26 13:33:50

[편집자주]

ESG가 어느덧 채권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크레딧 업계도 ESG가 신용도에 미칠 영향을 따지는 데 한창이다.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각종 규제와 유인책이 쏟아지고 있다. 더이상 ESG 리스크를 따지지 않고는 자금 조달도, 운용도 원만하게 하기 어렵게 됐다. 채권시장의 안내자인 신용평가사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ESG를 신용도에 무엇을 중점에 두고 어떻게 반영할지 방향을 찾아봤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5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틀을 벗어나 투자자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신용평가사의 본업을 고민하는 데서 다시 출발했다.” 안영복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본부장이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평가사로서 본업을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적정등급을 산출할 수 있을지, 그보다 적정등급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고민했다.

신산업(NEW Industry)은 오랜 고민 끝에 나온 통찰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일으키는 뿌리에 산업동학의 변화가 깔려 있다고 봤다.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산업이 떠오르는 가운데 ESG는 하나의 흐름이라고 봤다. ESG만 좇으면 오히려 큰 흐름을 놓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리서치도 본질에 다가서야 한다고 믿는다. 신용등급을 보유하지 않아도, 당장 신용도와 큰 관계가 없어보여도 시장이 궁금해 하는 것에 답하기로 했다. 연구원의 자발성도 끌어올렸다. 리포트의 주제는 물론 개수, 영역까지 제한하지 않았다. 정보와 통찰, 재미까지 담아내 투자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산업동학 변화가 ESG의 근거" 신산업 주목

“산업동학이 바뀌고 있다. ESG에만 집중하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신산업에 집중하는 이유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리서치 분류체계로 ‘NEW Industry Analysis’를 만들어 리서치를 소개하고 있다. 다른 신용평가사가 ESG 관련 카테고리를 만들어 집중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김명수 나이스신용평가 총괄 부사장의 통찰이 주효했다. 지난해 선임된 김 부사장은 ‘적정 신용등급’이라는 개념을 원점에서 다시 고민했다. 단순히 재무지표를 보고 기계적으로 산출한 등급은 적정하지 않다고 봤다. 산업동학의 변화까지 신용등급에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산업이 뜨고 있다. ESG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신산업을 일으키는 원인이자 결과 중 하나일 뿐이라고 봤다. ESG보다 더 깊은 뿌리를 파고들어야 한다고 나이스신용평가는 판단했다. 신산업을 키워드로 잡은 이유다.

동시에 기업의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꿨다. 안 본부장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경기 변동 주기도 과거와 달라졌다”며 “과거에는 투자를 신용도에 부담을 주는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면 지금은 투자효과에 좀더 무게를 두고 본다”고 말했다.

기술력이 기업 생존을 가르는 시대다. 단순히 현상만 유지하려해도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설비투자를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나이스신용평가도 비용부담보다 투자효과에 좀더 가중치를 주고 있다.

◇“ESG는 비용, 하위기업일수록 스트레스 강하다”

“ESG는 원론적으로 리스크다. 생산원가가 높아지지만 판매가격에 전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ESG에 대응을 잘 하면 성과를 유지하거나 더 낼 수 있겠지만 실패하면 사업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 안 본부장이 말했다.

특히 환경(E)요소가 투자부담을 키울 것으로 바라봤다. 정부정책과 법적규제가 변수다. 온실가스배출 규제, 수자원관리, 폐기물과 오염관리 등이 그렇다.

안 본부장은 “환경요소에서 경쟁우위를 점하려면 조 단위의 투자가 이뤄져야 할 수 있다”며 “특히 국내 기업은 물건을 사 주는 선진국의 규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대외환경변화가 지난해부터 기업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은 협력업체에도 RE100을 준수하라고 요청했다. RE100은 필요전력의 100%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캠페인이다. 국내기업이 글로벌 대기업을 고객사로 모시려면 RE100을 준수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감내해야 한다.

안 본부장은 “특히 신용도 하위기업에게 ESG가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라며 “신용도가 낮거나 밸류체인의 하단에 있는 기업은 앞으로 몇 년 동안 ESG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신용위험이 차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이스신용평가는 당장 ESG를 신용도에 반영하기에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공시체계가 미흡해서다. 안 본부장은 “사업보고서와 달리 ESG공시체계는 굉장히 빈약해 시장의 믿음을 얻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ESG요소가 개별 기업의 신용도에 얼만큼의 영향을 줄 지는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치열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답이 보이지 않는 숙제, 틀을 깨는 발상으로 접근”

“ESG는 가르쳐줄 선생님이 없는데 풀어야 하는 숙제다. 기업은 당장 돈이 들어 고민이고 투자자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안 본부장에게 ESG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아무도 가 본 적도, 맞닥뜨린 적도 없는 길이기에 나이스신용평가는 접근법을 바꿨다. 신용평가사로서 고정관념이나 관습을 깨고 시장이 묻는 주제를 다루기로 했다. 연구원의 자율성과 자발성도 끌어올렸다.

안 본부장은 “신용평가업계는 그동안 평가대상이 아닌 기업을 분석하거나 등급의뢰를 받지 않는 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내는 게 금기였다”며 “그러나 우리의 틀을 벗어나서 시장과 투자자에 도움이 되는 리서치를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바꿔놓은 미디어산업의 패러다임 △유통전쟁: 온라인-아마존과 쿠팡을 통해 본 한국 온라인 소매유통시장 전망 등 리포트는 그렇게 나왔다. 넷플릭스나 쿠팡 등은 나이스신용평가의 평가대상이 아니다. 이 리포트는 현재 나이스신용평가의 뉴인더스트리란에서 소개되고 있다.

새로운 분야를 다루는 만큼 연구원들의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의 마감일을 정하지도, 주제를 정해주거나 할당하지도 않았다. 안 본부장은 “보고서에 인사이트와 정보, 재미를 담기 위한 조치”라며 “우리의 한계를 스스로 정하지 말고 도움되는 정보를 생산하는 시장참여자가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안영복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본부장 약력
△1968.08 서울 출생

△경희고등학교(1987.02 졸업)
△연세대학교 경영학과(1994.07 졸업)

△1994.07~1998.12 한국장기신용은행
△1999.03 한신정평가 (현, NICE 신용평가) 화학산업평가실
△2000.03 금융산업평가실
△2004.06 평가연구소
△2007.08 금융산업평가실
△2009.09 금융산업평가실장
△2012.01 기업평가 3 실 실장
△2014.01 기업 RM 본부 기업 3 실 실장
△2015.01 BD 본부 공공인프라실 실장
△2016.01 금융RM본부 금융실 실장
△2018.04 금융RM본부 본부장 직무대리
△2019.01 기업평가본부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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