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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승부수]최윤호 삼성SDI 사장 강조한 '질적성장' 의미는연이어 무리한 증설 지양 메시지…전고체 등 차세대 기술 개발 집중 시사

김혜란 기자공개 2022-01-06 13:50:01

이 기사는 2022년 01월 03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윤호 신임 삼성SDI 사장이 연이어 '질적성장'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때도 수익성 위주의 보수적 재무전략을 고수했던 과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의 부상, 유럽 등의 전기차배터리 내재화 시도 등 시장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만큼 무리한 증설투자는 지양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양적 팽창 없다"…보수적 기조 유지 시사

최 사장은 3일 진행된 시무식에서 "질적 성장 없이 양적 팽창에 치중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철저한 사전 점검과 리스크 관리를 통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제품으로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이뤄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취임 직후 만든 간담회 자리에서도 "진정한 1등은 초격차 기술 경쟁력과 최고의 품질을 기반으로 수익성 위주의 질적인 성장을 이루는 기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존 전영현 사장이 물러나고 삼성전자의 중추 중 한 명인 최 사장이 신임 수장으로 선임되면서 삼성SDI 안팎에선 기존 전략에 변화가 있을 거란 전망이 나왔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데, 삼성SDI의 캐파(CAPA, 생산능력)는 경쟁사들과 비교해 턱없이 적다는 평가가 많았다.

LG에너지솔루션와 SK온은 2025년까지 각각 430GWh(기가와트시), SK온은 220GWh의 캐파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시장에 제시했다. 이에 비해 삼성SDI는 유럽에 확보한 40GWh에 더해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으로 미국에 23GWh 규모 공장을 추가로 짓겠다고 지난해 발표한 게 전부다. 미국 캐파는 추후 40GWh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했지만 SK와 LG 캐파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일각에선 최 사장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후 공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설 것을 점쳤으나 최 사장은 취임 이후 연일 무리한 양적 팽창은 없다는 뜻을 확고히 내세우고 있다. 제조업에선 캐파 확보가 곧 매출과 연결된다. 삼성SDI는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5~6위로 뒤처져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경쟁사들과 달리 대규모 증설에는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3일 삼성SDI 기흥사업장 대강당에서 진행된 2022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최윤호 사장.

◇삼성 특유 보수적 재무 기조, 기술 전환기 불확실성 등 반영

이 같은 보수적 재무기조는 삼성 전자계열사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자체 영업현금흐름 내에서 투자를 단행하고 차입과 부채비율을 낮은 선에서 관리하는 게 전자계열사들의 재무전략 특징이다.

특히 업계에선 삼성이 과거 경험과 교훈을 토대로 기술 전환기에 놓인 사업에 대해선 더욱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성향을 갖게 됐다고 본다.

2000년대 후반 삼성SDI가 플라즈마 표시장치(PDP) 사업을 할 때 PDP가 액정표시장치(LCD) 대비 원가 경쟁력이 우수하단 점을 내세우면서, LCD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와 대치하는 양상이 만들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결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PDP를 넘어 LCD로, 다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진화했다. 기술 추이는 사업 구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삼성SDI는 디스플레이 산업을 삼성디스플레이에 넘기고 배터리 소재 회사로 재정비해야 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현재 기술 전환기에 놓여있다. 지금은 리튬이온배터리 위주이나 언젠가는 주행거리를 늘리고 폭발 위험을 낮춘 전고체 배터리의 시대로 넘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삼성SDI를 비롯한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술 변화는 제품 생산 방식과 경쟁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고 해서 여기에 대규모 투자금을 쏟아부으면 기술 전환기에 제때 투자를 못할 수 있단 점을 최 사장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초기 투자비용이 크게 발생한 만큼 손실을 오랜기간 감당해야 한단 점도 신임 최고경영자(CEO)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어 시장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 사장 선임 직후만 해도 최 사장이 그룹 일을 해왔으니 계열사에 와서 힘을 더 실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며 "지금은 기류가 완전히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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