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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신고 누락' 호반건설, 고의성에 달린 운명 세기상사 등 11개사 보고 지연…공정위, 중대성 등 살펴 판단

고진영 기자공개 2022-01-13 07:27:27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1일 1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년 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처음 포함된 호반건설이 계열사 신고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시 호반 측이 의도적으로 친인척 계열사를 숨겼다며 총수인 김상열 회장의 검찰 고발까지 검토 중이다.

문제가 된 십여개 회사는 혼맥에 따라 호반건설 계열로 분류된 곳들이다. 이미 독립경영 심사, 또는 매각을 통해 계열사에서 제외됐지만 신고 누락 이슈는 해소되지 않았다. 호반 측은 착오에 따라 신고가 수개월 지연됐을 뿐이라는 입장인 만큼 관건은 고의성이 인정될 지 여부로 보인다.

◇쟁점은 법위반 '인식 가능성'…심사 일정 미정

1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동일인(총수) 고발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호반건설에 보냈다. 해당 건은 전원회의(위원 9명)가 아닌 소회의(위원 3명) 의안이다. 소회의는 심사보고서를 받은 피심인(호반건설)이 3주 안에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며, 심판총괄담당관은 심의 개최 5일 전에 회의 일시와 장소 등을 서면으로 알린다.

이 회의에서 고발이 결정되면 김상열 회장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호반 측으로선 중대한 이슈인 셈이다. 아직 회의 일정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에서 살필 고발기준을 보면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지침’에 따르며 의무위반에 대한 '인식가능성' 및 '중대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식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인식가능성이 상당한 경우로서 중대성이 현저한 경우에는 고발한다. 그러나 △인식가능성이 상당한 경우로서 중대성이 상당하거나 경미한 경우에는 고발하지 않는다.

기업집단 신고의무 위반행위 관련 고발 기준

이중 중대성이 '현저한 경우'는 지정자료를 누락함으로써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된 때, 중대성이 '상당한 경우'는 편입신고 등이 1년 이상 지연된 때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보고를 지연했지만 1년이 경과하기 전에 이행했다면 '경미한 경우'의 예시로 꼽힌다. 호반건설은 1년 이내에 자발적으로 신고를 했기 때문에 경미한 경우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쟁점은 인식 가능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식 가능성이 '현저한 때'는 위반행위가 계획적이거나 누락 사실을 보고받고도 묵인한 경우 등이다. 또 객관적으로 인식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으나 친족관계·거래관계·출자관계 등에 비춰 누락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한 때는 '상당'하다고 본다.

호반건설은 당시 공정위의 지적이 있기 전에 누락 사실을 알고 바로 신고했으며 고의가 없었다는 해명을 고수하고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인식 가능성이 경미한 케이스지만 심사에서 인정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사돈' 계열사 누락, 이미 계열에서 빠져

사건의 배경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반건설은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서면서 그해 9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첫 지정됐다. 이 경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정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규제망에 들어가기 때문에 계열사 명단 등을 발표해야 한다.

호반건설이 최초 신고한 계열사는 모두 48개로, 자산총액은 7조10억원이었다. 이후 위례자산관리, 대한토건 등 10개 계열사가 '친족 독립 경영'을 인정받아 제외되면서 2018년 1월에는 계열사 수가 37개로 줄었다.

문제는 이때까지 청연홀딩스, 씨와이, 버키, 청인컴퍼니, 서연홀딩스, 센터원플래닛, 에스비엘, 청연인베스트먼트, 케이지에이치, 청연의학연구소 등 다른 10개 계열사가 신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들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인척 계열사로 이상영 대표 등이 운영하고 있었다. 이상영 대표는 김 회장의 부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 언니의 사위다.

또 2018년 2월에는 김 회장의 장녀 김윤혜 호반프라퍼티 부사장이 국정본 전 세기상사 대표 막내 국순기 씨와 혼인했다. 세기상사는 서울 충무로에 있는 대한극장을 소유하고 있다. 1958년 충무로에 문을 열고 3대에 걸쳐 운영한 국내 영화관의 시초격이다.

김 회장의 사위가 된 국 씨는 세기상사 지분 31.82%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김윤혜 부사장과의 결혼으로 세기상사 역시 호반건설 특수관계법인에 포함돼야 했으나 이 역시 신고에서 빠졌다.

누락이 정정된 것은 2018년 초~중순이다. 호반건설은 세기상사와 청연홀딩스 등 11개 계열사를 편입 대상으로 신고했다. 또 세기상사를 제외한 10개 회사에 대해서는 곧장 계열사 제외 신청을 했다. 지분 관계가 전혀 없는 데다 먼 친척 관계라는 점에서 공정위는 친족 독립 경영을 인정해 같은해 6월 호반건설의 제외 신청을 받아들였다.

세기상사의 경우 양가가 사돈을 맺은 2018년 4월 호반그룹 계열사 호반베르디움이 지분 4.91%를 매수했다. 그러다 이듬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지분을 모두 처분한 뒤 공정위에 계열 분리를 신청했지만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세기상사는 작년 초까지 호반건설 계로 분류돼 있었다. 호반산업이 대한전선을 인수하기 전이니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사였는데 지난해 2월 우양산업개발에 팔렸다. 거래금액은 373억원 수준이었다. 이미 호반 품을 떠났지만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고발 여부 등은 위원들이 판단하게 되며 심사 내용 등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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