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출범 10년, 삼성디스플레이의 도전]삼성전자와 전략 공유...핵심 사업은 미묘한 방향차②사업적으로 밀착, 인력교류 빈번…QD와 마이크로LED '투트랙'

김혜란 기자공개 2022-01-20 13:47:36

[편집자주]

과거 삼성전자에서 분할한 삼성디스플레이가 출범 10주년을 맞는다. 그간 중국기업의 저가 공세를 고부가 OLED로 응수하며 시장지위를 꾸준히 높여왔다. 그러나 출범 당시 내세운 '제2의 삼성전자'를 운운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중소형 OLED 분야는 세계 최강이지만 대형 OLED 시장에선 이제 막 발걸음을 뗐을 뿐이다. 대형 패널 사업은 그룹 차원에서도 넘어서야 할 숙원의 영역이기도 하다. 삼성디스플레이의 10년을 짚고 미래 과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8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여러 번의 구조조정과 합병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2012년 삼성전자에서 별도법인으로 떨어져 나왔지만 여전히 전자와 한 몸처럼 운영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삼성전자 DS(Device Solution, 부품) 부문에 속해 있을 뿐 더러 인력교류도 빈번하게 이뤄진다.

삼성전자가 지분 84.78%를 가진 최대주주로 있으면서 전자 계열사 중 유일하게 상장하지 않았다. 사업적으로도 패널을 생산해 세트(완성품) 업체에 납품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떼려야 뗼 수 없는 관계다. 그렇다고 삼성전자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종속돼 있지만 삼성전자의 프리미엄TV 사업 방향과 삼성디스플레이의 디스플레이 전략은 미묘한 방향 차이를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로 대형 패널 사업에 승부수를 던진 반면 삼성전자는 궁극적으로 마이크로LED로의 기술 전환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관에서 출발→삼성전자 LCD 사업부→독립…'파란만장'

디스플레이는 한때 삼성그룹 내에서 경쟁구도가 극명하게 나타났던 사업이다. 원래 브라운관(CRT), 액정표시장치(LCD) 등 디스플레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 건 삼성전관(현 삼성SDI)이었다. 그러나 1991년 LCD 생산공정이 반도체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삼성전관의 LCD 조직을 삼성전자에 합치는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삼성전자 LCD 사업부로 재탄생한 것이다.

삼성전관은 LCD를 접는 대신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에 뛰어들며 디스플레이 사업을 놓지 않는다. 훗날 삼성전자의 LCD와 삼성전관의 PDP 간 치열한 경쟁은 예고된 것이었다.


삼성전관으로부터 LCD 사업을 이관받은 삼성전자는 일본이 주름잡던 LCD 시장의 판을 뒤집는데 성공했다. 1998년 삼성전자는 일본 기업을 제치고 세계 LCD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다.

이런 와중에 모바일기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소형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약칭 아몰레드)가 부상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관은 AM OLED 사업을 두고 또다시 맞부딪혔다. 어떤 방식으로든 조정이 필요했는데 2008년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를 만들어 합작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그런데 2009년께부터 LCD 사업이 공급과잉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디스플레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그룹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삼성전자는 LCD 사업부를 분사시켜 삼성디스플레이를 세우기로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2년 4월 1일 자로 출범했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부문을 맡고 있던 SMD, 에스엘시디(S-LCD)와도 통합해 덩치를 키운다. 세 회사가 통합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약 3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으로 거듭났다. 삼성 내 흩어져있던 LCD, OLED 등 디스플레이 사업조직이 한 곳에 모이게 됐다는 점이 무엇보다 의미 있었다.

◇반도체 DNA 이식 명분 DS와 밀착, 인재교류도 활발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서 분할돼 독자경영체제를 구축했지만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었다. 삼성전자가 지분을 80% 넘게 쥐고 있는 데다 상장도 시도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보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DP) 사업을 합쳐 DS부문으로 구분하고 실적도 통합해 발표하고 있다.

삼성이 부품에서 세트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룬 만큼 완전 이원화는 어려웠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의 패널 공급사인 만큼 사업적으로 밀착될 수밖에 없었다. 인적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2020년엔 삼성디스플레이 직원 수백명이 한꺼번에 삼성전자 DS 부문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직에는 주로 삼성전자 DS출신들이 왔다. 2012년 출범 직후엔 권오현 삼성전자 DS총괄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겸하면서 사업을 직접 챙겼다. 이후 이동훈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삼성전자 DS 인사들이 수장을 맡았다.

반도체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기남 삼성종합기술원 회장도 2013년 삼성디스플레이의 사장을 지냈다. 현재 최주선 사장도 삼성전자 DS 출신이다. 부품사업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시너지를 고려한 인사였다. 반도체 첨단 제조기술을 활용해 디스플레이 수율을 끌어올리려는 노력들이 시도됐다.

◇전자 로드맵은 'LCD→OLED→마이크로LED'로 진화, 애매해진 QD?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 AM 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하면서 중소형 OLED 시장 세계 1위 자리를 다졌다. 반면 대형 OLED 분야에선 오랫동안 투자가 정체됐다. TV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내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전략에 보폭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2013년에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는 이미 대형 OLED 양산을 시작했지만 삼성전자는 대형 OLED 시장이 초기 단계라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OLED TV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QLED가 잘 나가는 상황이라 OLED 쪽으로 전환하는 게 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선 LCD 출구전략이 다소 늦춰지게 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말하는 QD-OLED의 강점. 발광원에서 생성되는 Blue 빛의 색순도가 높아 이 빛을 받아 컬러를 표현하는 Red, Green QD 역시 높은 색순도의 컬러 빛을 만들기 때문에 현존 디스플레이 중 우리가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가장 가까운 색을 표현해준다는 설명.

삼성디스플레이가 이제서야 대형 OLED 사업에 뛰어들어 퀀텀점프를 노리고 있으나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니다. LG디스플레이는 10년 가까이 기술을 축적한 만큼 차세대 OLED를 내놓고 있다. 후발주자인 삼성은 당장 QD-OLED의 대량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투자(CAPEX)와 수율 개선부터 시급하다.

삼성전자 TV전략이 궁극적으로는 마이크로LED를 향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과거부터 마이크로LED로 나가겠다는 방향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마이크로LED TV는 수천만개의 LED 모듈을 기판 위에 일일이 옮겨 붙여 만드는데, 삼성전자가 협력사로부터 LED 셀 등을 공급받아 직접 제작한다. 아직은 고가여서 시장 규모가 미미하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키운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올해부터 삼성전자가 TV와 모니터에 QD를 채택하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얼마나 투자를 늘릴지는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물론 삼성디스플레이는 전자 외에도 거래처가 다변화됐으나 세계 최대 가전업체 삼성전자가 어떤 전략을 구사하느냐는 QD를 둘러싼 세트업체의 이합집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디스플레이는 마진이 많이 남는 사업이 아니어서 삼성 안에서도 CAPEX에서 우선순위가 많이 밀린다"며 "삼성전자에선 마이크로LED를 궁극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거쳐 가는 기술로 여겨지는 QD-OLED는 수율도 못 잡고 있는 상태니 공격적으로 증설하기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