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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현산 회장 이른 퇴진…못다 푼 승계 숙제 세 자녀 후계구도 애매한 상황서 물러나, 중대재해법 속 해답 찾기 부담

신민규 기자공개 2022-01-18 07:44:26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7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비교적 젊은 나이인 60세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그룹 앞날이 보다 불투명해졌다. 특히 당장 열흘 후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는 점에서 속도를 냈던 오너일가의 승계작업에도 제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취지 자체가 오너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그룹을 맡을 후계자를 전면에 내세우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책임경영을 위해선 정 회장의 세 자녀 중 하나가 나서야 하지만 처벌법을 피하려면 오히려 숨겨야 하는 '딜레마' 때문이다.

정 회장은 17일 광주 건축물 붕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HDC현산 회장 자리에서 자발적으로 물러나겠다고 밝히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만약 이달 27일부터 적용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면 이 같은 해결책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처벌법상 '경영책임자'가 원칙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이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HDC그룹 차원에서 계열 수장에 책임 경영을 주문하고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내세워도 이 부분은 변하지 않는다. 회사를 실질적으로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이 부여됐다면 처벌 '타깃'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정 회장 입장에서 보면 가뜩이나 그룹의 컨트롤 키를 자녀에게 물려주기 상당히 힘든 국면이 당분간 펼쳐지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정 회장이 자리를 지키면서 승계작업을 차분히 진행했어야 할 시간이 사라지면서 자녀들이 그룹에서 입지를 굳히는 방식도 보다 모호해졌다는 점이다.

정 회장의 세 아들(정준선·정원선·정운선)은 각각 1992년, 1994년, 1998년 태어나 2019년 처음으로 HDC 지주사 지분을 사들이면서 경영권 승계에 시동을 걸었다. 3분기 기준 각각 0.33%, 0.28%, 0.18%를 차지했다. 정몽규 회장의 지분율은 33.68%다.

누나 정숙영(0.53%), 여동생 정유경(0.37%), 어머니 박영자 씨(0.05%) 지분도 있지만 승계 포인트는 세 자녀에 맞춰져 있다.

세 자녀들은 금융 계열사 지분도 취득하기 시작하던 차였다. 규모가 작고 지배구조 분리 이슈가 있는 금융사부터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HDC자산운용은 공시상 확인이 가능한 2001년부터 줄곧 정 회장이 개인 최대주주로 있었다. 정 회장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엠엔큐투자파트너스와 자녀들이 각각 매입 주체로 나섰다. 지분율로는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48.07%, 자녀 3명이 각각 13.01%씩을 보유하고 있다.

승계작업에 활용도가 높은 정 회장 개인회사, 엠엔큐투자파트너스도 갖추고 있다. 지주사 체제밖에 있는 회사를 활용할 수 있는 장치를 두고 있던 셈이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지주회사 전환 시기보다 1년 앞선 2017년 10월 설립됐다. 정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했다. 지주사 HDC 지분 2.53%를 차지한 동시에 HDC아이서비스, HDC아이앤콘스도 3분기 기준 10.61%, 4.79% 차지했다.

향후 승계를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해뒀지만 정몽규 회장이 대주주로서 최대한 '시간벌기'를 할 공산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HDC 회장 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대주주로서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룹의 안전이슈에 대한 신뢰 구축이 선제적으로 이뤄진 후에 자리를 건네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아직 자녀가 상당히 젊은 나이인 점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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