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1월 18일 07:5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신년사에서 변화와 성장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그러나 해마다 등장하는 바람에 이제는 영어공부, 다이어트 같은 새해 단골 다짐처럼 진부하게 느껴진다. 지난해와 크게 다를 것 없는 2022년 버전 신년사 속에서 바이오니아의 ESG 선언은 굉장히 신선했다.ESG 경영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익숙해진 소재일지 몰라도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인력과 자본의 한계를 지닌 바이오 기업은 연구개발과 재무관리만으로도 벅찬 게 현실이다.
환경과 지역사회, 기업지배구조까지 고려해야 하는 ESG는 바이오텍 능력 밖의 일로 여겨져 왔다. 바이오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ESG 계획을 물으면 질문한 사람도 질문을 받은 이도 머쓱해할 만큼 업계에서는 시기상조로 평가 받던 이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바이오니아가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점은 반길 일이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일찌감치 시스템을 마련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박한오 대표는 대학원에서 ESG 최고경영자 과정도 밟고 있다.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면 ESG가 단순 구호에 그칠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벤처기업인 바이오니아의 자산은 작년 3분기 연결 기준 2534억원이다. 친환경 사업이나 사회공헌활동, 기업지배구조 구축보다는 양적 성장을 통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먼저 풀어야 할 과제일 수도 있다.
국내외에서 요구하는 ESG 경영 요건들이 국내 바이오 벤처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바이오니아가 성과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대표적으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요구하는 지배구조를 꼽을 수 있다.
기술 기업인 바이오텍은 태생적으로 오너 체제를 가동시킬 수밖에 없다. 기업의 근간이 되는 기술을 떠올린 사람(오너)이 곧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임직원들은 "대표이사 없으면 사업 접어야 된다"고 말할 정도니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나 빛을 발할 거버넌스를 바이오 벤처에 욱여넣기엔 한계가 있고 이를 통해 얻을 실익도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넋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코로나19와 같은 예측 불가능했던 외부 변수로 급격하게 성장한 바이오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커진 체급을 감당하는 것은 결국 튼튼한 내실뿐이다.
바이오 벤처 1세대로 코스닥 상장 문턱을 처음으로 넘어섰던 바이오니아가 ESG도 총대를 멨다. 시대의 요구에 응하면서 바이오 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이번 도전기가 실패담으로 채워져도 바이오 업계에 ESG 필요성을 환기한 것만으로 이미 의미 있는 이정표는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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