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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프렌드십 포커스]현대글로비스, '주주추천' 사외이사가 '주주권익' 살핀다③2018년 그룹 최초 선임, 주주·이사회·이해관계자 사이서 가교 역할

유수진 기자공개 2022-05-04 07:40:51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9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18년 시도했던 지배구조 개편은 무위에 그쳤지만 성과가 아예 없진 않았다. 주요 계열사들이 주주와의 소통 강화 등 주주친화 정책을 확대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공개적으로 제동을 건 엘리엇은 물론 일반주주들의 동의와 지지 없이는 성공적인 지배구조 개편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생긴 게 바로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다. 해당 이사는 다른 이사들과 달리 주주 관점에서 이사회에 제언하는 업무 등을 추가로 담당한다. 선임 과정도 주주추천을 받는 등 통상적인 경우와 다르다. 현대글로비스는 2018년 현대차그룹에서 가장 먼저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현대차·기아보다 1년, 현대모비스보다 2년 앞섰다.

◇사외이사 1명, '주주권익' 보호 담당…주주추천 받아 선임

현재 현대글로비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3대주주(칼라일그룹) 측 인사가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했고 사내이사 1명이 사임하며 현재의 모습이 완성됐다. 현대글로비스는 자산 2조 이상 상장사로 현행법상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눈에 띄는 인물은 길재욱 사외이사다. 그는 이름 옆에는 '주주권익 보호'라는 특수업무가 따라 붙는다. 이사회와 주주,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 주주권익 보호 사외이사는 글로비스를 포함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종의 상징이 됐다.

시작은 2018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그룹은 주주권익을 확대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주주추천 사외이사제 도입을 발표했다. 주주가 추천한 인물을 등기이사로 선임해 주주권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이사회에 후보를 올리던 방식과 거리를 뒀다. 당시 추진하던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의 일환이었다.

가장 먼저 행동으로 옮긴 계열사가 현대글로비스다. 발표 직후 공모를 시작했다. 직전해 말일(2017년 12월31일) 기준 명부에 있는 모든 주주에게 추천 자격을 줬다. 후보 조건으로는 △투명경영·리스크관리·주주권익 보호 등에 전문성과 식견 보유한 자 △상법이 정하는 사외이사 결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자 등을 내걸었다.

후보 선정을 위한 별도의 자문단도 꾸렸다. 주주권익 보호와 리스크 관리, 법률, 금융, 경영분야의 외부 전문가 3~5명으로 구성했다. 투명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자문단 조직 단계에도 의결권 관련 기관과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이들은 추천받은 후보들 중 법적기준에 부합하고 전문성을 갖춘 이들로 최종 후보군을 추렸다.


최종 후보는 이사회 산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선택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길재욱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가 현대차그룹 최초의 주주추천 사외이사에 낙점됐다. 현대글로비스는 주총 직후 이사회와 투명경영위원회를 열고 길 이사를 투명경영위 위원이자 주주권익 보호 담당 이사로 선임했다.

공모부터 최종 선임까지 꼬박 두달이 걸렸다. 회사 측은 중간중간 공시 등을 통해 진행상황을 시장과 공유했다. 해당 제도의 도입 취지를 최대한 살리려는 의도였다. 사외이사 후보 선정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국내 재계에서 상당한 파격으로 평가됐다.

길 이사는 2021년 3월 임기(3년)가 만료됐다. 회사 측은 그를 다시 한번 이사 후보로 올렸다. 과거 주주추천 절차를 밟은 만큼 이때는 별도의 공모를 하진 않았다. 주총 승인을 거쳐 여전히 이사회에서 주주권익 보호를 책임지고 있다. 국내외 투자자 간담회와 기업설명회 등에 참석해 이사회와 주주간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돕는다.

◇사외이사로만 투명경영위 구성, 위원별 '맞춤형' 지원

주주권익 보호 사외이사는 투명경영위 활동을 병행한다. 투명경영위는 주요 경영사항과 계열사간 내부거래의 투명성, 윤리경영과 주주권익 보호, 사회적 책임 이행 등에 관한 사항을 검토하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다.

투명경영위는 자산 2조 이상 상장사로서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사추위, 감사위원회와 달리 법적 설치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현대글로비스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및 리스크 관리 기능 강화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자 2017년 4월 자율적으로 구성했다. 설치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이사들은 전원 찬성 의견을 냈다.

해당 위원회는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있다. 최대주주 등과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는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철저히 배제한 것이다. 대신 사외이사는 전원(5명)이 소속돼 활동한다.

회사 측은 각 위원들이 어려움 없이 위원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후방 지원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사별 전문분야가 달라 법무팀과 정책지원/CSR팀, 컴플라이언스팀, IR팀 등이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지원조직 인원만 작년 말 기준 35명에 달한다. 이들은 위원회 안건 등에 대한 추가 정보 요청이 들어오면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다.

<출처:2021년도 사업보고서>

투명경영위는 지난해 모두 여덟차례 열린 것으로 파악된다. 상하반기 각각 네번씩이다. 현금배당 등 주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물론, 내부거래 승인과 사업확대를 위한 투자의 건 등을 처리했다. 기업가치 제고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안건들이다.

현대글로비스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발간과 각종 자료 게재 등 정보 공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주주나 일반투자자들이 손쉽게 기업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들을 낮췄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경우 공시 의무가 생긴 건 2019년(사업연도 기준 2018년)이지만 그보다 2년 앞선 2017년(사업연도 2016년) 처음 발간했다. 당시는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같은 가이드라인조차 없을 때지만 지배구조와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등으로 구분해 현황을 서술했다.

2018년부턴 홈페이지를 통해 보다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2017년까진 분기별 실적자료 정도였지만 이후 사업현황과 거버넌스 NDR 자료 등도 함께 게재한다. 여기엔 회사가 주주권리 확대를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 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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