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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팅하라, 한번도 잃은 적 없었던 것처럼'

서하나 기자공개 2022-05-03 08:00:01

이 기사는 2022년 05월 02일 07:5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팅하라, 한번도 잃은 적 없었던 것처럼.' 살짝 정신나간 소리로 들리는 이 구절은 시인 류시화의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차용한 표현이다. 책임지지 못할 베팅을 남더러 하라니? 사랑을 베팅으로 바꿨을 뿐인데 낭만은 사라지고 무책임함만이 남는다. 결과가 불확실한 일에 돈을 거는 행위. 베팅은 투자 업계에서 꽤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시가총액 1000조원 테슬라는 베팅으로 탄생했다. 2002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갓 30대를 넘겼을 무렵, 그는 벤처기업 두 곳을 매각해 약 2000억원의 거금을 손에 쥐었다. 절반은 저금하고 절반은 사업에 쏟아 성공하겠다는 그의 계획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스페이스X가 초창기 발사에 모두 실패했고 테슬라는 제조·공급·디자인 문제를 동시에 겪으며 존폐위기에 섰다. 머스크는 돈을 아껴 테슬라를 망하게 둘지 남은 돈을 모조리 투자해 재기의 기회를 얻을지 냉혹한 갈림길에 섰다. 후자를 선택한 머스크는 결국 세계 최대 부호 반열에 올랐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LB프라이빗에쿼티(PE)가 최근 국내 세컨더리 투자로 역대 최고 수준의 이익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하이브를 연예 기획사가 아닌 빅데이터 기업으로 보고 '무모한' 베팅에 나선 결과다.

LB PE는 2017년 조성한 세컨더리 펀드 첫 투자처로 하이브를 낙점했다. 당시 하이브 몸값이 이미 몇배가 뛰었기에 기존 투자자들 대다수가 회수에 나선 시점이었다. 특정 아이돌 의존도가 높아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LB PE의 판단은 달랐다. BTS에 충성도 높은 팬클럽 아미(ARMY), 팬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추가 성장 가능성을 엿봤다. 하이브의 가치는 이후 약 8개월간 3배 이상 뛰었다. LB PE는 하이브 투자로 무려 385%의 IRR을 기록했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을 바라보는 자본시장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조단위 빅딜과 과감한 베팅이 쏟아지던 지난해와 달리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시기나 상황적으로 당연한 수순이다. 빅딜 뒤엔 늘 PMI나 펀딩 등 복잡한 과정이 수반된다. 연기금 주최 운용사에 선정된 PE들은 과감한 투자보다 수익률이 보장된 매물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본격화한 크레딧펀드 열풍도 비슷한 기조일 수 있다.

누구나 승리가 보장된 게임을 원한다. 베팅이 늘 옳을 수도 없다. 철저한 준비와 확신이 필요하다. 머스크가 약 55조원(440억달러)에 적자기업 트위터를 인수한단 소식이 화제다. 돈으로 권력을 샀다, 로봇 개발을 위한 빅데이터를 샀다. 해석도 평가도 분분하다. 하지만 화성 이주의 꿈을 꾸는 그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은 어쩔 수 없다. 시장을 바라보는 남들과 다른 시선은 성공한 투자를 만들고, 때로는 신화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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