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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시장, 토털솔루션 컨설팅으로 차별화" [IB헤드 릴레이 인터뷰]⑥배영규 한국투자증권 IB그룹장 "RFP 배포 전 기업과 자금조달 함께 고민해야"

최윤신 기자공개 2022-05-11 13:04:27

[편집자주]

기준금리 인상 등 자산관리 시장의 암초가 도처에 깔리면서 증권사들이 'IB'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2022년 IB 분야의 수익이 증권사 전체 실적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IB 헤드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졌다. 더벨이 각 증권사의 IB 조직을 이끄는 키맨을 만나 올해의 전략을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09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IB하우스들은 하나같이 ‘시너지’를 말한다. ‘본부간 벽을 없애 고객에게 통합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게 공통된 목표다. 모두가 가야할 길을 알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구호는 구호일 뿐 현실은 다르다.

고착화 된 본부 간 장벽은 구조를 뜯어 고치지 않는 이상 바꿀 수 없다. 변화의 선봉에 선 건 한국투자증권이다. 2019년 말 각 본부를 묶는 IB그룹 체제를 출범하고 배영규 전무를 그룹장으로 선임해 중책을 맡겼다.

IB그룹 출범 3년차, 배 그룹장이 그간 추진한 변화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시장의 유동성이 말라버린 올해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수준의 혁신까지는 아직 멀었다. 배 그룹장은 여전히 IB그룹의 조직도를 새로 그리며 진정한 의미의 ‘토털 솔루션’을 고민하고 있다.

◇대외적 요인에 투자심리 위축, 리오프닝엔 기대감

“올해 ECM 리그테이블 상위권 진입은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1위 탈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배 그룹장은 올해 리그테이블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국증권은 자타공인 국내 IB하우스 중 선두그룹에 속한다. ECM, 특히 IPO 분야의 경쟁력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벨 ECM 리그테이블 집계(주관금액 기준)에서 2020년과 2021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더벨 리그테이블 어워즈에서 ‘베스트 에쿼티 하우스’를 차지하도 했다.

그런데 올해 1분기 ECM 리그테이블 성적은 9위에 그쳤다. 국내 IPO 최대어 LG에너지솔루션 딜에 참여하지 못한 게 큰 타격이었다. 거의 매년 한국증권과 1위를 다투던 NH증권도 LG에너지솔루션 주관에서 제외돼 10위가 됐다.

“리그테이블 자체가 의미 있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정작 그는 덤덤한 말투였다. 한국증권 IB그룹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1분기 리그테이블 성적표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딜을 제외하면 한국투자증권은 여전히 1위다. 1분기 IPO 주관건수도 7건으로 압도적이다. 건수 기준 2위인 5곳은 3건의 딜을 주관하는 데 그쳤다.

LG에너지솔루션의 딜에 대해선 좋은 평가를 했다. 그는 “작년 말부터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해 걱정이 많았는데, IPO를 훌륭히 성사시켰다”고 평가했다. 1경5000조라는 금액이 모인 LG에너지솔루션 딜에서 부각된 기관투자자들의 ‘허수 주문’ 문제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는 LG에너지솔루션 딜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반기 1위 탈환을 자신하지 못하는 건 시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는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예정된 딜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올해 수많은 대형 IPO딜이 예정돼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순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불확실성은 대외적 요인에서 기인한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기조, 환율 등의 요인으로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고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있다. IPO 시장의 경우 투자매력도가 높은 기업에만 수요가 집중되고, 그 밖의 ECM과 DCM 시장도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참여가 저조하다. 인수금융 시장은 리파이낸싱 딜 자체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성장주 및 기술주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줄어드는 데 크게 우려했다. 그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들이 자본시장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지 못하게 될까바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리오프닝 국면과 관련해 기대를 품었다. 그는 “코로나19로 사업이 크게 위축되었던 항공, 여행, 리테일, 문화 관련 기업들이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한 자금조달 수요가 증가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기차, 메타버스, 로봇, 반도체 등의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 중 사업 경쟁력이 높은 기업들은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배터리 재활용과 수소 등 ESG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도 경쟁력이 높다고 봤다.

◇ IB전략컨설팅부 통해 '선제적 제안' 본격화

진짜 실력은 위기의 상황에서 드러난다. 배 그룹장은 한국증권 IB그룹의 실력이 ‘시장의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말하는 실력은 부서간 장벽을 허문 한국증권 IB그룹의 ‘토털 솔루션’ 제공 역량을 말한다.

배 그룹장은 한국증권 IB그룹의 가장 큰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지체없이 ‘사람’을 꼽았다. IB그룹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을 말하는 게 아니라 ‘문화’에 방점이 찍힌 대답이다. 그는 “시니어들이 솔선수범해 당장 눈앞의 수익이 아닌 고객만족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며 “주니어들은 자연스럽게 이를 배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증권이 강조하는 ‘토털 솔루션’은 고객에게 선제적으로 더 좋은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고객에게 필요한 부분을 먼저 고려해 제안하고, 함께 고민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RFP를 받고 입찰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RFP를 받기 이전부터 기업의 자금 솔루션을 컨설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토털 솔루션은 지난해 초 만든 IB전략컨설팅부를 통해 본격화하고 있다. 배 그룹장 직속 부서로 기업별로 맞춤 컨텐츠를 만들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제안한다. 국내 주요 대기업에 기업가치 제고방안 등 로드맵을 토대로 선제적 IB 딜을 제안해 잠재된 딜 수요를 모으고 있다.

◇ "고객사와 공동·연계 투자 도모"

지난해 말 이뤄진 IB2본부 강화 조직개편 역시 토털 솔루션에 방점이 찍혔다. ‘커버리지’를 강화한 게 핵심이다. 그는 “한 인력이 많은 기업의 커버리지를 맡으면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커버리지를 담당하는 기업의 상황을 깊이 알아야 확실한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고민이 많다. 조직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는 “IB전략컨설팅부를 더 키울 계획인데, 조직도를 어떻게 그려나가야 시너지를 더 강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해 영업력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향후 고객사와의 공동·연계 투자까지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PE 라이선스 등록을 했다.

그는 “고객이 에쿼티 투자에 관심이 있을 때 사업기회를 따져 동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목적”이라며 “투자수익과 고객사와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두가지 목적을 다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과보상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IB업계는 냉혹한 세계다. 본인의 성과가 아니라면 다른 본부의 일을 신경 써 줄 여유는 없다. 그는 “협업과 시너지를 적극 이끌어내기 위해 시너지 항목에 굉장히 큰 가산점을 두고 있다”며 “소외되는 건 없는지 지속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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