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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DB 머니무브]업계 불문 DB 시장 '들썩'…투자상품 전환 잰걸음①개정 근퇴법 시행 효과, 기업 상당수 부담감 토로

이돈섭 기자공개 2022-05-12 07:44:48

[편집자주]

172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머니무브가 본격화 되고 있다. DB 적립금은 오랜기간 예·적금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돼 왔지만 최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속속 옮겨가는 추세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DB 적립금 시장 변화 판도를 더벨이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0일 15:1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최근 시행되면서 확정급여(DB)형 적립금 운용 방식 전환 이슈가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업권 경계를 불문하고 DB 적립금 운용 비히클에 실적배당형 상품을 추가하는 움직임이 속속 관찰되고 있다.

전 금융업권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기업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던 적립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유도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정책당국, 172조 규모 DB 적립금 낮은 수익률 타개책 마련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DB 적립금 규모는 약 172조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해 18조원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296조원의 58% 비중을 차지했다. DB 적립금은 2015년 86조원 규모(68%)였는데 매년 꾸준히 덩치를 불린 결과 6년 만에 2배 가까이 커졌다.

하지만 나날이 커지는 적립금 규모와 달리 운용 수익률은 지지부진하다. DB 적립금의 95% 이상이 예·적금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는 까닭에 연 평균 수익률이 1%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DB 적립금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1.5%에 머물렀다.

DB 적립금은 기업이 근로자 퇴직 시 지급해야 하는 부채 성격의 자금이다. 따라서 근로자 임금이 불어나는 속도만큼 적립금 규모도 커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수익률은 임금상승률과 시장금리 등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DB 적립금 운용 성과 저하는 단순히 수익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국내 연금체계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층으로 이뤄져 있다. 국민연금은 매년 고갈 우려가 끊이지 않고 개인연금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2005년 제도 시행 이후 규모가 나날이 커지면서 연금체계를 지탱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심화하는 가운데 퇴직연금 적립금이 가진 사회적 의미가 작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퇴직연금의 주축인 DB 적립금 수익률 저하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하는 과제다.

정부는 지난해 4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개정했다.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이 DB형을 채택한 경우 적립금 운용위원회를 설치케 하고 운용계획서(IPS)를 작성케 하는 한편, 최소적립 비중을 100%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14일 본격 시행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부 인원이 참여하는 운용위원회가 설치되고, IPS에 기반한 적립금 운용이 이뤄지면 수익률 제고 움직임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주축으로 일부 적립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굴리는 행태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DB 적립금 운용 체계화 필수…국내외 증시 변동성 장애물

실제 근퇴법 개정안은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국내 대다수 기업들은 DB 적립금을 막연하게 운용하고 있었는데 이를 체계적으로 운용해야 할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최소적립금 기준에 미달할 경우 외부 전문가를 위촉해야 하는데. 이 경우 수익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운용위원회가 IPS를 작성한 뒤 정책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것도 적잖은 부담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대우건설과 오비맥주 등 여러 기업들이 DB 적립금 일부의 운용 비히클 전환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SK그룹 내 복수의 계열사들도 비슷한 고민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DB 적립금 실적배당형 상품 전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업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관련 조직을 확충하고 컨설팅 서비스를 운영하는 한편, 실제 운용 비히클을 제공하는 자산운용업계는 다양한 콘셉트의 펀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로 큰 틀의 콘셉트를 제시한 다음, 각 기업 재정 상황에 맞춘 사모펀드를 설정해 운용하는 방식이 대다수"라며 "관련 펀드들의 수익률 관리도 중요하지만 적립금 운용성과가 부채 관리와 직결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감안, 일단 최소적립 비중을 100%로 끌어올리고 실적배당형 상품 전환은 뒤로 미루는 기업들도 상당수라는 전언이다. 적립금 운용 방식은 기업이 자유롭게 결정할 문제고 현행법은 최소적립 비중 기준 충족 기업에는 별도의 강제 조치 등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해 자칫 원리금이 손실될 경우 운용 책임을 져야 할 주체가 분명하지 않고, 운용 성과가 부채 이슈와 직결되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최근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극심해지면서 실적배당형 상품 전환에 대한 거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DB 적립금 운용의 궁극적인 목표는 근로자 노후 복지를 위해 충분한 적립금을 확보하는 것"이라면서 "단순히 운용 비히클 전환의 문제로 사안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적립금 운용을 위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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