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텍 1세대 성과 평가]"보톡스 선구자 정현호, 임상 원점부터 재정비해야"메디톡스, 추가 파이프라인 상업화·기술 반환 물질 독자 진출 등 과제
최은수 기자공개 2022-05-16 08:28:22
[편집자주]
국내 바이오 산업의 호황기를 이끌던 바이오텍 창업 1세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사회에서 완전히 손을 떼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주는 사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더벨은 제약바이오 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바이오텍 창업 1세대의 성과를 따져보기로 했다. 자유로운 의견 취합을 위해 이름, 소속, 특정 직책은 밝히지 않는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2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현호 메디톡스는 대표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개화와 성장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박사 1호'인 정 대표의 맨파워를 앞세워 국내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관련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다.다만 회사는 2010년 중반 이후 사업 부침을 겪고 있다. 주력제품엔 약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본안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국내 사업은 임상 단계부터 재정비가 불가피해 보인다. 2013년 엘러간에 기술 이전해 주목 받았던 MT10109L는 지난해 반환됐다. 해외 진출 계획도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A : 전, 바이오벤처 IR 담당 / 현, 자산운용사 C레벨
B : 증권사 바이오섹터 애널리스트
C : 전 바이오텍 QA(품질보증), Plant manager(공장장) / 현, 코스닥 바이오텍 대표
D : 코스닥 바이오텍 대표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정 대표의 족적은
D: 정 대표가 설립한 메디톡스의 톡신 기술만큼은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국내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다. 독일 멀츠(Merz Therapeutics)에 이어 150kDa 규격의 제품(코어톡스) 개발에 성공한 것도 주목할 사안이다. 국내에서 kDa 규격 변경을 포함해 복수의 톡신 파이프라인의 품목허가를 따내고 상업화에 성공한 곳은 메디톡스 뿐이다.
B: 메디톡스의 그간 성과는 곧 정 대표의 맨파워를 설명한다. 정 대표는 톡신 산업 기반이 없었던 국내에서 메디톡스를 세워 제품을 출시했고 상장까지 성공시켰다. 메디톡스의 시가총액은 2018년 5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시장에서 국내 톡신 원조로 꼽히는 정 대표, 메디톡스에 거는 기대감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C : 미생물에서 특정 성분(독소)만 추출하고 이를 상업화가 가능한 일정한 작용강도(역가)로 유지하는 작업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정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국내 최초 보툴리눔 톡신 독소 관련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획득한 전문가다. 메디톡스가 지금껏 타사 대비 기술 우위에 설 수 있었던 이유다.
-파이프라인 품목허가 취소·품질 이슈가 지속되는데
C: 품목허가 취소 이슈는 본안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옳고 그름을 따지긴 어렵다. 다만 메디톡스의 전체 매출의 40%를 책임지던 제품군이 직격타를 맞았다. 본안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제품 판매는 가능하고, 소송에서 식약처의 처분이 뒤집어지거나 소송을 통해 혐의를 벗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흔들린 시장 신뢰는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D: 15년 이상 국내에서 쌓아올린 브랜드 파워가 흔들렸다는 점은 뼈아프다. 회사는 품목허가 취소 위기에 놓인 제품을 대체할 새 파이프라인으로 재기에 나설 전망이다. 먼저 신규 파이프라인의 국내 상업화를 성공시킨 이후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사업 확장을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A: 메디톡스가 해당 이슈로 입은 타격은 수익성 지표를 통해서도 가늠할 수 있다. 2010년 초반 50%에 달하던 메디톡스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12%였다. 품목허가 이슈가 터진 2020년엔 37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기도 했다. 톡신 제품이 캐시카우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B: 메디톡스는 이밖에 안정성 시험 자료 조작, 수출용 제품의 역가와 제품 속 수분 함량 등이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등 품질 관련 이슈에도 직면했다. 최근 시가총액은 최고점의 20% 수준인 8000억원 가량이다. 메디톡스가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서려면 후속 파이프라인 상업화 외에도 내부통제 재정비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액상형 제제 MT10109L의 기술 반환에 대한 대책과 전망은
D: 메디톡스가 MT10109L를 2013년 보톡스 원조 엘러간에 L/O한 것은 큰 성과다. 다만 L/O 성사 후 업계에선 엘러간이 해당 기술을 묵힐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빅파마가 독점 시장을 지키고자 바이오텍으로부터 권리를 사들이고 상업화를 지연시키는 전략으로 본 것이다.
A: 결과적으로 엘러간은 L/O 후 8년 만에 이렇다 할 R&D 진척 없이 MT10109L 기술을 반환했다. 이어 그들만의 독자 액상형(프리필드 실린지) 제제로 후기 임상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엘러간의 기술 반환을 메디톡스의 과실이라 볼 수는 없다. 다만 시간이 곧 비용인 R&D 업체가 시간을 허비한 점은 반드시 곱씹어 사업 개발 전략 정비를 해야 한다.
C: 메디톡스의 유동성 여력은 녹록지 않다. 주력 제품 품목허가 취소, 신규 파이프라인 임상, 비허가 제품 수출 이슈 등 현안이 산적한 상태다 보니 MT10109L의 출시 진행은 순번이 밀릴 가능성이 높다.
-경쟁업체와 진행 중인 균주 출처 관련 소송에 대한 전망은
A: 메디톡스는 정 대표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해 균주 출처 소송에 연간 수백억원의 비용을 써 왔다. 결과를 놓고 보면 소송 성과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작년 합의를 통해 대웅제약 주보(국내 제품명 나보타)의 미국 판매에 대한 일정 로열티를 받게 됐고, 주보를 판매하는 해외 파트너사 지분도 가져왔다.
B: 균주 출처를 명확히 밝혀 업계 지적재산권 보호에 나서겠다는 정 대표의 의도는 이해된다. 다만 당사자들의 각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소송이 길어지면 그 끝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시장에선 소송이 또 이어지는 것을 리스크로 여긴다. 메디톡스가 승소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주가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D: 메디톡스는 그간 소송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의견을 반영해 이번 휴젤과의 소송을 앞두고 글로벌 소송 및 분쟁 해결 전문 투자(Litigation Funding) 회사와 손을 잡기도 했다. 이들은 메디톡스 대신 소송 비용을 부담하고 승소 시 배상액의 일정비율을 가져간다. 현재까지 모금된 소송 비용은 약 4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승계 문제 등 포스트 정현호 체제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지
C: 두 아들이 회사 지분 일부를 가지고 있다. 다만 각각 지분 보유율은 0.01% 수준이다. 더불어 이들은 회사에 속해 있지도 않고 승계를 위한 움직임도 없다. 여기에 정 대표의 그간 업적을 고려할 때 지금 당장엔 어느 누가 와도 '메디톡스=정현호'라는 등식을 대체하기 어려워 보인다.
B: 정 대표는 적어도 소송전을 비롯한 사태를 모두 마무리짓기 전까지 '포스트 정현호 체제'를 염두에 두진 않을 것이다. 정 대표는 업계에서도 본인 소신에 따라 한 우물을 파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일단 균주 출처 논란을 본인이 직접 제기했으며 회사까지 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끝을 볼 때까진 전면에서 회사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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