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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텍 가치 상승에 '지주사 딜레마' 커지는 DB [테크기업 밸류 분석]산업·전장용 파운드리 희소·성장성 부각…주가 오를수록 지분매입·부채발행 부담 커져

김혜란 기자공개 2022-05-24 13:15:07

[편집자주]

테크(Tech) 기업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단가에 따라 이익 변동 폭이 큰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테크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만큼 밸류에이션도 글로벌 추이에 따라 움직인다. 주가를 밀어 올리는 원동력은 실적이지만,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 속에서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신사업 전략 등이 방향성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를 투자자들은 평가한다. 더벨은 각 테크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밸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밸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요인과 변수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0일 15:2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하이텍은 지난 2년간 반도체 호황 국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여준 기업이다. 2020년 초 1조2000억원대였던 시가총액은 3조2000억원대로(19일 종가기준) 2.5배이상 뛰어올랐다.

기업가치가 오른 건 호재지만 '지주사 전환'이란 난제를 풀어야 하는 난처한 상황도 받아들여야 했다. DB하이텍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질수록 그룹의 지주사 전환 과제의 난이도가 더 높아지는 딜레마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하이텍 밸류업에 난이도 높아지는 지주사 숙제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을 지배하는 DB아이앤씨(DB Inc.)는 2024년 1월 1일 이전까지 지주회사 조건에 따라 DB하이텍 지분을 30% 확보해야 한다. DB Inc가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재무상태표상 별도기준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면서 '자회사 지분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을 충족한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2년의 유예기간(지주사 전환일 올해 1월 1일)을 줬다.

사실 DB그룹은 순환출자 해소, 금산분리 등의 이슈에서 자유로워 법적 지주사로 전환해 얻는 이점이 많지 않다. 형식적으로 지주사 형태를 이미 갖췄으며 오너의 소유 구조도 단순하다. 금융사와 제조계열사가 분리돼 있고 DB Inc(오너 일가 지분 16.83%)가 지분 12.49%로 DB하이텍을 지배하는 구조다.

법적 지주사 요건을 갖추게 된 것도 그룹이 의도한 바라기보다 DB하이텍의 가치가 지난 2년간 급등하면서 DB Inc의 자회사 공정가액(장부가액)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어떻게든 지배구조를 손봐야 하는 상황인데 DB Inc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내년 말까지 DB하이텍 지분을 17% 이상 더 사들이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DB하이텍 시총을 고려하면 현금이 5000억원 이상 필요한데, DB Inc가 상당한 차입을 일으켜야 한다.

지주사 전환 요건에 미달되게 재무구조를 손보는 것도 가능하다. DB Inc가 채권 등을 찍어내 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자산을 늘려 자회사 지분가액 합계를 5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다.

문제는 DB하이텍의 주가다. 주가가 계속 오르면 장부가액도 늘어나는데 이에 맞춰서 DB Inc가 부채를 마냥 늘리기는 부담스럽다. 또 DB하이텍 시총이 높아지면 그룹의 지분 매입가액도 계속 오르게 된다.

두 가지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에 직면하면 외부 매각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매년 이자 비용을 부담하고서라도 DB하이텍을 그룹에 둘 이유가 충분하다면 지분 매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DB "매각 고려 안한다" vs IB업계 "6조 가치까지도 가능"

DB Inc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최대 변수는 DB하이텍의 밸류에이션인 셈이다. 그렇다면 시장에서는 DB하이텍의 미래 가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DB하이텍은 8인치(200㎜)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라 공정 자체는 구형으로 평가받는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도 1%대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10년 후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반대로 DB하이텍의 주력 사업부문은 12인치(300㎜) 파운드리인 삼성전자나 TSMC 등이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인데다, DB하이텍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가 소화하는 전력반도체 분야는 성장성이 높아 호황이 수년간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DB하이텍은 8인치 팹에서 모스펫(MOSFET), 절연게이트 양극성 트랜지스터(IGBT),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전력반도체를 생산 중이며 특히 산업·전장용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이들 제품은 기능을 정확하게 구현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해 미세공정으로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12인치 공정으로 비싸게 생산할 이유가 없다. 또 고전압·고전력 전력반도체 칩 성능 개선에 중요한 BCD(Bipolar·CMOS·DMOS) 공정 기술은 DB하이텍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DB하이텍은 대만의 뱅가드인터내셔널세미컨덕터(VIS), 이스라엘 타워세미컨덕터와 경쟁 중인데 8인치 팹은 이들 기업만이 공급가능하다.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목표로 하는 인텔이 타워 인수를 추진 중인 것도 그만큼 타워의 가치가 높다는 걸 방증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DB하이텍은 8인치 레거시 공정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시장은 플레이어가 제한돼 있어 희소성과 성장성이 크다. 이런 부분이 앞으로 기업가치에 반영될 것"이라며 "이 시장은 삼성전자나 TSMC가 한다고 나설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DB하이텍의 시총이 3조원 수준인데, 만약 매각을 가정했을 시 6조원 수준의 몸값까지도 가능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회사가 준비 중인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사업도 내년 증설 계획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어 주가 모멘텀이 풍부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iC 웨이퍼 기업인 미국 울프스피드(옛 크리)와 투식스(II-VI) 등이 2024년부터 SiC 분야 8인치 전환 계획을 갖고 있다"며 "웨이퍼 업계 등과 협업관계를 구축하려면 올해, 내년에는 DB하이텍이 증설 의사결정을 확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요 증권사는 DB하이텍의 목표주가를 10만원대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주가(7만3600원)보다 약 35% 이상 오르는 것이다.

결국 내년 말까지 부채를 늘려 지주사 전환 규제에서 벗어날 수는 있으나 DB하이텍 주가가 오른다면 또 다시 손을 써야 한다. DB그룹이 매각에 선을 긋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지배구조로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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