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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의 결기 [thebell desk]

박창현 M&A부장공개 2022-05-18 08:15:20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7일 07: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의 별명은 '무결점 플레이어'다. 서브와 포핸드, 백핸드, 네트 플레이, 멘탈리티 등 어느 하나 모자란 것이 없다는 최고의 극찬이다. 메이저 통산 20회 우승, 더블 커리어 그랜드슬램, 더블 커리어 골든 마스터스, 역대 최장 랭킹 1위 등 무수한 기록이 그의 이름을 빛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압도적인 기량과 강력함은 많은 적들을 낳았다. 심지어 강한 승부욕이 비매너로 평가절하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경쟁자인 페더러와 나달에 비해 박한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한앤컴퍼니에게서 노박 조코비치가 보인다. 한앤컴퍼니는 국내 톱티어 프라이빗 에쿼티 플레이어다. 냉철한 판단과 빈틈없는 딜 실행으로 고난도 딜을 손 쉽게 성사시키는 능력을 보여줬다. 쌍용C&E와 한온시스템, 케이카, 에이치라인해운 등 무수히 많은 트렉레코드가 그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무결점의 대명사였던 한앤컴퍼니도 기계는 아니었다. 지난해 남양유업 M&A 추진 과정에서 스텝이 꼬였고 결국 넘어졌다. 현재 거래 무산 귀책사유와 책임 소재를 두고 매각자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법정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이 사건은 단연 PE 시장의 최대 화두였다. 천하의 한앤컴퍼니도 결국 나무에서 떨어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여기에 더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하고 꼼꼼하게 회계, 법률 실사를 하는 한앤컴퍼니가 유독 남양유업 M&A에서 허점을 보인 배경을 두고도 많은 말들이 오갔다. 다만 무결점 플레이어의 실수에 대해 안쓰러움보다는 이유모를 통쾌함이 시장을 관통했다.

체면을 구긴 한앤컴퍼니에겐 많은 선택지가 있었다. 가장 손쉬운 해법은 '단절'이었다. 과감하게 남양유업을 포기하고 뒤도 쳐다보지 않고 돌아서면 그만이다. 수 많은 제안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수의 식음료 대기업이 계약 승계를 원하며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손해도 아니었다. 확정 수익까지 챙겨주겠다는 곳도 여럿이었다.

하지만 한앤컴퍼니는 타협을 거부했다. 모든 제안을 뿌리치고 끝을 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미 돈이 아닌 자존심과 명예, 평판의 문제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말은 쉽지만 험난한 길이다. 지난한 법정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평판과 명예가 더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진흙탕 싸움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칼을 뽑아들었다. 과연 국내 어느 PEF가 이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실리보다 자존심과 명예를 앞세울 수 있을까. 시장의 눈에는 만용으로 보일수 있지만 치열함을 지향하는 한앤컴퍼니이기에 가능한 결단과 결기라는 생각이 든다.

남양유업 M&A는 다음달 본안소송을 앞두고 있다. 한앤컴퍼니를 이끄는 한상원 대표도 증인 출석이 예고돼 있다. 결기 서린 그의 입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가 쏟아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뒤는 없다.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M&A도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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