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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팍'이 국내 바이오텍 창업주였다면

최은수 기자공개 2022-06-14 08:24:26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3일 10: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재범. 제이 팍(Jay Park)을 엔터테이너로 보면 그의 행적은 산까치(Jay)처럼 종잡을 수 없다. 2008년 아이돌 그룹 2PM으로 데뷔해 큰 인기를 얻은지 1년 만에 그룹을 탈퇴한다. 이후 솔로 활동을 이어가다 2010년 중반엔 힙합 레이블을 세웠다.

2020년엔 UFC 페더급 선수 정찬성의 프로모터로도 활동했다. 정찬성의 시합을 앞두곤 통역사를 자처했는데 이를 일종의 이간질로 오해한 상대 선수로부터 뺨을 맞는,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나 일어날 법한 사건도 겪었다.

작년엔 돌연 국내 정상급 힙합 레이블로 성장한 AOMG와 하이어뮤직 대표직을 내려놓는다. 소주 사업을 앞두고 심기일전하겠단 뜻으로 팔로워 580만명의 SNS도 탈퇴했다. 독한 각오 덕인지 올해 론칭한 원소주는 연일 완판 기록을 쓴다.

제이 팍의 행보를 종합하면 만능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벤처 창업가로 보는 게 더 적절하다. 힙합 씬에선 잘 쳐줘야 커리어 스웩(Swag)이겠지만 박수칠 때 떠나는 벤처 창업가의 전형으로 읽힌다.

문득 제이 팍이 소주 회사 대신 국내 바이오텍을 세운다 상상한다. 바이오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상은 자유, 그간 창업 행보도 성공적이었으니 업계 공부를 해 유력 파이프라인과 인력을 확보한다 전제한다.

설립 직후 초기 자금 조달 과정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나타난다. 유명 연예인 출신이니 더할 나위 없다. 전망이 밝은 바이오벤처들이 그러하듯 설립 3~4년 후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파이프라인의 내재가치가 크고 인적 구성도 좋으니 상장에 성공한다. 연예인 오너의 바이오텍 상장 사례로 매스컴을 장식한다.

그런데 상장 후 가세한 개인투자자들이 문제다. 주가에 일희일비하며 시도때도 없이 R&D 임상 성과를 내놓으라 한다. 주가라도 떨어지면 '딴따라 출신이 세운 회사가 그러면 그렇지'란 비난은 약과다. 제이 팍의 지분매각(엑시트) '지'자 이야기만 들려도 우후죽순 들고 일어난다.

제이 팍은 난감하다. 회사는 이미 그 없이도 시스템으로 굴러간다. 그리고 본인은 벤처 창업가지 바이오 전문가가 아닌데 바이오텍이란 새장에 갇힌 느낌이다. FI들은 그저 자기들 엑시트에 골몰한다. 주가 부양을 위해 무리한 액션을 요구하는 이들도 적잖다.

앞서 상상은 많은 국내 바이오텍 창업주들이 처한 슬픈 시대 고증에 가깝다. 국내에선 아직 모더나(Moderna) 성공 사례를 기대하기 힘든 이유기도 하다. 창업주인 로버트 랭거는 모더나 외 40개가 넘는 바이오벤처를 세우며 엑시트도 자유롭게 했다.

국내 바이오 업계가 계속 창업주의 엑시트를 금기시해선 안된다. 엑시트를 놓고 주주, 창업주의 생각이 어떤들 회자정리(會者定離)는 필연이다. '인간이 순리를 거스르려 할 때 비극은 시작된다'는 플롯은 고대 그리스 극작에서부터 쓰인 단골 소재다. 거부할 수 없다면 차라리 아름다운 작별을 '기획'이라도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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