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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정신' 잊은 선구자가 남긴 것 [thebell note]

김소라 기자공개 2022-06-16 07:00:30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4일 07: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본디 투명성을 기치로 탄생했다. 서로 다른 거래 대상자 간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중개자'를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대체할 수 있다는데서 시작됐다. 오늘날 가장 유명한 블록체인 제품이 '비트코인'이다. 2008년 미국 최대 투자은행이자, 제도권 금융의 거대한 중개자였던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계기로 등장했다. 금융기관의 불투명성에 반기를 들고 거래 당사자 간의 직거래를 구현한다는 취지였다.

그로부터 13년 뒤인 2022년 5월, 블록체인 위에서 탄생한 가상자산 '테라'와 '루나'는 리먼브라더스 급의 충격과 공포를 안기고 막을 내렸다. 2018년 말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의 신현성 의장이 당시 테라 프로젝트의 창립자로서 사업 출범을 알린지 3년 반만이다. 테라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핀테크 서비스를 표방하며 사용자에게 낮은 결제 수수료를 혜택으로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업계 전문가로 꼽혔던 국내외 VC들이 잇따라 테라에 뭉칫돈을 넣으면서 프로젝트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2020년 테라 블록체인이 적용된 선불 체크카드 '차이카드'부터 지난해 초 연 20%의 고이율을 보장하는 테라 예치 플랫폼까지 연관 서비스를 신속히 선보였다. 테라와 루나는 전세계 모든 가상자산 가운데 시가총액 기준으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프로젝트의 성공을 입증했다. 이들의 활약은 특히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겐 무한한 귀감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테라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또다른 의미로 시장에 화두를 던졌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블록체인의 '탈중앙' 정신이, 모두가 같은 거래 장부를 공유한다는 '투명성'이 흘러넘치는 풍요로움 앞에 한낱 고리타분한 구호로 남아버린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다. 테라는 여전히 백서(투자설명서)엔 기재되지 않은 사전 발행 물량과 일부 가려진 거래 기록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장에 드리워진 각종 의혹과 불투명성을 해소해 나가는 일은 고스란히 후발주자들의 몫으로 남았다. 지난해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권으로 처음 편입한 특금법의 시행과 가상자산 거래소 등 주요 사업자의 위상 변화에 따라 업종을 막론하고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로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나 여전히 우려의 시선도 뒤따르고 있다.

회사는 왜 이미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는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도입해야 하는지, 이를 통해 소비자가 어떤 효익을 얻을 수 있는지 단순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가상자산을 찍어 결국 회사가 투자 이익을 얻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가상자산이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입증하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가 돼야 한다. 이것만이 시장의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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