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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프로파일]'섬세한 IPO 전략가' 최신호 한국증권 본부장삼성카드·삼바 딜로 이정표 세워...오래 만나 '신뢰 쌓는' 영업전략 구사

최윤신 기자공개 2022-06-24 13:40:25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2일 13:4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명가’ 한국투자증권은 IPO 영역에서 가장 강한 경쟁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 해 가장 많은 수의 기업을 상장시킨다.

올 들어서도 6월까지만 9개 기업의 IPO를 대표주관했다. 그 중심엔 최신호 IB1본부장(사진)이 있다. 미디어에 노출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IB업계에선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자다.

다수의 빅딜을 성사시킨 성과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경주마 같은 모습을 연상케 하지만 실제 만난 그는 전략가의 풍모가 더 짙었다. 산업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과 창의적 해결책 창출이 주요 무기다. 업에 대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고민한다. 산업과 시장을 읽고 유망 기업을 선제적으로 찾아 관계를 맺는 영업방식도 전략적이다.

섬세한 성품을 느낄 수 있는 단어들을 구사했다. 26년 가까이 IB로 일하고 있지만 ‘진심’이 통하지 않을 때면 지금도 종종 상처받는다고 한다. 조직운영에서도 이런 성향이 투영된다.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작은 영역에서도 고민하고 있다.

◇성장 스토리: 정일문 사장, 류창우 프라핏자산운용 부사장이 멘토

최 본부장이 IB가 된 계기는 다소 싱거웠다. 굳이 포장하려 하지 않았다. 학부에서 경영학과를 나오고 대학원에서 재무를 전공했다. 증시와 관련한 석사논문을 썼다보니 자연스럽게 증권사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엔 업무분야에 대한 특별한 목표의식 같은 건 없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1996년 일은증권에 입사했고, 어쩌다 보니 인수공모부에서 IPO를 포함한 주식인수 업무를 맡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 IB란 용어는 쓰이지 않았다. 발행규모면에서도 IPO 시장은 채권시장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시장이었다.

1990년대 후반 ‘닷컴열풍’이 불며 증권사에서 IPO를 담당할 인력을 많이 뽑았는데, 이 때 투신사에서 증권사로 전환한 한국투자신탁증권에 합류했다.

그를 IB맨으로 만들어 준 건 ‘선배’들이다. 현재 프라핏자산운용 CIO로 재직중인 류창우 부사장이 당시 그의 사수였다. IPO의 기초를 그 때 배웠다. 기업분석은 어떻게 하고, 거래소 심사는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등 실무자로서의 기틀을 잡아 준 인물이다.

최 본부장은 “기초 뿐 아니라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그 때 쌓은 기본기가 실무자로 일을 하며 맞닥뜨리는 다양한 변수들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2005년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신탁증권이 합병해 한국투자증권이 출범했고 그는 차장이 됐다. 사람을 만나고 설득하는 능력이 필요해졌다. 운이 좋게도 IB업계의 전설과도 같은 정일문 사장이 당시 기업금융본부장이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어깨 너머로 보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최 본부장은 “직급차이가 많기 때문에 사실 멘토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지만, 정 사장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영업은 물론 시장을 바라보는 눈과 미래를 대비하는 시각 등을 배우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IB의 일이 쉽지 않다고 느낀 것도 이때다. 많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게 특히 어려운 일이었다. 발행사와 주주, 감독당국, 시장 등 모든 주체를 만족시킬 순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IB는 중간에서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설득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접점을 찾다보면 때론 모두에게 적이 되기도 하는데, 여전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반대로 IPO라는 일의 매력을 가장 많이 느낀 것도 이 때다.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IPO라는 목표에 도달하면 큰 만족감이 들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일도 보람찼다. 그는 “1차 산업부터 최첨단 산업까지, 금융당국부터 VC, 엑셀러레이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며 “우리만큼 넓은 스펙트럼의 사람을 만나는 직업은 없을 것이라 자부한다”고 말했다.

2020년 1월 그는 국내 최고 IPO하우스의 본부장이 됐다. 딜 하나하나를 성공시킬 때의 짜릿한 감정은 많이 무뎌졌고, 그 자리엔 더 무거워진 책임감이 자리 잡았다.

본부장이 된 그는 끊임없는 ‘학습’을 강조한다. IPO를 주관하려면 해당 산업에 대해 적어도 준전문가적인 식견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습을 통해 산업과 기술을 미리 읽고 선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업무 철학 및 스타일 : 신뢰만이 해법, 오래 만나는 것 선호

최 본부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신뢰’다. 그는 “기업과 증권시장이라는 다른 이해를 가진 집단 간 접점을 만들어내는 게 업의 본질이라고 본다”며 “결국 양 사이드에 있는 사람들을 중앙으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하고, 이게 가능하려면 결국 신뢰를 쌓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뢰를 쌓는 방법은 ‘절대적인 시간’이다. 그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이상인 경우 상장을 얼마 안남기고 RFP를 돌리는 절차를 진행하는 게 어쩔 수 없다고 본다”면서도 “중소기업의 경우 되도록 좀 오랫동안 만나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IPO에 본격 돌입하기까지 수 년이 남았더라도, 미리 만나서 방향성에 논의하고 도움을 준다. 발행사에게 신뢰를 얻는 과정이기도 하며, 발행사에 대한 확신을 갖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발행사가 필요하다면 프리IPO 투자를 하기도 한다.

이는 영업 전략과도 연결된다. 다른 증권사보다 더 빨리 유망한 기업에 접촉해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IPO를 성사시키는 게 기본적인 전략이다. 유망 기업을 발굴하는 방식도 다른 증권사와 조금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영업자산은 ‘고객사’다. 파트너십을 맺고 IPO에 성공한 기업의 대표이사를 통해 소개받는 경우가 많다. 최 본부장은 “수임하는 딜 중 적어도 30%이상을 과거 한국증권이 상장주관했던 회사로부터 소개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산업 밸류체인에 대한 스터디를 통해 선제적으로 유망한 기업을 발굴하는 전략도 자주 쓰인다. 영업점이나 엑셀러레이터, VC를 통해 소개받는 전통적인 방식도 물론 병행한다.

본부를 총괄하는 만큼 조직운영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IB 업계는 통상 ‘도제식’ 트레이닝이 일반적인데, 이런 조직문화가 맞는지 계속 고민하고 개선하려 노력 중이다. 그는 “과거엔 신입사원을 기업의 문화 안에 집어넣으려 했다면, 지금은 양방향으로 상호작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문화를 규정짓기 보다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신경 쓰는 것은 구성원의 ‘멘탈’이다. 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 노력한다. “사원·대리 때 큰 실수를 해 좌절하는 직원들이 가끔 있는데, 이게 트라우마가 돼 버리면 능력을 100% 발휘하는 게 힘들다”며 “실수하고 실패해도 다독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방침은 인간적인 감정보다는 합리적 사고에 근간한다. “전체 조직의 힘은 결국 조직원의 능력의 총 합이라고 본다”며 “어떻게든 조직원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게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트랙 레코드1: ‘해외로드쇼’ 기틀 마련한 삼성카드 IPO

그는 “주관을 맡은 모든 딜들이 선명히 기억에 남는다”며 “외부에서 봤을 땐 평이해 보일 수 있는 딜도 내부에선 항상 치열했다”고 회상했다. 최 본부장은 수많은 빅딜을 수행했다. 특히 그가 본부장을 맡은 뒤엔 빅히트를 시작으로 수많은 조단위 딜을 맡아 성공시켰다. 그럼에도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차장이었던 2007년 수행한 삼성카드의 IPO다.

삼성카드의 공모금액은 5760억원에 달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모아 본 적이 없는 큰 금액이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모집을 하기로 과감히 결정했다. 다만 이전까지 국내에 상장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을 모집한 사례는 전무했다. 당시 차장이었던 최 본부장은 실무자로서 ‘전에 없던 일’을 해내야만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졌다.

현재 대규모 딜에 공식처럼 따르는 해외 마케팅 절차를 그 때 만들었다. 공동주관사인 메릴린치와 함께 홍콩·싱가포르는 물론 유럽·북미를 순회하며 로드쇼를 진행했다.

OC(Offering Circular)라고 불리는 투자설명서를 국내에서 처음 만든 것도 이 때다. 미국증권법의 144A 규정(Rule 144A)에 따라 투자자를 모집한 첫 국내 상장 사례이기도 하다.
최 본부장은 “지금 하는 모든 조단위 딜이 그 때 만들어진 절차들을 따라 해외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며 “죽도록 고생했고, 성취감도 가장 컸던 딜”이라고 회상했다.

◇트랙 레코드2: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후 우상향에 보람 커

두번째로 꼽은 딜은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IPO다. 성장을 위해 필연적으로 일정 규모의 자금 조달이 필요한 회사였다. 적자 바이오기업의 코스피 상장이었고, 삼성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 중 하나인 바이오업종에서 첫 번째로 시장에 나온 기업이라 주목도도 컸다. IB1본부 내 기업금융 1본부 이사로 IPO 총괄 업무를 맡았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이라는 당시엔 생소한 사업특성 때문에 비교가능회사를 찾을 수 없었다. PER 등 기존의 가치평가방법으로는 밸류에이션이 불가능했다.

이에 상장 진행단계부터 공모단계까지 관계 기관과의 수차례 협의를 통해 생산능력당 기업가치(EV/Capacity) 등 새로운 밸류에이션 방법론을 적용했고, 이를 통해 2조2500억원에 달하는 공모를 성공시켰다.

최 본부장은 “면밀한 사전 협의 과정과 적극적인 글로벌 마케팅활동을 통해 성공적으로 상장했다”며 “IPO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는데, 상장 이후 실적과 주가 흐름면에서도 성장하는 회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향후 목표: 상장시킨 기업이 세계 최고로 성장하는 것 보고파

한국증권은 IPO 분야에서 국내 최정상의 위치에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그는 끊임없이 고삐를 죈다. 최 본부장은 “절대적으로 앞서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압도적인 1등으로 나가고자하는 욕망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노력의 방향성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미래를 바라보는 선구안을 가지고 유망한 기업을 지속 발굴해나갈 계획이다. 그는 “최근 기술주에 대한 선호도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사이클일 뿐 결국 관심은 기술 기업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술력 보유한 내실 있는 기업들 위주로 관계를 많이 맺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 세일즈를 지속 강화하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그는 “다른 국내 증권사의 IPO 담당 본부장들과 만나면 하는 의기투합하는 부분이 있다”며 “굳이 해외IB가 없어도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투자자를 모아줄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자는 것이며 이미 몇몇 딜에서 상당부분 구현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인생의 최종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초창기부터 발굴해 상장시킨 기업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걸 꼭 보고싶다”고 했다. IPO 딜을 마친 기업에도 지속적인 애정을 쏟는 그의 성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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