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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글로벌사업 점검]KB증권, 현지 증권사 '통큰 인수'...KB 문화 이식베트남·인도네시아법인 두각, IT·자본력 '무기'…김성현 지휘 하 박천수 '키맨'

이지혜 기자공개 2022-07-01 13:00:55

[편집자주]

2000년대 후반, 증권업계에 해외 진출 붐이 일었다. 대형 증권사는 물론 중소형사까지 '국내는 이미 레드오션'이라며 해외로 눈을 돌렸다. 홍콩,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과 미국과 영국 등 글로벌 금융 1번지까지 국내 증권사들이 속속 진출했다. 그 결과 2021년 말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점포는 모두 69곳, 자산총계는 30조원을 넘어섰다. 불과 5년만에 자산 총계가 10배 가량 불어났다. 비약적 발전을 이룬 증권사 해외사업과 키맨을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9일 10: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글로벌 무대로 진격하고 있다. 올 1분기 해외법인 순이익이 지난해 연간 실적의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법인이 두각을 보였다. KB증권은 현지의 중소증권사를 통째로 인수해 키우면서 시장을 공략했는데 이런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다만 해외사업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은 아니다. 미국 뉴욕과 홍콩에 현지법인을 세운 지 20년이 넘었지만 큰 성과를 거두는 못했다. 해외사업을 벌인 기간은 오래됐어도 정작 힘을 실은 것은 몇 년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글로벌사업은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공 들이는 분야다. 글로벌사업본부도 김 사장의 직속 조직으로 뒀다. 박천수 전무와 호흡을 맞춰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양대축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실적 ‘쑥’…베트남·인도네시아법인 ‘주목’

KB증권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해외법인의 단순 합산 순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법인의 단순합산 순이익은 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늘어났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의 절반가량을 한 분기 만에 벌어들인 셈이다. 지난해 해외법인 순이익은 114억원이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법인이 두드러진다. KB증권이 2017년 인수한 베트남법인 KBSV(KB SECURITIES VIETNAM JOINT STOCK COMPANY)와 인도네시아 KB밸버리증권이 유의미한 실적을 냈다.

KBSV는 베트남 하노이에 본사를 둔 증권사다. KB증권이 2017년 10월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직전 사명은 마리타임(Maritime)증권이지만 인수된 후 KBSV로 사명을 바꿨다.

KBSV의 실적 성장세는 견조하다. 인수 첫해인 2018년 순이익은 20억원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모두 116억원을 벌어들였다. 올 1분기에는 3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61% 성장했다.

또다른 베트남법인인 KB Fina는 종합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표방한다. 베트남에서 금융상품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베트남의 G그룹과 합작해 2020년 세운 회사로 지난해 출범했다.

KB밸버리증권도 KB증권 해외사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KB밸버리증권은 KB증권이 올해 550억원을 들여 지분 65%를 인수한 인도네시아 증권사다. 2000년에 설립됐으며 전국 18개 지점망을 보유해 리테일 브로커리지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올 1분기 KB증권이 KB밸버리증권에서 벌어들인 영업수익은 38억원, 순이익은 1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이익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적자를 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체적 외형 성장에 보탬이 됐다.


◇이머징마켓 증권사 인수전략 주효…계열사 시너지 도모

KB증권이 신흥국의 현지 증권사를 통째로 인수하는 전략을 쓴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KB증권은 선진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뉴욕과 홍콩에 20여년 전 진출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실제로 뉴욕법인은 올 1분기 적자를 냈고 홍콩법인은 순이익 12억원을 냈다. 뉴욕에 1996년, 홍콩에 1997년 진출한 점을 고려하면 성장폭이 큰 편은 아니다.

반면 KBSV는 다르다. KBSV는 KB증권이 인수하기 전인 2016년까지만 해도 총자산이 312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KB증권이 인수한 뒤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올 1분기 말 자산이 4974억원에 이른다. 불과 4년여 만에 10배가 넘는 외형 성장을 이룬 셈이다.

물론 베트남법인을 향한 KB증권의 지원도 꾸준했다. KB증권이 인수한 이래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KBSV는 유상증자를 세 차례 진행했다. KB증권이 투입한 자금만 우리 돈으로 1500억원에 가깝다.

KB증권은 KBSV를 키운 노하우를 KB밸버리증권에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IT체계와 모바일트레이더스시스템(MTS)을 개선해 브로커리지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KB증권 관계자는 "신속하게 영업기반을 안정화해 경영관리 체계를 선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KB밸버리증권은 KB금융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이미 KB국민은행을 비롯해 KB손해보험, KB캐피탈, KB데이타시스템 등이 진출해있다. 인도네시아에 그룹 시너지를 볼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놓은 셈이다.

KB증권이 신흥국에 좀더 힘쓰는 경향은 자산 규모에서도 드러난다. 1분기 말 기준으로 해외법인의 단순합산 자산은 모두 9121억원이다. 이 가운데 KBSV의 비중이 55%로 가장 크고 KB밸버리증권은 11% 정도다. 뉴욕과 홍콩법인의 자산 비중은 각각 2%, 30%다.

KB증권 관계자는 "신흥국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대규모 고객기반을 확보할 것"이라며 "선진시장은 현지법인과 본사의 매트릭스 협업을 강화해 글로벌 사업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대표, 글로벌사업 지휘…현지법인에 KB문화 심는다

글로벌사업은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힘쓰는 사업부문이다. 김 사장은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해 코로나19로 미뤘던 KB밸버리증권 출범식을 진행했다.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인도네시아를 점찍은 셈이다.

글로벌사업본부도 김 사장의 직속 조직으로 뒀다. 현지 증권사와 KB증권이 IB부문에서 협력하며 시너지를 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글로벌사업본부 산하에는 해외사업부가 있어 현지법인을 총괄한다.

글로벌사업본부장은 박천수 전무가 맡고 있다. 박 전무는 69년생으로 올해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M&A팀장, IB솔루션사업본부장을 거쳤다. 2018년부터 뉴욕과 홍콩 KBSV에서 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박 전무를 도와 해외사업부를 이끄는 인물은 신진택 부장이다. 그는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와 회계부를 거쳐 KB증권의 재무기획부에서 경험을 쌓은 재무통이다. KBSV에서 CFO도 지냈다.

KB밸버리증권의 초대 법인장은 오철우 법인장이다. 대우증권 리스크관리부 팀장, WM추진부장과 해외사업추진부장을 지냈으며 KBSV의 CRO(리스크관리총괄)를 거쳤다. KBSV의 성장DNA와 KB증권의 문화를 KB밸버리증권에 심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KB증권 관계자는 “M&A 후 본사 직원을 CFO나 CRO로 파견해 현지경영진과 함께 현지법인을 운영한다”며 “주재원은 현지 컨트롤러로서 경험을 쌓은 뒤 본사와 현지법인의 소통창구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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