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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이 된 유니콘의 뿔 [thebell note]

이윤정 기자공개 2022-07-07 09:12:11

이 기사는 2022년 06월 30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는 한 패션 관련 플랫폼 회사가 예비 유니콘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투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니콘도 아닌 예비 유니콘으로 불리우며 투자 추진 소식이 전해졌다. 뒤이어 예비 유니콘이란 호칭이 피투자기업이 아닌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기존 주주에서 나온 것이란 소문까지 이어졌다.

다른 하우스의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해 평가를 최대한 아끼는 벤처투자 심사역 마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예비 유니콘이라는 호칭도 성급했지만 예비 유니콘을 쓰기에 논의되고 있는 밸류에이션이 1조원에 크게 못 미쳤다. 결국 유니콘에 집착한 해프닝이었던 셈이다.

그 동안 벤처캐피탈업계는 '유니콘 열풍'이었다. 유니콘은 말할 것도 없이 데칼콘, 헥토콘까지 언급되며 뿔 달기에 여념이 없었다. 뿔을 다는 과정도 그리 깐깐하지 않았다. 투자 유치에 나서는 기업들은 실적, 사업에 근간해 유니콘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유치 경쟁으로 끌어 올린 동종업계 회사들의 기업가치를 이유로 '이번 시리즈에서 우리는 유니콘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식까지 있었다.

견제하며 줄다리기 해야 하는 투자심사역들은 동참했다. 사실상 주도했다. 초기 투자에 참여한 기존 주주들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다음 시리즈에서 뿔을 후하게 달아주며 유니콘을 탄생시켰다. 투자 시리즈 후반으로 갈수록 기업가치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것을 당연시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갔다.

투자회사와 심사역 모두 유니콘을 훈장으로 여기며 유니콘 제조 즉 밸류에이션 상승에 시너지를 냈다.

하지만 얼마 전 국내 대형 벤처캐피탈 월례 회의에서 그 동안의 벤처투자 기조와는 정반대 지시가 내려왔다. 팔로우온, 시리즈B~D 단계의 투자는 자제하고 투심위원회에 올리기 전 사전 논의를 하라고 했다. 가능한 초기 단계, 투자 후보는 최소화 해 심사를 보수적으로 하라는 의미다.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투자여력 즉 드라이파우더가 위축되자 피투자회사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에 대해 문제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유니콘의 경우 다음 펀딩에서 피투자회사 또는 해당 심사역이 1조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주장할 가능성이 커 최대한 검토 자체를 피한다.

유니콘의 뿔은 희귀함, 고귀함의 상징이다. 하지만 그 동안 희소성을 무시하고 남발한 탓에 이제 뿔을 보면 고개를 돌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이제 유니콘의 뿔이 혹이 되고 있다"며 "기업가치 하락 조정(디 밸류에이션)까지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뿔을 과감하게 떼야 훨훨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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