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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ICD의 아름다운 결별 [thebell note]

김경태 기자공개 2022-07-05 08:11:25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4일 07:2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명문클럽들은 부진해도 나름의 대접을 받는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하더라도 팬들의 사랑, 애정 섞인 질타를 받는게 그 예다. 과거 명성과 저력에 대한 팬들의 믿음이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전통의 강호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내부 구성원들에 자신감으로 작용한다.

최근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한 매물 중에도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기업이 있다. 두바이투자청(ICD)이 글로벌세아에 매각을 논의하는 쌍용건설은 업계에서 별칭이 '건설 명가'다. 한때 도급순위(현 시공능력평가) 7위를 차지했다. 건설업계를 주름잡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쌍용그룹이 어려워지며 덩달아 위기를 겪었다. 작년 시평 순위는 30위다.

하지만 '한때 그랬는데...'와 같은 낭만적인 회상은 스포츠구단과 달리 기업에는 더 냉정하게 적용된다. 기업 경영의 세계는 스포츠보다 어쩌면 더 잔혹하기 때문이다. 별다른 반전 없이 추억에만 빠져 있는 기업은 패자부활전이 아닌 청산의 기로에 선다.

그런 의미에서 쌍용건설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건설 명문이다.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국내용'으로 전락하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고급 건축의 강자로 정평이 나 있다. 다른 나라에서 기술력으로 이름을 떨친 것, ICD가 쌍용건설에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 리모델링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쌍용건설 M&A 과정에서도 향후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ICD는 7년 전 쌍용건설에 투자한 후 큰 이문을 남기지 못했다. 2015년 1700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가 됐다. 통상 기업을 인수한 뒤 투자금을 회수하는 수단인 배당을 하지 못했다. 흑자를 거둔 적이 있지만 계속 결손금 상태였던 탓이다.

또 ICD는 쌍용건설에 중동지역에서의 무리한 수주를 요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ICD는 매각을 추진하기 직전인 작년 12월 쌍용건설 유상증자에 621억원을 출자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했다. 인수가를 더하면 총 2321억원을 투자한 셈이다.

이번 매각에서 최대한 높게 팔아 원금이라도 챙겨야 할 법인 상황이다. 하지만 ICD는 매각 구조를 쌍용건설을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인수자가 구주 외에 신주도 인수해 쌍용건설에 자금이 유입되도록 했다. 글로벌세아가 쌍용건설을 경영할만한 곳인지 면밀한 조사도 한 뒤 거래 상대방으로 낙점했다.

ICD가 쌍용건설을 떠나는 순간에도 '체통'을 지키고 한국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남기려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쌍용건설이 새 주인 체제에서 반전의 스토리를 쓰고 다시 '빅클럽'으로 거듭난다면 ICD가 마지막에 보여준 책임있는 역할은 기억되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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