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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의 '사공 딜레마' [thebell note]

김지원 기자공개 2022-07-22 13:34:26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0일 08:05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국내 금융기관과의 상생협력 및 동반성장 가치 실현' 이달 5억달러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한 한국가스공사에 국내 하우스 3곳을 주관사단에 포함한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가스공사는 올해 첫 글로벌본드 주관사로 외국계 하우스 5곳과 국내 3곳을 선정했다. 발행 규모에 비해 사공이 너무 많지 않았냐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올해 한국물 발행사 가운데 주관사단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 1월 30억달러를 한 번에 찍은 한국수출입은행의 주관사 수가 7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크기다.

국내 하우스에 자리 3개를 내준 점이 컸다. 가스공사는 작년 11년 만에 '토종 IB'를 외화채 주관사로 대거 선정했다. 덕분에 미래에셋증권, KB증권, KDB산업은행이 외국계 하우스 5곳과 함께 트랙 레코드를 쌓았다. 올해도 외국계 5곳, 국내사 3곳이라는 틀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KDB산업은행을 포함해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기회를 얻었다.

비단 가스공사뿐만이 아니다. 최근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과 공기업은 토종 IB 육성을 목적으로 국내 하우스를 주관사단에 대거 참여시키고 있다. 다만 그렇게 선정된 국내 하우스들이 각 딜에서 1인분을 해내고 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국내 하우스는 해외 투자자 영업에 필요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외국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서류 작업이나 리서치 업무 등 부수적인 역할을 맡는 게 부지기수다. 한국물 전담 조직을 갖추고 있더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각국에 영업 인력을 두고 투자자와의 접점을 일찌감치 만들어놓은 외국계 하우스와 상대가 안 된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의 경우 주관사단 선정 시 외국계 하우스와 국내 하우스를 따로 경쟁시킨다. 한국물 시장에서 더 긴 업력을 지닌 외국계 하우스와 바로 맞붙기에는 국내사의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일본, 호주 등 금융 선진국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해당 국가의 발행사는 소수의 메이저 하우스를 주관사단으로 꾸리고도 무리없이 주문을 받아낸다. 노련한 뱃사공 몇 명만 노를 저어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공기업으로서 국내 하우스와의 '상생협력'을 위해 약간의 어드밴티지를 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이 방법을 통해 한국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글로벌 채권 시장의 투자자들은 각 발행사가 어떤 수준의 주관사를 이끌고 나오는지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사공을 배에 억지로 태울 필요는 없다. 가스공사가 앞서 답한 '동반성장'은 단순히 파이를 떼어주고 트랙 레코드를 한 개 더 얹어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터다.

1년에 수십 번 배를 탈지언정 사공이 스스로 노를 저어 물길을 살필 수 없다면 그 항해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주관사를 선정하는 공기업들과 토종 IB 육성책의 수혜를 입은 국내 하우스들 모두 더 나은 항해를 위해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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