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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올리브영 IPO 연기'…승계플랜 이상 없나 증시 침체에 기업가치 저평가 우려…지분 승계 '긴호흡', 늦더라도 제값에 상장

이효범 기자공개 2022-08-04 07:50:14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3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PO(기업공개) 시장 대어(大魚)들이 상장 철회를 잇따라 선언한 가운데 CJ올리브영도 상장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최대주주인 지주사 CJ의 판단으로 알려졌다. 증시 회복세가 요원한 가운데 상장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는 내부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장은 당초 CJ그룹의 승계와 CJ올리브영의 투자재원 마련이라는 목표 아래 추진된 사안이다. 당장 승계가 급할 게 없다는 점과 함께 CJ올리브영도 넉넉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투자 계획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CJ 측 설명이다.

◇최대주주 CJ 결단, 10개월 만에 바뀐 증시 상황 고려

CJ올리브영은 올해 목표로 했던 증시 입성 계획을 잠정 연기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주관사 선정을 위해 국내외 증권사에 상장 계획을 담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낸지 10개월 여만의 일이다. CJ올리브영 경영진의 자체적인 결정이라기 보다는 최대주주인 그룹 지주사 CJ의 입김이 작용했다. CJ는 2021년말 기준 CJ올리브영 지분 51.15%를 갖고 있다.

국내 증시가 침체된 만큼 IPO를 강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이어 금리인상 기조, 글로벌 공급망 균열에 따른 원자재 상승 등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는 지난해와 달리 침체된 상태다. 올해 IPO 대어로 꼽히던 비상장 기업들의 상장 철회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CJ올리브영의 상장 연기 의미는 남다르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세를 부각하며 상장을 준비해왔던 이커머스들과는 결이 달랐기 때문이다. CJ올리브영은 2019년 11월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분할 이후 2020년 매출(연결기준) 1조8739억원, 2021년 2조1192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 성장률은 전년대비 13%에 달했다. 수익성도 향상됐다. 영업이익률은 2020년 5.34%에서 2021년 6.5%로 상승했다.


CJ올리브영은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사세를 확장해왔다. 또 업계에서는 선제적으로 온라인몰을 만들고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실시했다. 이같은 시도는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빛을 발했다. 비대면 소비 트렌드 강화로 대다수 유통기업들의 오프라인 채널이 침체된 가운데 CJ올리브영은 오히려 온라인 채널과의 시너지로 성장 궤도에 올랐다.

CJ올리브영의 상장 연기는 제값에 기업가치를 책정 받아야 한다는 CJ의 내부 기류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2020년 프리IPO를 통해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증권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3조~4조원 수준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향후 성장성을 고려한 다소 긍정적인 전망의 수치였다.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가치가 이보다 낮은 수준에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오너 4세' 승계 재원 마련 무게…올리브영, 투자 '예정대로'

CJ올리브영의 상장은 CJ그룹의 4세 승계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2021년말 기준 최대주주인 CJ와 재무적투자자(FI) 등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 25.55% 가량을 오너 4세들이 갖고 있다. 특히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1 담당 경영리더가 보유한 지분은 11.04%다. 해당 지분은 이 경영리더가 지주사 CJ 지분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결국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얼마로 책정되느냐에 따라서 이 경영리더가 확보할 수 있는 승계재원이 정해지는 셈이다. 예컨데 단순 계산으로 CJ올리브영의 4조원의 기업가치로 증시에 입성할 경우 이 경영리더는 4000억원을 웃도는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라 마찬가지다. 이처럼 시장에서 책정하는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에 따라 이 경영리더가 확보하는 자금이 많게는 수천억원 차이가 난다.


그룹 차원의 승계 플랜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CJ올리브영 상장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 경영리더가 승계를 위해 가지고 있는 CJ 지분 중 핵심은 신형우선주다. 이 주식은 발행 후 10년이 되는 날 보통주로 전환되는데 특정 조건에 따라 그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

CJ그룹의 승계 플랜 역시 신형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는 시점에 맞춰 가동되고 있다. 신형우선주는 2019년 3월 발행됐다. 이를 고려하면 CJ올리브영 상장이 몇년 늦어지는 것보다 기대만큼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게 오히려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CJ올리브영 상장을 재추진 할 시점을 특정하지 못하는 것도 기업가치를 더 높게 책정 받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CJ올리브영 상장은 승계 뿐만 아니라 투자 재원 마련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는 지난해 기자간담회를 통해 2022년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플랫폼 전방위로 투자를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인력 확충과 오프라인 매장 리뉴얼 등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상장이 연기되면서 예정대로 투자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당장은 자체 보유한 현금으로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CJ올리브영의 2021년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2300억원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CJ올리브영이 증시 입성을 준비해왔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IPO를 연기하기로 한 것"이라며 "CJ올리브영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현금이 있는 만큼 예정대로 투자를 집행하는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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