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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경제학]재계는 지금 상속세 납부 중①높아진 상속세 부담...재원마련 및 납부 방법 등 복잡해진 셈법

조은아 기자공개 2022-08-17 07:40:52

[편집자주]

최근 세대교체 바람과 함께 '상속'이 재계의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5대 그룹 가운데 삼성과 LG, 롯데에서 총수들이 상속세를 납부 중이다. 앞으로도 상속세를 놓고 골머리를 앓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은 차치해두고 일단 재계는 재원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준비가 철저하지 않으면 기업을 물려받는 것마저 험난해지는 탓이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상속세와 재원 마련 방법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4일 15:57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상속세 산정부터 납부에 이르는 전 과정이 점차 투명해지고 있다. 정해진 세율에 따라 산정하고 수년에 걸쳐 납부하는 '정공법'을 선택하는 곳도 많아지는 추세다. 필연적으로 상속세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있다. 삼성그룹 일가가 내야하는 상속세는 무려 12조원에 이른다.

상속세를 둘러싼 셈법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경영권 타격을 줄이면서 보유한 자산을 활용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연봉, 배당, 보유 지분, 대출, 나아가 지배구조 개편 등 동원 가능한 수단들이 모두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라진 상속...'편법' 대신 '정석'

2021년 4월 30일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보유 주식을 포함한 재산 상속안이 확정 발표됐다. 상속세만 12조원 이상으로 추정돼 '세기의 상속'으로 불렸다. 유족들은 5년 동안 나눠서 내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이에 앞서 2018년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선친이 보유했던 주식을 상속받아 그룹 지주회사인 ㈜LG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구 회장을 비롯해 유족들이 낼 상속세는 9000억원도 넘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상속세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LG그룹은 당시 성실 납세를 약속했다.

둘 모두 화제가 됐던 건 액수도 액수였지만 법정 세율에 따라 곧이곧대로 상속세를 납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일이었다.

당장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에게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의 상속도 삼성문화재단이라는 공익재단을 이용해 이뤄졌다. 이병철 회장이 1965년 설립한 삼성문화재단으로 꾸준히 계열사 지분을 이전했고, 이를 이건희 회장이 다시 사는 방식으로 지분을 상속받았다. 이건희 회장은 증여세 5억원과 상속세 176억원만을 납부하고 1987년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었다.

현대그룹의 경우 2001년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족이 고작 300억원가량을 상속세로 신고했다. SK그룹 역시 1999년 최태원 회장이 낸 상속세는 730억원에 그쳤다.

물론 이들이 낸 상속세가 무조건 잘못 산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불과 몇 년 뒤인 2004년 교보생명 창립자의 유가족들이 국세청에 사상 최대 규모인 1338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는 점을 볼 때 그룹 규모와 비교했을 때 상속세가 지나치게 적다는 의구심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속세가 조 단위로 커지면서 삼성그룹과 LG그룹 모두 연부연납을 통해 일단 부담을 줄였다. 우선 쪼갠 뒤 연봉, 배당, 대출 등을 활용해 매년 재원 마련에 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연부연납은 세금을 여러 해에 걸쳐 분할해서 납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상속세를 5년 동안 6회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속세뿐만 아니라 증여세도 일정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연부연납이 가능하다.

현재 주요 그룹 가운데 삼성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한진그룹, KCC그룹 등이 선대 회장의 사망으로 상속세를 납부 중이다. 최근 창업주가 사망한 넥슨 역시 조만간 상속 신고와 함께 상속세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이른 현대차그룹 역시 조만간 상속세 혹은 증여세를 내야 할 것으로 보여 내부적으로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한 준비가 한창일 것으로 예상되며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증여세를 납부 중이다.

남의 재산을 무상으로 물려받는다는 점에서 증여와 상속은 같다. 상속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 사망했을 때 물려받는 것이고 그 외의 경우는 모두 증여다. 두 세금은 세율은 같지만 세금 납부자와 자산평가 시기, 과세대상 등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각 그룹들은 선대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해 선택지가 상속밖에 없었던 경우를 제외하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증여와 상속을 적절하게 배분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상속세 둘러싼 해묵은 논란, 높아지는 '현실화' 목소리

상속세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이 투명해지고 편법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역설적으로 상속세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경영상 판단이 시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분율 하락에 따른 경영권 위협은 물론 일부 계열사 매각에 따른 의도치 않은 지배구조 개편, 매물 출회에 따른 주가 하락 등 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큰 탓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속 재산이 30억원을 넘을 경우 상속세 최고세율이 50% 적용된다. 최대주주 주식은 세율이 60%로 높아진다. 만약 1000억원을 물려받으면 600억원을 세금으로 내야하고 한 번 더 상속 과정을 거치면 400억원이 다시 160억원이 된다. 두 세대에 걸쳐 상속이 이뤄지면 손에 남는 건 160억원으로 쪼그라드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다른 나라보다 높은 편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0월 낸 'OECD 회원국들의 상속 관련 세제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OECD 국가 중 직계상속에 대한 최고세율은 일본의 55%이며, 우리나라도 일본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인 50%의 최고세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상속세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의 대물림 방지를 위해 엄격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과 세계적으로 너무 엄한 편이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두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특히 상속세의 과세표준과 세율이 1999년 이후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방법으로는 세율 인하, 자본이득세 도입 등이 제기된다. 자본이득세는 주식 상속 단계에서는 상속세를 내지 않고 향후 상속받은 주식을 처분할 때 세금을 내는 제도다. 캐나다와 호주 등에서는 이미 도입됐다.

연부연납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삼성그룹의 경우 12조원을 나눠내도 한 번에 2조원을 내야 한다. 최근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상속세의 연부연납 기간이 10년으로 확대됐으나 대기업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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